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퓰리처상 수상한 우일연 작가 “내 책은 미국의 情 이야기”

황지윤 기자 2024. 5.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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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메일 인터뷰서 “한국계 미국인 정체성은 중요한 자산”
/우일연 작가 홈페이지

미국 최대 권위를 지닌 퓰리처상의 올해 전기(傳記) 부문 공동 수상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우일연. 한국계가 언론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도서 부문에서는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 출간 이후 평단의 호평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가 ‘2023년 최고의 책 10권’ 중 하나로 꼽았고, 더 뉴요커, 타임 등도 주목했다.

책은 1848년 미 남부 조지아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탈출을 감행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내 엘런은 백인 남성 농장주로, 남편 윌리엄은 엘런의 노예로 변장해 험난한 여정을 이어나간다. 화제의 논픽션(비소설)을 쓴 우일연을 이메일로 만났다.

–한국의 독자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

“안녕하세요? 나의 뿌리(ancestral home)인 한국에서 보내주는 뜨거운 관심에 감동받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살고, 엄마이자 전업 작가다. 나이는 밝히지 않겠다.”

–수상을 예감했나?

“전혀 몰랐다. 개를 산책시키려고 나가는 중에 퓰리처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에드 박에게서 “예스!!!”라고 적힌 문자를 받았다. ‘뭐지?’ 싶었다. 그 순간 에이전시에서 수상한 전화가 왔다. 전혀 믿을 수 없었고,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서점 '벨몬트북스(Belmont Books)'를 찾은 우일연 작가. /우일연 작가 인스타그램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컬럼비아대 대학원 시절 문학 수업을 들으며 크래프트 부부에 대해 알게 됐다. 1860년대에 이 부부가 쓴 ‘자유를 향해 1000마일을 달리다(Running a Thousand Miles for Freedom)’을 읽고, 수년간 이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끊임없이 이들의 흔적을 조금씩 모으며 연구하다가 결국 책까지 쓰게 됐다. 10년 넘게 작업한 셈이고, 휴지기를 제외한 작업 기간만 따지더라도 최소 6~7년은 걸렸다.”

–원고를 보내고 나서의 반응은?

“초고를 보냈을 때 편집자가 6쪽짜리 혹평을 보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학문적 무덤(scholarly tomb)’이라는 평.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생생한 삶이 완전히 잘려나간 것 같다며, 처음부터 다시 새로 쓰라고 했다. 울면서 기꺼이…. 이제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제목의 의미는?

“‘엘런과 윌리엄 크래프트의 이야기’ 같은 전통적인 전기 제목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라는 제목이 귓가에 들렸다. 내가 해체하고 싶은 분류들이다. 크래프트 부부가 이 분류를 해체하도록 늘어놓은 셈이다.”

올해 퓰리처상 전기 부문 공동 수상작인 우일연 작가의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 /Simon&Shuster

–첫 책 ‘위대한 이혼(The Great Divorce)’도 일종의 전기다. 당신에게 전기란?

“전기를 쓰려고 마음먹고 쓴 건 아니다. 전기라기보단 ‘이야기 논픽션(narrative nonfiction)’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서사에 이끌렸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말하게 된 것이다. 나는 모든 장르의 글쓰기에 열려 있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를 ‘정(情) 이야기’라고 소개한 적도 있다.

“처음에 부제를 ‘미국의 사랑 이야기’라고 달았는데, 불현듯 ‘정(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정은 사랑(love)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유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되기로 한 건?

“책과 이야기가 좋아서 문학박사까지 했지만, 학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한 연구기관 펠로십 과정 중 ‘학계가 아닌 일반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내용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같은 과정을 듣던 기자가 그의 파트너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그 파트너가 나를 어느 에이전시에 소개해주면서 이 모든 역사가 시작됐다!”

우일연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버지의 날을 기념해 올린 사진. 그는 "아버지는 MIT 대학원생 파티뿐 아니라 어느 자리든 간에 내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썼다. /우일연 작가 인스타그램

–건축가 우규승과 피아니스트 김정자의 딸이다. 그들의 영향은?

“부모님은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보여준 롤 모델이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작가로 성장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독특한 위치는 미국 사회에서 중심과 변경을 둘 다 경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자산이다. 이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다. 나는 한국 전래 동화를 듣고, 한국 노래를 부르며 자랐다. 이야기란, 어느 책의 한 페이지에 덩그러니 놓인 게 아니라 역사 속에, 주변과 상호작용하면서,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웠다. (나의 정체성은) 열려 있는 자세로 여러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쓰고, 전하도록 해 주었다.”

☞우일연

논픽션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로 올해 전기(傳記)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도서 부문에서 한국계 작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미 매사추세츠에서 자랐고, 예일대 졸업 후 컬럼비아대에서 영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버지는 재미 건축가 우규승씨,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김정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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