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의대 증원 규모도 바뀔까... 법원 내놓은 ‘의정 타협안’ 보니

표태준 기자 2024. 5.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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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오전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의료계가 신청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기각하며 정부에 권고한 “2025년 이후 의대정원을 정함에 있어서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대목에 교육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대생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부는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집하지는 말란 취지다. 대학가에서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을 기각·각하하며 결정문에서 “의대 정원을 2025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며 “헌법 제31조 제4항은 대학의 자율성을 확고하게 보장하고, 의대의 인적·물적 설비 등 의대생 학습환경과 관련된 사항은 대학 측이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실제 (정부는) 거점국립대 총장들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모집인원을 조정했다”며 “향후에도 대학 측 의견을 수렴해 의대생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정부는 “의대 증원분의 5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 건의를 받아들여 각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줬다.

법원의 이러한 권고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인, 과학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라도 정부는 2000명 증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가 여전히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만큼 통일된 안으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최대 1509명으로 정해지며, 신입생 4567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법원이 우려한 ‘의대생 학습권 침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의대 1학년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계속 이어가 유급되면, 내년에는 한 학년에 7000명 넘는 의대생이 함께 학습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 의대 정원이 늘어난 한 지방대 총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시설·교원을 빠르게 확충해도 솔직히 올해 유급된 1학년과 내년 신입생을 함께 수업할 여력까지는 안 된다”고 했다. 각 대학이 먼저 나서서 정부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함에 있어서도 자율권을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의대 증원 정책 관련 소송에서 대학 총장뿐 아니라 의대생도 원고 자격이 있는 당사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나름의 의정 갈등 타협안을 내놓은 셈”이라며 “정부가 향후 ‘2000명’을 고집하면 내년에 의대생들이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교육 현장 증거를 모아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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