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왜 가난한가?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2024. 5.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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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평화통일시민강좌] ② 저널리스트 벤노튼 'Geopolitical Economy Report' 운영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4월 27일 '미국에 맞서는 나라들, 라틴아메리카의 반제국주의'를 주제로 'Geopolitical Economy Report' 운영자인 벤노튼 저널리스트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침략의 역사

1800년까지 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1830년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는 독립을 이뤘다.

1898년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을 양도받았고 푸에르토리코와 괌은 지금까지도 미국의 식민지로 남아있다. 미국은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50개 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국경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에 따라 원주민을 쫓아내거나 죽여서 강제로 차지한 땅들이다. 미국은 시작부터 제국주의였다.

라틴아메리카는 멕시코 동쪽 카리브해의 쿠바,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의 섬나라와 미국 남쪽 국경선 아래쪽에 위치한 나라들을 말한다. 미국은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군사력을 동원하여 침략했었다.

▲ 벤노튼 'Geopolitical Economy Report' 운영자. ⓒ평화통일시민행동

쿠데타를 지원하고 신자유주의를 심다

대표적 예가 칠레다.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사주를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좌파정권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향한 쿠데타를 일으켰다. 잔혹한 독재자였던 피노체트는 '신자유주의'를 칠레에 도입하여 미국의 금융자본이 칠레의 경제를 수탈할 수 있게 했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피노체트의 친구였고, 시카고대학에서 공부한 칠레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칠레 경제를 신자유주의적 체제로 재편했다.

1954년 과테말라에서는 국민투표로 선출된 아르벤스 대통령이 과테말라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 '유나이티드 후르트'(United Fruit)의 이익에 상반되는 개혁정책을 시도하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사주를 받은 쿠데타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1964년 브라질, 1976년의 아르헨티나의 좌파정권을 끌어내는 쿠데타를 미국이 지원하였으며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로 재편되는 과정이 있었다.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에서도 미국의 개입은 여전했다. 소모사 정권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타락하고 잔혹했다. 소모사 정권은 미국 정부의 암묵적 지원을 받았다. 1979년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은 혁명을 일으켜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고 광범위한 세력들을 모아 국가재건위원회를 설립하여 정치적 다원주의와 혼합경제를 펼쳐나갔다.

1981년 미 CIA는 소모사 독재정권의 경비대 잔당들로 구성된 반혁명군인 '콘트라'에 재정을 지원해줬다. 1986년 <뉴욕타임스>는 콘트라 반군의 지도자가 실제로 CIA의 명령을 받아서 움직였다는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후 10년 동안 산디니스타와 콘트라 반군의 전투가 계속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3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990년 결국, 산디니스타는 그 해 치러진 선거에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라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티에서는 18세기 말, 노예로 끌려왔던 흑인들이 거대한 반란을 일으켰다. 흑인들의 노예해방투쟁은 독립투쟁으로까지 이어졌고 1804년 프랑스군을 물리쳐내고 스스로 나라를 세웠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종국에는 자신들의 독립국을 만든 혁명이었다.

하지만 아이티는 프랑스에 독립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을 계속 받았다. 미 해군의 아이티 침공으로 시작된 식민통치를 포함해 아이티를 절망의 땅으로 만든 듀발리에 부자의 30년 독재, 민선 대통령의 축출과 군사정권 창출 등 미국은 계속해서 아이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미국은 2000년 대선에서 당선된 민선 정부를 끌어내기 위한 쿠데타를 지원하고 급기야는 아이티 대통령을 미국 비행기에 강제로 태워 중앙아프리카로 추방했다.

2009년 온두라스에서는 미국이 사전에 승인한 쿠데타가 일어났고 민주적으로 당선된 좌파 정부는 실각하게 되었다. 온두라스와 아이티에서의 미국 쿠데타 지원이 특히나 중요한 이유는 이 나라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기 위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미 정부가 온두라스나 아이티가 임금을 낮게 유지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의류회사들이 이곳에서 티셔츠, 양말, 속옷을 수입하는데 이들 나라의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수익률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남반구 나라들에 대한 정책에서 임금을 낮게 유지토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로 인해 북반구 나라들의 최저임금이 올라가도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니카라과에서는 2018년에도 산디니스타 정권을 향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이 또한 미국의 후원이 있었다.

볼리비아는 국민 대부분이 원주민들이었지만 최근까지도 백인이 대통령이었다. 2006년 원주민 최초로 대통령이 된 에보 모랄레스는 14년간 사회주의 정책과 반제국주의를 발판으로 자국 내 뿌리 깊은 인종주의에 대항해 원주민을 해방시키고 그들의 삶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2019년 대선에서 부정시비가 일었고 군부의 압력으로 쫓기듯 물러나 망명길에 올랐다. 인터넷 언론매체 <디인터셉트>(The Intercept)가 입수한 문서와 전화 통화 녹음에 따르면, 볼리비아 전국방부 장관은 미국 용병을 이용해 2차 쿠데타를 계획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한 볼리비아 군최고사령관은 SOA(1946년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군인들에게 미국식 군사훈련을 시키기 위해 설립한 기관) 졸업생이며 경찰봉기를 이끈 경찰청장은 라틴아메리카경찰연락관협회(APALA: 워싱턴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경찰 연락관들의 모임) 경찰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미국이 2019년 볼리비아 쿠데타에 관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의 2016년, 18년 쿠데타는 '소프트 쿠데타'라 불린다.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 사법과 언론, 정치가 동원된 쿠데타였다. 미국은 브라질의 우파 정치세력 및 자본주의 세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브라질은 굉장히 오염된 정보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브라질의 연방판사였던 세르지우 모루는 '세차작전'(Operation Car Wash)으로 2016년 룰라 대통령의 후임인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했다. 2017년 모루는 돈세탁과 간접적 뇌물수수혐의로 룰라를 구속해 룰라의 대선 출마를 저지시켰고 과거 군부독재 시절 대령 출신인 우익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가 당선됐다. 2021년 연방법원에 의해 룰라의 정치 복권이 이루어졌고 2022년, 룰라는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나의 작은 후원'에 접근하지 말라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2002년 미국의 후원을 받은 2일간의 쿠데타가 있었다. 사회주의 정권이었던 차베스 정부는 당시 베네수엘라 국민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 쿠데타가 일어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했다. 차베스는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이었던 후안 과이도는 마두로가 승리한 2018년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한 뒤 미국 등 서방에 의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이도와 백악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대외적으로 과이도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과이도는 2019년 1월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헌법정신에 따라 자신이 임시 대통령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마두로 퇴진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야권이 분열되면서 과이도는 미국으로 도피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다.

▲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 교체를 시도했지만 마두로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20일(현지시각) 수도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대중집회 연설에 지지의 환호를 보내는 대중들. ⓒEPA=연합

미국은 1823년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 세계를 향한 식민지화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라틴아메리카는 미 제국주의의 관할로, 유럽제국주의는 넘보지 말 것을 천명한 것이다. 먼로주의는 지금도 작용한다.

미국은 현재 중러를 향해서도 라틴아메리카를 '나의 작은 후원'으로 표현하며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2019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네수엘라는 우리의 영역"이라며 "러시아가 간섭할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5월 전당대회 연설에서 "내가 임기가 끝났을 때 베네수엘라는 붕괴되고 있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를 인수하고 석유를 얻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구매하고 있고 독재자를 매우 부자로 만들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연자원 구매로 독재자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없다

미국이 계속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대해 개입을 하는 이유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좌파 사회주의 정권일 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미 남부사령관 로라 J. 리처드슨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전 세계 리튬의 60%가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에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리튬은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기술 부분에 굉장히 중요한 자원으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가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칠레 아옌데 정권도 구리 광산을 국유화했었고 미국이 쿠데타를 사주하게 된 중요 이유가 됐다. 천연자원을 국유화하여 자립경제를 이루려던 칠레의 노력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끊임없는 방해와 쿠데타로 좌절됐다.

라틴아메리카 혁명사에서 자원의 국유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에서는 석유를, 볼리비아에서는 리튬을 국유화했었다. 라틴아메리카 각 나라는 철이나 석유, 리튬 등의 천연자원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다른 부분의 산업화는 더딘 편이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콜롬비아에 속했던 파나마는 운하를 탐냈던 미국에 의해 1903년 콜롬비아에서 강제 분리됐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미국에 의해 1914년 완공되었고, 1989년 미국은 병력 2만 7천 명을 동원하여 파나마를 침공했다.

미 CIA의 일급 스파이였던 노리에가는 1983~89년까지 군 최고권력자로 민간대통령을 조종하며 독재정치를 실시했다. 노리에가는 마약 카르텔 정보를 미국에 넘겨 돈을 받고 니카라과의 콘트라반군에 대한 미국의 현금 지원과 무기 지원 통로 역할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노리에가가 미국 말을 듣지 않자 미국은 병력 2만 7000명을 동원하여 파나마를 침공했다. 미국은 파나마 침공의 명분으로 마약범 노리에가의 체포와 민주정치 복구를 내세웠지만, 노리에가의 이용가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파나마 운영권을 보호하려는 게 진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파나마 운하는 1999년 파나마에 반환됐지만,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는 중국 회사와 협정을 맺어 니카라과 운하를 개설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은 없는 상태다.

부자국가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국가는 더 가난해지는 구조

라틴아메리카는 천연자원 수출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천연자원의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 성장의 부침이 크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라 부른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 성장에 돌입하고 자국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라틴아메리카로부터 대거 수입하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올라갔다. 2014년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라틴아메리카의 불황을 가져왔다.

1950-6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경제학자들은 종속이론(Dependency Theory)을 만들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어져 있고 주변부의 부가 중심부로 이동하여 주변부의 경제가 중심부의 경제에 종속된다는 이론이다. 중심부 국가들은 고부가가치 상품, 기술적으로 진보된 자본 집약적 상품을 주변부에 수출하고 주변부 국가들은 노동집약적 원자재와 저부가가치 상품을 중심부에 수출한다.

그러나 수십 년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부의 상황이 변화했다. 특정 국가들이 산업화되고 주변부에서 벗어났다.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가 여기에 속하며 반(半, semi)주변부 국가라고 한다. 이들은 생산력이 발달한 국가들이지만 중심국에는 속하지 못한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의 지정학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중심부 국가들은 반주변부 국가들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레닌은 20세기 초, 제국주의를 분석할 때 자본의 수출을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1970~80년대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자본통제가 해제되면서 자본이 전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자본은 세계의 핵심지역, 서구로 이동하였고 서구는 나머지 세계의 자본을 흡수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상위 20%의 부는 호주,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스위스에 있으며 1970년에서 2020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80%의 부가 상위 20%로 계속해서 흡수되고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본이 국경을 넘는 것이 어려웠던 1910년대와는 달리 신자유주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자본의 이동이 매우 쉬워졌다.

오늘날 전 세계 주식의 60%가 미국 자본이며 미국 주식의 40%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즉 미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이고 전 세계 자본가들이 미국에 그들의 부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부 국가의 부가 빠르게 중심부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다. 산업화가 많이 이루어진 반주변부 국가들 일부가 브릭스(BRICS) 국가들이다. 이와 같은 부의 흐름은 브릭스 국가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라틴아메리카의 대안찾기, '브릭스'

브릭스는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이란, 에티오피아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으며 아르헨티나는 가입이 결정됐지만, 신자유주의 우익 정권의 집권으로 가입을 철회했다.

브릭스는 세계 경제에서 이미 G7을 능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이전까지는 미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했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교역이 가장 크다. 라틴아메리카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로 지난 100년의 미국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과의 무역이 적자이지만, 중국에는 흑자를 내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미국보다 세배나 된다. 브라질은 중국이 미국과 달리 내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 안에서는 분명 정치적 차이는 있다. 인도는 좀 더 우파적이고 서방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도 브릭스 국가들은 경제적 대안을 만들고 그들 사이에 무역을 늘리고 산업화를 하는데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브릭스는 신개발은행(NDB)이라는 새로운 은행을 만들었고 2023년 새로운 총재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했다. 호세프는 룰라와 같은 노동당 출신으로 룰라 대통령의 후임이었다.

▲ 지난해 8월 22~24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각국 대표가 23일 회의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신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돈 빌려주고 신자유주의 강요하는 IMF

브릭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탈(脫)극화이며, 특히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의 공동 설립자 중에 한 사람으로 브릭스 통화를 제안하고 남미 통화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과 중국은 양국 무역을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협정을 체결했고 룰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상하이에 있는 신개발은행 본사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달러 지배 종식을 촉구하고 IMF를 비판했다.

미국은 유일하게 IMF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으며 IMF는 수십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를 부채에 가두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왔다.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서는 IMF에 반대하는 시위가 자주 벌어진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우파 친미 정부로 인해 IMF에 40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졌고 IMF는 돈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했다. 아르헨티나는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아 왔다. 인플레이션 발생 이유는 IMF에 빌린 돈을 갚을 충분한 달러가 없기도 했거니와 투자자들에게도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월가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빚을 사들인 다음 미국 사법제도를 이용하여 아르헨티나의 자산을 압류하고 아르헨티나가 더 많은 빚을 내도로 강요하고 있다. 그리하여 아르헨티나는 만성적으로 빚을 갚을 달러가 부족하고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2019년 당선된 좌파정권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도파, 심지어는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잡았었다. 이 때문에 경제정책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관여가 많았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80년대, 90년대의 경험으로 채무 불이행을 매우 두려워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 불이행 대신 IMF와 채무협상을 시도했고 IMF는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조건을 부과했다.

사실 IMF로부터 이 부채를 가져온 것은 이전 우파정부였다. 2023년 대선에서 아르헨티나는 정권이 교체됐고 당선된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모든 인플레이션이 부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정부가 많은 돈을 지출해 빚이 늘어났으니 모든 사회 프로그램을 민영화하고 자국 통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라틴아메리카의 채무위기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채무 위기를 겪었고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잃어버린 수십 년 동안 극심한 빈곤과 불평등, 경제침체를 겪어야 했다. 2022년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라틴아메리카 빚의 74%가 사채권자들이었다.

사채권자들의 대부분은 가난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부채를 사들이는 월가의 자본들이다.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이 대출을 받을 때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이 이자는 월가의 자본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부채가 다른 사람의 자산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국가에 부채가 있다면 그 부채는 투자자에 의해 자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라틴아메리카 부채의 4분의 3은 해외 어딘가에서 투자자의 자산이 되어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부채는 부유한 국가들의 부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것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대안을 모색하는 이유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발전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하지만 자본시장, IMF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는 혹독하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브릭스와 신개발은행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의 선택, '핑크 타이드'

1980~90년대 잃어버린 수십 년의 세월로 고단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2000년대 들어 진보좌파 정권을 지지하게 되었고 이 지역에 '핑크 타이드' 물결을 만들어냈다. 좌파 정부 지도자들은 '남미은행'을 설립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에콰도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가 함께 했다.

그러나 쿠데타로 좌파 정부가 전복되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남미은행 설립은 좌절되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불안정과 미국의 간섭으로 지역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것은 종종 실패하였다.

그나마 성공적인 반제국주의 움직임에는 볼리바르동맹(ALBA)이 있었다. 1800년대 초 스페인 제국과 싸웠던 장군이자 혁명적인 민족주의자였던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연합체로 신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라틴아메리카의 반제국주의 연합체였다.

볼리바르동맹은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확고한 사회주의 국가, 반제국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 나라들은 니카라과,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쿠바로 알바연맹 소속 국가들이다.

브라질은 좌파 정부라 할 수는 없지만, 사회주의적 요소들을 많이 추구하고 외교면에서 미국의 제국주의를 굉장히 많이 비판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사회민주주의적 성격이 있지만, 반제국주의적 행동을 취하고는 있지 않고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멕시코는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고 리튬 광산을 국유화했다. 하지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건국 이후 내내 미국으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아왔다. 미국은 마약 카르텔을 부순다는 명분으로 멕시코를 침략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외교적으로 조금 더 독립적이고 싶어하지만 미국을 두려워하므로 반제국주의 흐름에서는 소극적이다.

선명한 반제국주의를 내건 니카라과, 쿠바, 베네수엘라는 미국으로부터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 쿠바는 지난 60년간 미국의 불법적인 봉쇄를 받아왔고 매년 유엔에서는 미국의 쿠바 봉쇄를 비난하는 결의안이 상정되고 대부분 나라의 찬성으로 표결이 이루어진다. 쿠바 봉쇄를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뿐이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친미적 우파정권들도 있다. 에콰도르 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의 아들이고 미국 시민권자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좌파 정부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다. 이 지역은 오늘날에도 신식민주의로 고통받고 있으며 좌익정부들이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적으로 라틴아메리카는 크게 3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신식민주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좌파 정부에 대한 쿠데타가 쉽게 이루어지거나 선거로 인한 정권 교체가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불연속성은 이 지역 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원자재와 저부가가치 제품 수출 비중이 높고 여전히 선진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다.

상당한 경제력을 가진 지주들이나 과두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시스템이 장악되어 있다. 그래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경제를 산업화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하는 정부들은 전복을 당하거나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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