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한국이 G20중 최고? 경제성장률 기사 제대로 보려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4. 5.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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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오랜만에 반가운 뉴스가 전해졌다. OECD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2.2%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되었다. 서울신문, 국민일보 기사 제목을 보면 G20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올해 G20 경제성장률 평균은 3.1%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6%는 G20 1등은 커녕 평균(3.1%)에도 훨씬 못미친다.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 기사 내용에는 G20국가 전체 1등은 아니라고 적시했다. G20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인 국가만 따로 추렸을 때 1등이라고 한다. 내용과 다른 제목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순위를 매길때는 자의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비교하는 것은 어색하다. 기묘한 비교대상 원출처는 정부 보도자료다. “주요 20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 이상인 국가중에서는 미국에 이어 2번 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다소 구차한 정부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언론은 굳이 인용할 필요는 없다.

▲ 5월3일 서울신문 기사
▲ 5월3일 국민일보 기사

예전에 '30-50클럽 가입국' 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언론의 설명을 보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포함해서 전세계에 7개국 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이탈리아, 한국이라고 한다. 자긍심을 갖기에는 좋은 개념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의적인 기준이다. 최소한 그런 클럽에 가입한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특히, “나라빚 증가 속도가 30-50클럽 국가중 최고”라는 보도는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다. 우리나라는 정의상 30-50클럽의 꼴찌 국가일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만 꼴찌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겨우 넘고 인구도 5000만 명을 살짝 넘는 나라가 만든 개념이니 이들 국가와 경제지표를 비교하면 대부분 꼴찌가 되기 마련이다. 이는 키가 180cm인 어떤 중2 학생이 180클럽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신나서 만들어 놓고 자기 키가 180클럽 중에서 꼴찌라고 한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말해 자의적인 개념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2024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굳이 자의적인 기준을 만들어 1등이라고 하지 않아도 대단히 높은 성장률이다. OECD 국가 중 4위다. 공식적인 기준으로 말해도 충분히 높은 성장률이다.

특히, 언론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성장률만 이미 1.3%다. 만약 4분기 모두 1.3% 성장하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무려 5.3% 성장한다. 경기 둔화가 문제가 아니라 이정도면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물론 올해 5.3%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간 성장률은 약 2.6%로 예측한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이 예측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하반기 고성장)이 아니라 '상고하저'(상반기 고성장-하반기 저성장)라는 의미다. 나와 내주변 사람들은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이미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이 과열에 가깝다고 하니 무언가 이상하다. 체감과 다른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2024년 1분기 경제성장률 관련 기사

경제성장률을 이해하는데에는 기저효과가 중요하다. 기저효과란 비교하는 기준시점에 따라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더믹 직후인 202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3%였다. OECD 국가 평균 경제성장률 6%보다 크게 하회한 수치였다.

그러나 이를 비판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더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년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7%로 OECD평균 -4.2%보다 크게 선방했다. 2020년 선방에 따른 기저효과로 우리나라 2021년 경제성장률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코로나 팬더믹 직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2021년까지 2년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3.6% 성장했고 OECD 국가는 평균 1.5% 성장했으니 비록 2021년 성장률은 낮아도 코로나 팬더믹을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OECD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마찬가지로 2024년 높은 성장률도 기저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2022년, 2023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2.6%, 1.3%로 OECD 국가 평균 경제성장률 3.0%, 1.7%를 하회한다. 2022년, 2023년 낮은 경제성장률 기저효과를 고려하여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3년간 6.7% 성장했고 OECD국가는 평균 6.5% 성장했다. OECD 평균보다 조금 높은 성장률이다. 참고로 같은기간 미국은 7.2%, 일본은 3.4% 성장했다.

특정 시점에서 수년간 증감률을 보면 기저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률이 발표되면 기저효과도 고려한 언론기사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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