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하루 12시간 주식거래… 주가 변동성 확대 우려도

한여진 기자 2024. 5.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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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출범으로 한국거래소와 복수 체제로 개편
내년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12시간 동안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뉴시스]
국내에서 '12시간 주식거래'가 시작된다. 금융위원회는 5월 9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금투센터 빌딩에서 '자본시장 인프라의 질적 발전을 위한 ATS 운영 방안' 세미나를 열고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3월 초 출범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증권거래 시장이 68년 만에 복수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ATS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주식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ATS가 영업을 시작하면 기존 정규 거래 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추가로 운영한다(표 참조).

출범 초기 800여 개 종목 거래 가능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투자자는 KRX와 넥스트레이드 가운데 거래소를 선택해 주식거래를 하게 된다. 암호화폐를 여러 거래소 중 한 곳을 골라 거래하는 것과 같다. 만약 투자자가 거래소를 선택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가격, 수수료, 주문 규모,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소로 자동 주문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분기까지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제시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이에 따라 최선집행 기준과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초기에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높은 코스피·코스닥 800여 개 종목만 거래한다. 이후 금융당국은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할 방침이다. ATS도 가격 변동폭(±30%)과 거래 정지·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 정지)·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일시 정지) 같은 시장 안정 조처, 거래결제일(거래일+2일) 등은 KRX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호가 유형은 늘어난다. ATS 출범 시기에 맞춰 KRX와 ATS에 '중간가호가' '스톱지정가호가' 등 두 가지 새로운 유형이 적용된다. 중간가호가는 최우선 매도·매수 호가의 중간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는 방식이다. 스톱지정가호가는 시장 가격이 투자자가 미리 정해놓은 가격 수준에 도달하면 지정가로 주문되는 방식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ATS가 정식 출범하면 새로운 호가 유형이 도입돼 다양한 거래전략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매매 체결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라서 시장 간 건전한 경쟁이 투자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 말처럼 금융당국은 ATS의 또 다른 장점으로 수수료 절감을 내세우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KRX 수수료율보다 최대 40% 낮은 수수료율 적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KRX 수수료율은 0.0027%로 이미 낮아 최대 40% 할인해도 절감되는 수수료율은 고작 0.001%p 정도라서 투자자가 수수료 절감 효과를 실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쟁력 확보 우려 의견도

ATS 출범이 주식거래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16년 8월 1일 오후 3시 마감이던 정규장 운영시간을 오후 3시 30분으로 30분간 연장했지만, 당시 한 달 거래량은 78억 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오히려 6.7% 줄었다. 무엇보다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 전략을 펴는 '단타족'은 커지는 변동성으로 인해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투자자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을 해결해야지 거래 시간만 늘린다고 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으며, 또 다른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코인판처럼 될 수 있다"면서 변동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기업 실적이나 공시는 주로 장 마감 이후 나오는데, 공시가 주식시장에 곧바로 반영되다 보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나 증권상품이 거래되면 소위 말하는 '작전세력'이 판을 칠 수도 있다.

한국 시장 규모에서는 ATS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에서 PTS(사설거래시스템) 시장점유율이 2020년 이후 높아지는 추세지만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9%대에 불과했다"며 "한국도 시장 수요와 니즈를 잘 파악하지 않은 채 ATS를 도입하면 생각보다 경쟁력 확보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큰 일본도 2000년대 초 ATS와 유사한 PTS가 10개나 설립됐지만 대부분 폐업하고 현재는 재팬넥스트, Cboe재팬, ODX 등 3개사만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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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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