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이어 IPTV마저? …넷플릭스發 코드커팅 가속화

윤정민 기자 2024. 5. 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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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가입증가율 최초 0%대…올해 역성장 나올 수도
'유료방송 생태계 보호 육성 정책 시급'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에서 KT가 유일하게 가입자가 줄었다. 케이블TV는 전반이 가입자 하락을 나타내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가 유일하게 늘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지난달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해지했다. TV가 있지만 TV로 방송을 본 실제 시간은 일주일에 많아야 3~4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가 시청했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와 예능 '최강야구'는 이씨가 구독하는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였다.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둘 다 구독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이씨는 IPTV를 포기하기로 했다. OTT에는 볼 만한 콘텐츠가 풍부한 반면 IPTV에는 OTT만큼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불필요한 채널이 많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가 국내 콘텐츠 주 소비처로 자리 잡자 IPTV 가입자 반기별 증가율이 0%대를 기록했다. 한때 유료방송 부가서비스로 인식됐던 OTT가 구독료 인상에 IPTV 대체재로 역할하면서 향후 전체 IPTV 가입자 수마저 감소하는 일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6개월 평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106 가입자(단말장치·단자)로 전 반기 대비 0.1% 줄었다. 2015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조사 이후로 첫 가입자 수 감소다.

이러한 감소에는 케이블TV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KT스카이라이프)의 지속된 가입자 감소 추세 속에 IPTV 가입자 수 증가세가 꺾인 영향이 컸다. IPTV 가입자 수 증가율은 0.54%다. 2016년 하반기 6.3%,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대를 유지하다 2021년 상반기 이후 감소하더니 이번 조사 때 처음으로 0%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IPTV 1위 사업자 KT 가입자 수는 지난 하반기에 3만8576 가입자가 줄었다. 이 역시 정부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료방송 이용자 3명 중 1명 "해지 고민"…코드커팅 더 가속화될 듯

유료방송업계 "OTT와 공정 경쟁 펼치려면 규제 완화 필요"

[서울=뉴시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 스틸컷 (사진=디즈니+ 제공) 2024.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3일 국내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2만545명 중 37%가 코드커팅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비자들이 유료방송 해지에 나선 이유는 볼 만한 콘텐츠 대부분이 TV 대신 OTT로 충분히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본방'을 사수할 필요도 없다. 굳이 본방을 사수할 필요도 없다. 콘텐츠 공개된 순간부터 어느 때고 볼 수 있다.

현재 지상파에 제공되는 드라마는 대부분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SBS 드라마 '7인의 부활'은 쿠팡플레이에서, '재벌X형사'는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볼 수 있다.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tvN 드라마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OTT와 IPTV를 동시에 소비하는 데 요금이 부담된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OTT 이용률 1·2위(방통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기준)인 넷플릭스와 티빙 월 이용료는 총 1만1000(광고형 멤버십 기준)~3만4000원(프리미엄 멤버십 기준)이다. 멤버십 가입 유형에 따라 IPTV 요금제보다 저렴하면서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반면 IPTV 요금이 부담스러울 만큼 OTT에 더 많은 이용료를 내는 셈이다.

IPTV 3사 요금제 가격은 월 1만원 중반~2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SK브로드밴드 'B tv 올'(257개 채널 제공) 월 이용료는 1만6500원이다. KT '지니 TV 에센스'(266개 채널 제공)는 월 1만6500원, LG유플러스 고급형은 월 1만7600원이다. 여기에 셋톱박스 임대료까지 고려하면 월 요금은 수천원 더 오른다.

올해도 OTT발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 후 타 플랫폼 이동하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2만545명 중 37%가 코드커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해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 '해지 고민 중' 응답률은 33%였다.

이 기관은 "인터넷만 연결하면 OTT 시청이 가능한 스마트TV가 보편화되면서 OTT 위주 시청자라면 매월 요금을 납부하며 유료방송을 유지할 이유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시·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거의 무제한 골라 볼 수 있는 OTT의 대세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미 가입자 감소세인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가입자 정체기에 머문 IPTV 모두 생존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OTT와 달리 콘텐츠 편성, 수위 등에 제약이 많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일한 시장 아래 유료방송 업계가 규제가 사실상 없는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데 있어 불리한 조건에 있다"며 "의무채널 편성 제도 폐지 등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주석 인하대 교수는 최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 관련 세미나에서 "수년 안에 국내 채널·유료방송 사업의 쇠퇴 가능성이 높고, 방송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실시간 방송 생태계를 보호·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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