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더부룩, 명치 콕콕”… 담석증, 무리한 다이어트도 원인

권대익 2024. 5.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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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간 내 담석 5~10%가 담관암으로 악화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간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 돌처럼 굳어 통증을 일으키는 담석증에 노출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명치나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 모래알에서 골프공까지 다양한 크기의 담석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지방·고열량 식습관과 비만 인구가 늘면서 담석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담석증 환자는 24만179명으로 2010년 10만9,6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여름을 앞두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간 담석증이 생길 수 있다.


◇담석 생겨도 10~25%만 증상 나타나

간은 소화액인 담즙(쓸개즙)을 매일 1L 정도 만든다. 담즙을 간 아래 붙어 있는 담낭(쓸개)이 저장했다가 음식물이 들어오면 담즙을 내놓아 지방 소화를 돕는다. 이때 담즙은 담관(담도) 통로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담즙이 비정상적으로 농축되면 돌처럼 딱딱해진다. 담낭·담관에 생긴 돌이 ‘담석(膽石·gallstone)’이다. 담석은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 담석(80% 이상)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뉜다.

담석증 증상은 10~25%에게서만 발생하고 대부분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담석이 담낭 안에서 움직이면서 담관을 막으면 염증이 생겨 소화불량·헛배 부름·잦은 트림·오심·식욕부진·설사·구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20~30분에서 수시간 동안 지속된다. 통증은 점차 심해져 최고조에 이른 후 30분 이상 지속되다가 사라진다. 통증이 4~5시간을 넘는 경우는 드물기에 6시간 이상 지속되면 급성 담낭염·췌장염 등을 의심해야 한다.

무증상 담석증이어도 매년 1~2%에게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담석이 담관을 막아 담즙을 배출하지 못할 때 통증·발열·오한·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급성 담낭염). 담석이 십이지장 유두부에 걸리면 급성 췌장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게다가 막힌 담관이 감염돼 세균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패혈증이 생기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담석 변화를 정기적으로 살피고 통증·발열 등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속 더부룩함, 명치 통증 등이 나타나면 대부분 위가 좋지 않다고만 여겨 위 내시경검사만 여러 번 받다가 뒤늦게 담석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담석증은 고지방 식습관과 비만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담즙은 콜레스테롤로 만들어지는데 육류·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담즙이 과다 분비되고 담낭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담석이 생기게 된다.

비만이어도 담석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체질량지수(BMI) 45 이상인 고도 비만 여성과 BMI 24 이하인 여성을 8년간 관찰한 결과, 고도 비만군에서 담석 발생률이 7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살을 빼려고 단기간에 10㎏ 이상 무리하게 몸무게를 빼거나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약을 먹다간 오히려 담석에 생길 위험이 커진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금식하거나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다간 담즙과 콜레스테롤 양 변화로 담낭 운동성이 줄어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않고 담낭에 고여 담석이 발생하기 쉽기에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여성의 경우 임신했거나 피임약을 먹어도 담석이 생길 수 있다.


◇지름 3㎝ 넘으면 담낭 잘라내야

담석이 지름 3㎝ 이상이거나 담낭 벽이 두꺼워졌거나 담낭 용종이 생겼다면 담낭을 절제해야 한다(담낭절제술). 담낭절제술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많이 시행된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20년 담낭절제술이 8만6,000여 건이 이뤄져 충수돌기(맹장) 수술(7만8,000여 건)보다 많았다. 요즘은 복부에 구멍을 3~4개 내고 시행하는 복강경이나 구멍을 1개만 내는 로봇 수술이 많이 시행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고 1~2일 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무증상 담석증은 원칙적으론 치료하지 않고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검진하면 되지만 △지름 3㎝ 이상 결석 △석회화 담낭 △담석과 담낭 용종 동반 등은 담낭암 발생 위험이 높아 증상이 없더라도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간 내 담석 환자의 5~10%가 담관암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박남영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내 담관은 간 내부에 나뭇가지처럼 퍼져 있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경피적 담관 내시경, 간 절제술 등으로 치료한다”고 했다.

최유신 교수는 “담석증 위험 인자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고령인·만성질환자 등에게서 복통이 반복되거나 명치가 더부룩한 느낌, 황달 등이 반복된다면 복부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담석증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담석증을 예방하려면 몸속에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하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기름진 육류, 버터, 마가린, 튀김, 케이크 등) 섭취를 줄이고 불포화지방(견과류, 생선 등)을 먹는 게 좋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과일·통곡물 등을 꾸준히 먹으면 장내에서 담즙과 결합해 대변 배설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양의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 담즙이 담낭에 오래 고여 있지 않고 규칙적으로 배출하는 게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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