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정후 시즌아웃→SF 고위 수뇌부도 '낙심천만', 그래도 이정후는 씩씩하게 말했다 "힘든 시간이긴 하지만..."

김우종 기자 2024. 5. 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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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어깨 수술 및 시즌 아웃 소식에 구단 고위 수뇌부도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이정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할 것을 씩씩하게 다짐했다.

이정후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18일(한국 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이정후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엘라트라체 박사는 이정후에게 '어깨 와순이 찢어졌다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면서 이정후의 수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는 앞으로 2주 내로 시즌을 마감하는 어깨 수술을 받을 것이다. 2024시즌에는 복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정후의 수술 소식에 한국 팬들은 물론, 미국 현지 샌프란시스코 팬들과 팀 동료들,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도 모두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 부문 사장은 "이정후는 앞으로 2주 안에 수술을 받을 것이다. 이어 6개월 정도의 재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 1월이면 이정후는 다시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의 수술 소식에 대해 "정말 아쉽다(It's a real bummer)"며 "올 시즌 이정후는 정말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우리는 정말 많은 좋은 점들을 봤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보여줬던 열정과 함께 이정후가 우리 팀의 성공에 있어서 정말 더욱더 중요해지는 선수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정말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낙심천만(落心千萬·바라던 일을 이루지 못해 마음이 몹시 상함)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자이디 사장은 "우리는 이정후가 완전하게 회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이정후가 열심히 재활에 전념한 뒤 2025년에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이미 보았던 대로 우리 팀에 있는 다른 젊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희망의 빛이 될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이날 수술 소식이 전해진 뒤 구단 홈구장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몬테레이 헤럴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정후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스스로 힘들어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소견을 듣고 결정을 하게 되면서, 나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앞으로 잘해야 하는 것들만 생각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저에 대해 실망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과거보다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들만 생각하겠다"면서 "2018년과 똑같은 수술을 받는다. 이미 한 번 (수술) 경험을 했다. 수술받고 그다음 해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좋은 기억도 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져 힘든 시간이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견뎌야 할 시간이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미국에서) 경기했던 시간이, 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걸 기억하면서 열심히 재활에 임하겠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이정후가 어깨 수술을 받는 건 KBO 리그 시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2018년 6월 19일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회초 2루타를 친 뒤 3루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친 바 있다. 당시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은 뒤 약 한 달가량 치료와 재활을 받았다.

이어 이정후는 그해 10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9회말 수비 도중 타구를 잡다 다시 왼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앞서 당했던 부상과 같은 부위였다.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은 이정후는 결국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도 6개월 정도의 재활 기간이 예상됐으나, 이정후는 빠른 회복력을 보인 끝에 4개월 만에 재활을 마친 뒤 2019시즌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한편 이정후는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1회초 수비 과정에서 펜스와 크게 충돌한 뒤 곧바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모처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였기에 그 아픔은 더욱 컸다. 이정후는 앞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도중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았다. 이후 왼쪽 발등 통증의 여파로 인해 10일 콜로라도전에 이어 11일과 12일 신시내티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결장했다.

이정후.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이정후의 결장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왼발 상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상대 선발 투수가 주로 좌투수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정후에게 충분한 휴식을 준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었다. 그렇게 3경기 연속 결장한 뒤 4경기 만에 모처럼 리드오프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였다. 그래서 의욕이 더욱 컸던 것일까. 1회초 팀 동료 선발 투수 카일 해리슨은 선두타자 프리들에게 몸에 맞는 볼, 1사 후 스티어에게 볼넷, 2사 후 페어차일드에게 또 볼넷을 각각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석에 칸델라리오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3-1에서 5구째를 공략했고,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KBO 리그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중견수 이정후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재 루키 신분인 이정후. 매번 이정후는 특히 수비에서 전력 질주를 펼치며 투혼이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타구를 낚아채기 위해 펜스로 몸을 날렸는데, 그만 공을 잡지 못한 채 오히려 펜스 그물망과 강하게 온몸을 충돌하고 말았다. 이정후의 왼 팔꿈치와 어깨, 허리에 모두 충격이 갈 정도로 이정후는 미친 투혼을 불사르며 그저 몸을 던졌다.

이정후(왼쪽)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 교체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왼쪽에서 두 번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 교체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는 펜스와 충돌한 뒤 거의 곧바로 자신의 왼 어깨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했다. 이 사이 누상에 있던 모든 주자가 홈을 밟으며 점수는 0-3이 됐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구단 트레이너와 통역이 함께 그라운드 외야까지 달려가 이정후의 상태를 살폈다. 또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마저 더그아웃에서 나와 이정후가 있는 곳까지 직접 걸어간 뒤 상태를 지켜봤다. 평소에도 엄살을 부리는 이정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후의 상태를 살피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고, 경기에서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교체였다. 이정후를 대신해 중견수로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들어왔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이정후를 향해 많은 샌프란시스코 홈 팬들이 힘찬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의 부상 상태에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경기 후 "이정후가 어깨 탈구와 함께 경기장에서 빠져나갔다"면서 "구단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Lee suffered a dislocated shoulder, as per a team announcement) 이정후는 부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예정인데, 만약 어깨 탈구 상태가 심각하다면 시즌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밥 멜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정후가 펜스에 부딪힌 뒤 넘어지면서 일어나지 못했을 때, 나는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동안 상승세를 탄 이정후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시즌 전 미국 야구 통계 매체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올 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3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정후는 이에 근접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힘을 내는 중이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2루타 4개, 3루타 0개, 8타점 15득점 10볼넷 13삼진 2도루(3실패)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641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 이정후였다. 그랬던 이정후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씩씩하게 복귀만 바라보며 열심히 재활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후.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MLB닷컴 공식 SNS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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