[딥테크 점프업]③ 창업 뛰어든 배터리 석학 “목표는 전 세계 단결정 양극재 점유율 10%”

홍아름 기자 2024. 5.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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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겸 에스엠랩 대표
세계 첫 단결정 양극재 개발부터 양산까지 성공
“올해 10월까지 상장 목표… 2029년까지 18만t 생산”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분야를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판정을 받은 기업이나 기관은 총 9곳이다. 대부분 삼성전자, 셀트리온과 같은 대기업인데,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차전지 분야의 에스엠랩이 포함됐다.

에스엠랩은 이차전지용 단결정 양극재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다.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로 꼽히는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가 2018년 창업했다. 지난 4월 17일 울산 에스엠랩 본사에서 만난 조재필 교수는 “정무영 전 UNIST 총장의 권유로 창업한 기업이 지금은 직원 97명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조재필 교수는 앞서 연구에서 94%까지만 가능하다고 알려졌던 이차전지용 양극재의 니켈 비율을 98%까지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에스엠랩은 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울산 에스엠랩 본사에서 만난 조재필 UNIST 교수 겸 에스엠랩 대표./울산=홍아름 기자

–에스엠랩의 핵심 기술을 소개해달라.

“니켈 함량 비율이 80% 이상인 양극재를 ‘하이 니켈’이라고 하는데, 에스엠랩에서는 이 비율을 한참 뛰어넘는 니켈 함량 97%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니켈 함량이 1% 올라갈 때마다 전기자동차의 주행 거리가 7~9㎞씩 늘어난다고 본다. 기존 니켈 기반 양극재는 포도송이 같은 다결정 형태로 수산화 리튬이나 카보네이트(탄산염)와 같은 불순물이 들어있다. 불순물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표면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부반응)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부도체막이 만들어져 리튬 이온이 오가기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로 소재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습식 공정을 이용한다. 그런데 양극재는 수분에 취약하다. 에스엠랩은 단결정 소재를 만들어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습식 과정을 없애 소재의 안정성을 높였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고, 사용할 때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 리튬 금속이 (+)전기를 띤 이온으로 바뀌면서 내놓은 전자는 외부 전선을 통해 이동하면서 전류를 만드는 원리다.

–단결정 양극재는 어떻게 만드나.

“소재를 구성하는 물질에 층간 구조를 바꾸는 첨가제를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다. 니켈의 비율이 높을수록 소재는 잘 부서지는데, 설탕이 부서지면 물에 더 빨리 녹듯 양극재도 부서지면 부반응이 더 많이 일어난다. 그러면 수명이 줄거나 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걸 막기 위해 적당한 힘으로 눌러주면서 단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노하우다. 니켈 함량 97%의 단결정 양극재를 만드는 건 에스엠랩뿐이다. 소재를 물로 씻는 습식 과정도 필요 없으니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습식 공정 대비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나.

“공정비만 봐도 최소 10% 이상 줄어든다고 본다. 습식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양잿물 수준으로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가 높은 염기성 용액이다. 이 폐수를 처리하는 비용이 필요 없으니 실질적으로 15% 이상은 더 저렴해진다고 볼 수 있다. 니켈 함량이 늘수록 더 비싼 코발트의 비중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속 재료의 가격은 떨어진다. 다만 가공이 워낙 까다로워 니켈 비율이 높아질수록 소재 가격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에스엠랩은 건식 공정으로 가공비를 줄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울산 에스엠랩 본사의 모습. 본사 건너편에는 3공장 부지가 있다./울산=홍아름 기자

–현재 생산 규모는.

“2018년 설립 이후 초기에 100억원 투자를 받고, 시리즈 B, C 투자를 거치면서 공장을 늘렸다. 지금은 시리즈 D 투자를 받아 1, 2공장 건너편에 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26년 3월 완공하면 월 2600t, 연 3만t에 달하는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

에스엠랩은 지난해 10월 시리즈 D에서 1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유치금은 2390억원에 달한다.

–양극재 시장 전망은 어떤가.

“이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양극재의 수요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양극재 가격은 배터리 원가의 40%, 전기자동차 전체로 보면 11%를 차지한다. 결국 배터리, 자동차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양극재 가격이 중요하다. 금속 재료 가격은 거의 똑같은 만큼 금속을 가공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건식 공정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기자동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니켈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하이니켈로 가는 게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이득인 셈이다. 특히 단결정 소재는 안정성도 높다.”

–태양 전지처럼 중국 시장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술적으로 보면 태양전지보다 이차전지의 공정이 더 복잡하다. 양극재 소재부터 봐도 회사별로 노하우 기술이 있다. 태양 전지처럼 단숨에 뒤처지긴 어려울 거라 본다.”

–올해 에스엠랩의 매출 목표가 궁금하다.

“지난해 매출은 5억4000만원이었는데, 올해 목표는 60억원이다. 내년에는 보수적으로는 2000억원부터 30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게 목표다. 이차전지 소재 특성상 생산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매출이 점점 알파벳 ‘J’처럼 급격히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2000t 이상 생산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이 나기 시작한다. 이 추세라면 내년이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양극재 생산을 위한 55m 생산 라인./울산=홍아름 기자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올해 10월 내로 상장하는 것이다. 2단계는 상장 이후에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 4, 5공장을 추가 증설하는 것이다. 2029년까지 18만t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전 세계 단결정 소재 시장에서 1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미국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공장 건설 비용이 한국보다 2.5배 높고, 인건비 역시 한국보다 3배 정도 높다. 환경 규제와 전력 관련 관리비도 높아 장벽이 낮진 않다.”

–정부에서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할까.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으로 선정되긴 했지만,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담보가 없다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이차전지 분야를 지원해 줘야 한다. 또 지방에 기업이 있다 보니 우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정부가 이차전지 특성화대학원을 만들어 인력을 키우고 있지만, 그곳에서 배출된 인력이 대기업이 아닌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 오기가 힘들다. 이를 지원하는 정책도 없다. 이차전지 특성화대학원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은 수도권으로만 간다. 지역에 일종의 쿼터(할당)를 줘서 꾸준히 인재 유입을 돕는 정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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