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1등 신문’답게 자존심 좀 지킵시다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2024. 5. 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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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총선 기간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4월4일자 1면 헤드라인 기사 "내로남불 기득권 '좌파의 가면' 심판의 표로 벗겨야"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 야 3당 대구시당은 4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매일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을 밝히며 "총선 당시 불공정, 편파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최석채 〈대구매일신문〉 주필은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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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언론'을 향한 갈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곧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 언론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 4월4일자 1면 헤드라인 기사. ⓒ매일신문 갈무리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총선 기간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4월4일자 1면 헤드라인 기사 “내로남불 기득권 ‘좌파의 가면’ 심판의 표로 벗겨야”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 야 3당 대구시당은 4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매일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을 밝히며 “총선 당시 불공정, 편파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총선 사전투표 전날인 4월4일, 1면에 나간 기사는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선동 대자보에 가깝다. 야당이 말하는 편파성을 제쳐두더라도, 문장 대부분이 원색적인 비난으로 구성됐고 반론은 일절 싣지 않았다. ‘야당 후보’를 주어로 한 문장은 ‘국민을 기망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시키고 있다’ ‘전례 없는 선거 왜곡 현상을 초래할 전망이다’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로 끝난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4월6일자 논설 ‘총선, 또 좌파 음모·선전·선동에 당할 것인가? 투표로 대한민국을 지킵시다!’는 한발 더 갔다. 아무리 논설이라지만 타깃을 좁혀도 너무 좁힌 글이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이런 대통령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마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 꼼수 대신 나라와 국민만 바라보는 비슷한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을 찬양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내용이다.

〈매일신문〉의 논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처음은 아니다. 포털에는 대구경북의 보수성과 연결 지어 ‘지역 수준’을 비난하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정곡을 찌르는 댓글도 있다. ‘〈매일신문〉 간간이 들어와서 보는데 이 기사는 정말 실망이네요. 여당 기관지 같은…. 야당의 잘못을 이런 식으로 제목에 달았다면 여당의 잘못된 행태도 같이 비판하고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구경북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우려하는 건 지역의 언론 생태계다. 〈매일신문〉의 문제는 개별 매체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일간지‧방송‧인터넷신문‧독립언론 등 다양한 매체가 각자 자리에서 최소한의 윤리를 고민할 때 언론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다. 또한 ‘자존심을 지킬 때’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지자체 또는 기업 광고가 기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라고 풀어쓸 수 있겠다. 언론사도 기업인데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는, 나이브한 지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너진 언론 생태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선 당장 10년 앞도 장담할 수 없다.

언론의 생존 전략은 권력 감시와 견제

‘지역 1등 신문’이 한쪽으로 경도된 모습에 지역 언론인들이 보이는, “거긴 원래 그래”라는 힘 빠진 태도도 문제다. 매체의 보수적 논조를 지적하자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취재 보도의 준칙에 대해서도 관성적으로, 관행적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미디어 감시 매체나 시민단체가 별로 없기에 서로의 감시견이 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공멸하지 않기 위해선 경쟁하면서도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매일신문〉은 ‘원래 그렇지 않았다’. 최석채 〈대구매일신문〉 주필은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됐다. 그는 1955년 9월 쓴 사설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에서, 이승만 대통령 최측근이던 주미 대사 임병직의 대구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부당하게 학생들을 동원하는 권력을 비판했고, 개선을 요구했다. 최 주필이 구속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4200부 수준에 머물던 발행부수가 1만 부를 돌파하게 됐다(〈매일신문 50년사〉). 이것은 결국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본을 지켜야 생존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수의 가치는 ‘기본’ 위에 세워도 늦지 않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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