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검찰 파괴자 변신' 尹대통령이 완성?

정철운 기자 2024. 5. 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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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무부 검사장급 인사 이후 파장 주목하는 주요 신문들
조선일보 "특검 논란에 불 지펴" 동아일보 "검찰 흔든 대통령"
한국일보 "검찰총장 사직하라" 한겨레 "윤 대통령, 검찰 배신"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지난 13일 법무부의 검사장급 인사 파장이 적지 않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되고 수사 실무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4차장 검사도 교체됐다. 14일 조선일보 사설을 시작으로 이번 인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금껏 없었던 윤 대통령과 검찰 간 갈등을 예고하는 지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건희 여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을 배신한 윤 대통령이 훗날 '검찰개혁을 해낸'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14일 사설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에서 13일 법무부 인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지휘라인을 다 바꾼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송 지검장은 애초 '윤석열 라인'이었지만 올해 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송 지검장 후임으로 임명된 이창수 전주지검장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파동 때 윤 총장의 '오른팔'인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김 여사 관련 수사 책임자로 앉힌 모양새”라며 “수사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 특검 논란에 더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될 우려가 크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우려는 15일 사설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국민 비판>에서도 이어졌다. 이 신문은 “이번 인사를 보고 4년 전 문재인 정권의 검찰 인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정권은 추미애 법무장관을 내세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조국 일가 불법, 유재수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들을 전부 좌천시켰다. 윤 총장 의견은 묵살했다. 빈자리는 예외 없이 친문 검사들로 채웠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수사하는 검찰 수뇌부를 갑자기 교체했다. 자신이 당한 일을 자신이 되풀이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뉴스 댓글에는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 <묵살당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7초 침묵'>에서 “이번 인사는 협의하는 형식만 취했을 뿐 내용과 시기 모두 사실상 총장을 '패싱'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검찰 인사에서 총장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은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의논 없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 간부들을 지방으로 보내는 인사를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의 집권 시기에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그렇다 보니 '김건희 여사 수사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인사로 검찰을 흔든 대통령, 그 앞에서 무기력해진 검찰 모두 무거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이 살기 위해선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태규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은 17일 칼럼 <총장은 사직하라, 그게 검찰을 위한 길>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외압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 더구나 총장도 모르게 이뤄진 인사라면 사의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과거 총장들은 외압이 닥쳐올 때 직을 던져 조직을 보호하고 검찰의 엄정함을 각인시켰다. 이 총장도 검찰 조직이 더는 무너지지 않도록 결기를 보여준다면 지금이 그 때인 셈”이라고 썼다.

▲검찰. ⓒ연합뉴스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은 17일 칼럼 <'대통령 놀이'의 막장 보여준 검찰 인사>에서 “(윤 대통령이) 4년 전 검찰총장일 때 '윤석열 사단' 해체 인사에 반발해 '총장 패싱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장면을 역할만 뒤바꿔서 그대로 재현했다. 당시 연판장을 돌리고 성명서를 내가며 윤 총장을 응원했던 검사들은 지금 인지부조화 상태가 아닐까. 인사에서 '패싱'당한 이원석 총장을 비롯해 한직으로 쫓겨난 '친윤' 검사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윤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할 검사들로 채운 것”이라며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더욱 불신받게 될 것이다. '대통령 놀이'에 빠진 대통령이 이젠 검찰도 힘들게 한다”고 썼다.

이런 가운데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18일 <윤 대통령 '검찰 파괴 인사'…검찰 개혁이 무르익는다>란 제목의 '정치 막전막후' 연재에서 “급기야 이제는 (윤 대통령이) 검찰을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검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말이다. 한때 검찰주의자였던 사람이 '검찰 브레이커(파괴자)'로 변한 것이다. 검찰을 배신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을 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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