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3개월…“부득이한 사유 인정” vs “기꺼이 불이익 감수”

강승지 기자 2024. 5.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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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20명 복귀…정부 "불이익 최소화 위해 복귀" 호소
전문의 시험 1년 유급 불가피…전공의들 "정부가 협박"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일은 전국 200개가 넘는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날이다. 고연차의 전공의인 경우 이날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수련 기간 부족으로 내년 전문의 시험 볼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반복되는 복귀 호소에도 전공의들은 현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개인별 이탈 시점 등에 따라 복귀 시한은 차이가 있겠으나, 올해 4년차(3년제 진료과목은 3년차) 레지던트는 2025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5월 20일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 공백이 생기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해의 5월 31일까지 추가수련을 마쳐야 전문의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이 수련 규정과 시행규칙에서는 △휴가,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받지 못한 기간은 해당 기간에서 1개월을 공제한 기간 △징계의 사유로 수련받지 못한 기간은 해당 기간 전체를 추가 수련받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팠다거나 가족 장례를 치르는 등 사정을 대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휴가,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관련 서류 제출 등으로 수련병원에 반드시 소명해야 한다. 사유가 인정되면 규정에 따른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

다만 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근무지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2월 19일부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오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2025년 5월 31일까지 추가 수련을 마칠 수 없어 2025년 전문의 자격 취득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에서 얘기하는 원칙을 상식적으로 따를 뿐"이라며 "현장 이탈 전공의를 구제해 주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원칙적으로 부득이한 사유 정도를 인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지속해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해 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지만, 100개 수련병원 보고에 따르면 지난 9일에 비해 16일에는 현장에 근무 중인 전공의가 20명 정도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3·4년차 레지던트(3년차 과정 포함)는 총 2910명이다. 이들 중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는 1385명으로 48%다. 내과 656명, 외과 129명, 산부인과 115명, 소아과 124명 그리고 응급의학과 157명, 신경외과 95명, 신경과 86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3명이다.

전문의 취득이 1년 연기되면 국가적으로 내년에는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중보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복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사직 전공의 A 씨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바꾸려 했던 게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정부의 단순 호소만 보고 복귀를 해야 하나 싶다"면서 "법원 결정은 애초 인용이든 기각이든 대법원으로 넘어갈 테니 복귀를 결정할 만한 큰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전공의들은 요구안을 초반부터 명확히,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나 통일된 안이 없다는 것도 말싸움이다. 우리의 질문에 정부는 대답도 안 하면서 개인적인 커리어 운운하며 복귀하라는 것도 일종의 협박 같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사직 전공의 B 씨는 "정부가 대놓고 의사 연봉(자료)을 뿌리며 낮춰야 한다는데 위험하고 힘든 일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피부미용이나 개원가, 일차의료만 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사례로 드는 복귀 전공의들은 인기과 전공의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개인적인 혹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전공의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다"면서 "생활고 때문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사이에 20여 명의 전공의가 복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도 돌아올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정부가 그런 고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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