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준 "교촌·멕시칸·호식이 고향이 대구…'맥도날드'는 왜 못 나오나" [인터뷰]

설지연 2024. 5. 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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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이것만큼은
'TK 최연소' 우재준 국민의힘 당선인
"사업주 구속되면 근로자도 실직
산재 현실 반영 못하는 중처법
변호사 경험 살려 바꿔보고 싶어
보수정치인 덕목은 '기존 시스템 존중'
자생적 성장한 대구기업 관찰할 것
글로벌 프랜차이즈 밀고 키워주겠다"
우재준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전 세계에서 치킨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우리나라고 그중에서도 1등은 대구입니다. 교촌·멕시칸·호식이 두 마리 등 전국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의 고향이죠. 대구에서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1등 프랜차이즈가 왜 못 나옵니까?" 

올해 36세인 우재준 국민의힘 당선인(대구 북구갑·사진)은 TK(대구·경북) 지역 최연소, 당내에선 김용태 당선인에 이어 두 번째로 젊다. 지난 15일 기자와 만난 그는 청년 당선인이지만 신선함 만을 앞세운 '판을 깨는 개혁'을 주장하기보단 보수정당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존중'을 더 강조했다.

지역구인 대구의 산업을 말하면서도 그는 "전국 모든 지역이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오히려 지역이 원래 잘하던 분야를 더 잘 할 수 있게 키워주는 것도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했다. "굉장히 새로운 것을 띄우기 전에 지역에서 이미 잘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게 키워주고 밀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30대 젊은 정치인으로서 국회에 들어가면 '이런 건 바꿔보고 싶다'는 게 있나. 당내 김재섭 김용태 당선인처럼 벌써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보이는데. 

"사실 저는 보수정당의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 중 하나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다 때려 부수고 새로운 걸로 뒤엎자'는 건 진보 정치다. 그동안의 국회가 당연 잘못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기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 평가하고, 그 가운데 제가 더 기여할 부분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정치를 꾸준히 준비해 온 사람이지만, 보수 정치인이라면 기존 시스템에 대해 꽤 면밀히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존 시스템을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던 부분을 콕 찍어 당장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개선점을 바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표면적으로 좀 잘못돼 보이는 것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게 공부한 다음에 입장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보통의 청년 정치인과는 다른 대답이다. 

"물론 새로운 변화도 당연히 시도해야 한다. 정치권에 새로움을 추가하기 위해 제가 뽑힌 거라고도 생각한다.

기성 '86세대'를 지금은 쉽게 비판하지만, 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수도 이전' '한미 동맹' 등 거대 담론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고, 그런 자신들의 정치적 비전에 대해 실험도 충분히 했고 이제 평가받을 때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세대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젊은 정치인들이 앞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논의에 앞서 기존 것에 대해 깊이 살펴야 하고, 충분히 공부해 깊게 보고 다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호로 발의할 법안은 어떤 걸 생각하고 있나. 

"지역 현안이 있어 관련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할 예정이다. 지역 내 경북도청 이전 부지가 있는데 입법 오류가 있어 도청 부지는 대구시가 소유권을 확보했지만, 교육청 부지는 할 수 없다. 전임자들은 이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법을 개정해 교육청 부지도 대구시 소유로 옮기는 게 맞다고 본다. 부지를 확보한 뒤 어떻게 개발할지는 지역사회와 함께 논의하겠다." 

 ▶상임위는 어디를 희망하는지.

"환경노동위원회에 가고 싶다. 지금까지 환경·노동 이슈는 ‘86세대’가 주로 주도해 왔고 그들이 만든 오래된 패러다임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30대 젊은 의원으로서 ‘제3노조’ 등 새롭게 일어나는 노동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가 변호사이 때문에 관련 법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 노동 분야도 법조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재준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환노위에 가게 된다면 어떤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싶나.

"산재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생각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산업재해 사건을 수임할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입법과 현실의 괴리를 발견했다. 피해 근로자들은 더 많은 보상금을 받고 싶어 하고, 사업주나 관리자의 처벌은 원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대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사업주의 형사 책임은 조금 낮추고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산재 사건에서 많은 사업주들은 같이 일했던 피해 근로자에 대해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법에서 정해진 보상액보다 많이 지급하곤 한다. 피해 근로자들도 사업주에 대한 보복보다 충분한 보상을 더 원하는데 지금까지의 입법 방향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중소기업은 사업주가 구속되면 회사는 망하고, 일하던 근로자도 다 잘린다. 형사 책임을 조금 낮추더라도 보상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면 사업주 입장에서도 안전 관리를 강화할 유인이 커질 것이다."

▶지역구 관련해선 어떤 정책을 추진해보고 싶나.

"대구는 특히 우리가 뭘 먹고 살지, 어떤 산업을 성장시켜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곳이다. 고민이 많다 보니 대구도 로봇, AI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엔 정치인들이 '어떤 산업을 키우자'고 선언하면 기업이 그에 맞춰 따라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에 지역에서 잘하는 사업을 계속 잘하게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태도는 '내가 뭔가 엄청나게 무슨 산업을 정해서 키워야 할지'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지역을 찬찬히, 선입견 가지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업이 여기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 

그런 맥락에서 대구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굉장히 많다. 특히 교촌, 멕시칸, 호식이 두 마리 등 치킨 프랜차이즈의 고향이 대구다. 양념치킨이 처음 태어난 곳도 대구다. 그밖에 서가앤쿡, 미즈컨테이너, 토끼정, 안상규 벌꿀, 신전 떡볶이 등도 대구에서 출발했다. 

이 기업들의 특징이 뭔 줄 아나. 대구에서 커서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점이다. 교촌치킨도 대구에서 성장했는데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우리는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지역에서 큰 기업조차 못 붙잡고 있다. 

멋지고 그럴듯해 보이는 4차산업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진 않아도 우리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 중인 기업을 잘 관찰하고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많은 대구에서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못 나오리란 법 있나. 

한국이 전 세계에서 치킨 가장 잘 만드는 나라고, 그중에서도 1등은 대구다. 여기서 맥도날드가 왜 못 나오나. 맥도날드 같은 기업의 본사가 대구에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대구에 맛집이 없다'는 편견도 있는데 유명 프랜차이즈들의 본고장인 건 뜻밖이다. 이유가 뭘까. 

"우연이 겹친 거라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는 사실 음식을 잘해야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관리를 잘해야 하는 사업이다. 유통과 인력 관리 등이 혼합된 사업이다. 이 관리의 노하우가 희한하게 대구에서 발달했다. 대구 기업인들끼리도 친하고 교류하다 보니 서로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이런 사회적 자본이 대구에 만들어진 것 아닐까 생각한다. 

대구가 오랫동안 산업이 침체하다 보니 지역의 인재들이 이 분야로 많이 진출한 것 아닐까도 추측해본다.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성장하는 산업, 기업이 있으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이분들을 지원할 것이다. 대구에 '맥도날드'가 탄생하게 하겠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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