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출마는 ‘포스트 윤석열’ 향한 ‘정치인 한동훈’ 홀로서기

구자홍 기자 2024. 5.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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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동훈]

● 비대위원장은 ‘구원투수’로 호출된 것
● 국민의힘 108석, 한동훈 ‘덕분’ vs ‘때문’
● 민주당 ‘입법 독주’ 공포가 한동훈 재소환
● ‘무엇이 되느냐’보다 ‘무엇을 하려느냐’가 중요
● 출마해야 ‘별의 순간’ 잡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11일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3·9 대선 이후 22대 총선까지 2년 시간이 국정을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었다면, 22대 총선 이후에는 거대 의석을 확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시간이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3년은 너무 길다'며 창당 한 달 만에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한 원내 제 3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있고, 대선 때 '대선후보-대표'로 한솥밥을 먹었지만 대선 직후 '내부총질러'로 내몰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딴살림을 차린 원내 제 4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는 아직 3년 가까이 남았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우군은 급격히 쪼그라든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치러진다. 따라서 차기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느냐, '108 번뇌'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국민의힘 108명의 의원을 원만히 이끌 리더십이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는 총선 과정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아직 예전과 같은 긴밀한 관계로 복원되지 않았다.

그가 당대표 되려는 이유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총선 때 함께한 실무 당직자, 그리고 자신이 영입한 이상민 의원, 그리고 이재명 대표와 맞서 싸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식사를 함께 한 한동훈 전 위원장이지만 아직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회동하지 않고 있다.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몰라도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과 함께 만찬을 한 4월 16일 윤 대통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회동을 했다.

윤-한 갈등이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의 차기 전당대회 등판론이 비등하다. 그의 사퇴로 치러지는 전대에 그를 다시 선출할 것이냐를 묻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 한 달 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그가 '집'을 놔두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길거리를 활보하며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전해졌다. 이 같은 반(半)공개 행보는 그가 국민의힘 전대에 나올 의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 거취는 무엇보다 21대 대선과 연관돼 해석되고 있다. 전대 출마가 '별의 순간'을 잡는 데 유리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 관건은 총선 패배에 책임지겠다고 물러난 그가 곧바로 당대표 도전에 나섰을 때 총선 때처럼 '한동훈 신드롬'이 재점화할 수 있느냐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여권 내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전체 300석 중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은 '한동훈 덕분'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전국을 돌며 셀카나 찍는 준비 안 된 리더십으로 겨우 108석 확보에 그쳤다'는 책임론이 맞서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앞장서 한동훈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 세 번째 대권 도전이 유력한 홍 시장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한 전 위원장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린다는 분석도 있지만, 홍 시장이 보수 지지층 사이에 형성돼 있는 '한동훈 총선 패배 책임론'을 앞장서 대변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총선 패배 책임론'에 난색을 표한다. 가장 비관적 상황에 등판해 온몸을 던진 그에게 마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화살을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 한 측근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총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비등해지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에게 구원투수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명 주도 민주당 천하'에 대한 공포

1월 8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한동안 여론은 한동훈 신드롬에 힙입어 여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기도 했다. 더욱이 민주당에서 '비명횡사' 공천 논란이 불거지던 시점에는 국민의힘에 화색이 돌았고, 승리를 낙관하던 민주당에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그러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문제의 발언이 터져 나왔다.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정면 충돌했고, 공천 결과를 두고 친윤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대파 논쟁 등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에서 '여소거야'로 의석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선거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의 사퇴로 치러지게 된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그의 재등판을 바라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5월 2주차 설문조사에서 '한동훈 당대표 조기 등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평가층에서 절반이 넘는 5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6%가 '조기 등판'에 찬성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동훈 재등판론'에 대해 정혁진 변호사는 "한동훈 개인에 대한 선호 여론이 높기 때문이라기보다 윤석열 정부 하반기 국정 운영이 자칫 '이재명 대표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관련 특검법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처럼 22대 국회가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 천하'가 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동훈 재등판론은 국회가 이재명 대표 입맛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막으려면 대항마 격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는 미우나 고우나 한동훈만 한 인물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대위원장이 '임시직'이라면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는 임기 2년 정규직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거둔 '108석'이 충분치 않다고 보는 측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곧바로 당대표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에 한 전 위원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라며 "108석이란 국민의힘 의석수만 놓고 보면 한동훈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은 정치력과 그 정치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인데, 한 전 위원장은 정치력도 정치세력도 갖추지 못한 만큼 당분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치력을 키우고 정치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이라는 단기 승부를 겨루는 것과 당대표로 집권당을 이끄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며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과 상대해야 할 뿐 아니라 껄끄러워진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려면 총선 때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전대에 나선다면 당선해도 문제, 만약 출마했다 떨어지면 더 큰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집권여당 대표는 여야 협상은 물론 집권 세력 내부 이견을 조율해야 할 막중한 자리"라며 "더군다나 의석수가 민주당에 비해 크게 밀리는 여소거야 상황에서는 여당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분간 정치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정치인이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아 대야 협상력을 발휘해 정치 운영의 묘를 발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22대 국회 개원 이후 한국 정치는 원내 제1당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한 전 위원장은 자신만의 정치적 비전을 가다듬는 정치적 숙성기를 갖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호흡 맞추는 2인 3각 경기

한동훈 전 위원장이 5월 3일 선거를 함께 치른 당직자들과 만찬을 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에서 선출된 8명의 대통령 가운데 7명은 국민 대표이자 입법부 구성원인 '국회의원'으로 활약한 공통점이 있다.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감시할뿐더러 국가 미래에 필요한 입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국정을 이끌려는 차기 주자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1987년 13대 대선에 당선한 노태우 대통령은 12대 국회의원,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9선이라는 헌정사상 최다선 기록을 갖고 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도 6선 의원을 지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13대 15대 재선 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14대 15대 두 번 국회의원에 당선했고,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15대부터 19대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정치 이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19대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의원을 지냈다. 유일한 예외가 검찰총장에서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정은 작게 보면 집권여당과 정부가 호흡을 맞춰 운영하는 2인 3각 경기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입법부 국회와 행정부 정부가 국가 미래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로의 견해를 내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이다.

여소거야 상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입법 독주'와 '거부권'이 되풀이되는 극한 대결이 일상화할 공산이 크다. 협치는커녕 국민화합, 국민통합과 거리가 먼 정쟁의 일상화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약 그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차기 대선에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역대 대선은 국리민복을 외면하고 자신이 속한 정파적 입장 관철에만 몰두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심판해 왔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지금까지 한동훈 전 위원장이 국민에게 비친 모습은 '검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동훈'으로서 '범죄자를 단죄하는 심판자' 모습이 강하다"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사리 해법을 찾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꼭 필요한 갈등 조정 리더십이나 국리민복을 위한 국정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정치적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해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여의도 정치권은 합의든 표결이든 늘 '결론'을 내려왔다. 그런데도 '여의도 사투리'라고 기성 정치권을 외면만 해서는 정작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영수 회담을 하고, 1년 9개월 만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는 등 '소통'을 중시하는 모양새를 취했음에도 거대 의석을 확보한 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검법 등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불거졌던 여러 사건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며 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장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관련 특검법이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부권'뿐이다.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맞설 경우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108석을 가진 집권여당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 총선 대표 공약이던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특별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과 거야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휘발성 큰 이슈가 즐비한 상황에 수적 열세에 놓인 집권여당 대표가 설 자리는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적 여건 때문에 한동훈 전 위원장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건너뛰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먼저 정치적 행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책 읽고 두루 사람을 만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동안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직행이냐, 광역단체장 우회냐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찬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우세하다. 첫째는 국민의힘 전대에 당권 도전에 나서 다시 한번 '한동훈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긴 호흡으로 정치적 프로세스를 밟아가는 방안이다. 1973년생으로 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한 전 위원장이 꼭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현실론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대에 출마한다면 '포스트 윤석열'을 향한 홀로서기에 나서는 것과 같다"며 "한 전 위원장 개인적으로야 당 대표를 맡아 차기 대선까지 직행하고 싶겠지만 윤석열 대통령 케이스를 국민이 차기 대선에 다시 선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 정치권 출신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은 지금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8학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잘나가는 검사'로 승승장구했다"며 "수사를 잘해 부패와 비리 척결을 잘한 '조선제일검'일 수 있지만 2024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다수 국민이 느끼는 민생의 어려움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지방 거주 청년이 느끼는 좌절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 한동훈과 장관 한동훈은 잊고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미래, 청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차분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국민 삶 속으로,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국민이 느끼는 삶의 애환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다"라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팍팍한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국민의 언어'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에게 설명하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2026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같은 단체장에 도전해 행정 경험을 쌓은 후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더 현실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한동훈은 정치인, 특히 차기 주자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국정 참여 경험을 쌓거나, 단체장으로 행정 능력을 발휘한 후 대권에 도전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단체장은 주민이 업무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적을 낼 수 있는 좋은 자리"라며 "서울시장 4년 동안 청계천 복원과 버스전용차선 도입 등으로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행정 능력을 보여준 뒤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에 오른 MB 케이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6년 민생 100일 대장정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살고 있는 국민의 애환을 몸소 체험한 후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삶을 '저녁이 있는 삶'이란 키워드로 압축했던 손학규 전 대표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대중에게 잊히는 게 두렵다면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자신이 보고 들은 민생 탐방 보고서를 SNS에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현장에서 보고 들은 국민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이 '정치인 한동훈이 국정을 맡을 준비가 됐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정치의 주체이자 최종 소비자

한동훈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까. 그가 출마한다면 여권 지지층은 그를 다시 리더로 선택할까. 그가 당대표에 오르는 것이 윤석열 정부 하반기 국정 운영에 보탬이 될까. 아니면 걸림돌이 될까.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정치와 정치지도자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은 정치권력을 만들어내는 주체인 동시에 그 권력이 행사하는 정치와 정책의 최종 소비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것은 정치뿐이기에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정당과 정치인은 정체성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대표라는 자리일까. 아니면 여권 전체의 화합과 통합을 이룰 결단일까. 그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그의 내일은 물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미래가 영향 받을 공산이 크다. 선택은 오롯이 '정치인 한동훈'의 몫이다.

신동아 6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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