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푸틴이 2030년까지 한반도에 미칠 영향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 2024. 5.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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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러시아 국방장관, 질 떨어지는 북 재래식 무기 축소할지 주목

(시사저널=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

푸틴 대통령은 5월7일 다섯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향후 6년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러시아 국민과 함께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것이며 함께하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은 국내 통합과 경제 발전 속에 우크라이나에서 승리를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인 지휘관들을 연이어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러시아 발전이 전장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강조함으로써 군사적 성과를 올리도록 독려했다.

푸틴이 2030년까지 도합 30년간 장기 집권하며 전쟁을 지속하는데도 국내 지지가 유지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크렘린이 내건 '외부 적과 생존적 대결' 프레임 효과다. 푸틴이 전쟁 지원 설득·선전을 병행함에 따라 러시아 국민·지도층은 이번 전쟁을 우크라이나를 넘어 생존을 위한 서방과의 투쟁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민족주의·애국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고유가와 정부 주도 경제 운영에 힘입어 올해 2.6% 성장률이 예상될 정도로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제 덕분이다. 

문제도 있다. 러시아는 전선에서 40만 명에 이르는 전사·부상자와 2000여 대가 넘는 장비 손실을 입었다. 군비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 과열과 불균형 성장, 젊은 층 동원과 100만 명 상당의 해외 유출로 인한 노동력 부족, 선진 기술 개발 여건의 악화 등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쇼이구 전 국방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AP연합

경제통 국방장관 임명한 푸틴의 노림수

푸틴은 국정 운영을 책임질 내각 진용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방장관 교체다. 푸틴은 '쇼이구' 대신 경제학자 겸 부총리 출신인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제고해 무기 공급과 전시경제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장기전에서 승리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지원 지체와 병력 부족으로 지친 상태에 있는 반면, 러시아군은 주도권을 쥐고 미국의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점령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5월초부터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포격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밀리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70여km 떨어진 인근 마을들을 점령하며 약 10km의 완충지대를 구축하려는 작전을 펴고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군이 10개 여단 병력을 확충하고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아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전세의 큰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취임 연설에서 서방에는 대립 속 대등한 입장을 요구했고, 중국을 비롯한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가운데 다극 체제를 추구하겠다는 대외 메시지를 보냈다. 즉 크렘린은 대외 협력의 중심을 대립 중인 서방에서 중국, 브릭스, 구소련 이웃 국가, 세계 개도국권 등으로 옮기려고 한다. 이를 과시하듯 푸틴은 취임 다음 날 구소련 이웃 5개국 정상들과 유라시아 경제연합 설립 10주년 기념 회의를 개최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가 관심을 갖는 서방과 중국과의 관계는 복잡하며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푸틴은 미국과 유럽에 러시아를 대등하게 대하고 봉쇄로 약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내 점령 영토의 기정사실화, 나토의 군사 인프라 철거 등의 요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쟁이 계속되는 한 서방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 ⓒEPA연합

러시아-북한 '무기 거래' 지속 여부가 관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 포기 등을 시도하면서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주도적으로 맡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의 여론과 의회가 러시아에 적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재 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경우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러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둘째, 푸틴은 중국과 더욱 긴밀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푸틴이 취임식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의 사정은 복잡하다. 초기 관망세와는 달리 중국 시진핑 주석은 '100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변화기'를 맞아 푸틴과 함께 미국 주도 질서를 대체하는 세계를 추구하겠다는 공동 명분하에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지 않도록 돕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쟁 중 유럽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구입해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작년부터 중국 회사는 직간접적으로 군수 품목으로 매달 3억~6억 달러 규모를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서방은 심각한 우려를 갖고, 러·중 교역의 약 5배인 중국과 서방 간 무역 관계에 대한 악영향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해 2차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금융권이 대러 거래를 축소하는 등 주저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5월16~17일 국빈 자격 방중으로 시 주석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이번 러·중 간 정상회동을 통해 러시아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인 반면, 중국은 서방 관계를 고려해 전략적 이중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전쟁 중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필요했고 반미 연대의 대항 세력으로 중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러·우크라 전쟁 수행을 위한 첨단 부품 장착 무기의 수요 증가나, 러·중 관계 중시에 따라 러·북 관계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러시아의 국방장관 교체 이후 질이 떨어진다는 북한 포탄 등 재래식 무기 거래를 축소·중단할지는 주목해볼 대목이다. 앞으로 러시아가 거래를 지속할 경우 우리의 외교·군사적 대응 태세는 다각도로 더욱 고도화되고 강력해질 것은 자명해 러시아로서는 동북아에서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미·중 간 대립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우리의 방위비 증액을 거론하며 또다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대국들의 관계 변동에 따른 영향을 완충하기 위한 방안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중·러의 변화, 미국의 압박 가능성 등을 고려해 모든 대책을 염두에 두고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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