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베이징서 1200㎞ 떨어진 ‘동방의 모스크바’ 하얼빈 갔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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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 받는 군사대학 방문
시진핑과 ‘올림픽 휴전’도 논의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7대 군사 대학'에 속하는 하얼빈공업대학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7일 1200㎞ 떨어진 하얼빈으로 이동했다. 하얼빈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헤이룽장성의 성도(省都)로, 제정 러시아 시기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어 ‘동방의 모스크바’라고 불리는 도시다. 푸틴의 하얼빈 방문은 중국과의 각별하고 오랜 인연을 강조하면서 서방이 견제하는 군사·에너지 협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대한 ‘파리 올림픽 휴전’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이날 전했다.

푸틴은 이날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과 제4회 러시아·중국 지역 간 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축하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러시아 매체 RTVI는 “푸틴의 이번 방중 대표단에 경제·에너지 분야 인사들이 대거 동행했다”며 “양국 정상회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하얼빈시는 푸틴을 맞이하기 위해 ‘소련 홍군 열사 기념비’를 새로 칠했다고 중국청년보는 전했다.

푸틴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군사 교육 시설 하얼빈공업대학도 방문해 학생·교직원들과 대화했다. 중국 군사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방 7대 대학[國防七子]’ 중 한 곳인 하얼빈공대는 2020년 미사일 개발에 미국 기술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 기술자들이 미사일 관련 기술을 배우려 유학하는 대학으로도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의 하얼빈 방문 일정은 한정 국가부주석이 동행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푸틴이 미국 주도 서방의 압박에 맞서 중국과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정 러시아 시절 유럽풍 도시로 건설한 하얼빈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의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1895년 청일전쟁 직후 러시아가 동청철도부설권을 획득하게 되면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됐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피해 백계(白系) 러시아인들이 모여들면서 하얼빈의 러시아 인구는 한때 15만을 훌쩍 넘겼다.

류빈 중국 외교부 유라시아사장(국장)은 17일 푸틴 대통령 방중 결과에 대한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은 시기가 중요했고, 성과가 풍성했다”면서 “다음 단계로 양국 정상 합의에 따라 경제·무역·에너지·농업 등 전통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AI(인공지능)·첨단기술·기초연구 등 새 협력 지점을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푸틴의 방중으로 하얼빈이 속한 중국의 동북 지역과 러시아의 극동 지역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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