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중국] 청나라 10년 치 예산보다 더 많은 뇌물을 받았던 화신…지금의 중국이라면?

윤석정 2024. 5.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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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뒤편 공왕푸…저택의 첫 주인은 탐관오리 화신
부정 축재로 청나라 10년 치 예산보다 더 많은 재산 모아
‘호랑이 사냥’ 시진핑 주석, 집권 초부터 끊임없이 고강도 사정 이어가

중국의 황제가 살던 자금성의 바로 뒤편에 공왕푸(恭王府)라는 곳이 있다. 청나라 함풍제의 동생인 공친왕(恭親王)이 살던 집이라고 해서 공왕푸라고 불린다. 사실 이 집의 첫 번째 주인은 공친왕이 아니었다. 이 집은 원래 건륭제 시기 신하 화신(和珅)의 집이었다. 건륭제가 자신이 아끼던 화신에게 하사한 것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중국 전역에서 올라온 관광객들로 공왕푸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 사진 = MBN 촬영


기자가 직접 공왕푸를 가보니 자금성보다야 당연히 작지만, 일반 백성의 집이라고 하기엔 어마어마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총면적이 6만㎡에 이른다고 한다. 또, 앞쪽의 가옥 구역과 뒤쪽의 정원 구역이 나뉘어 있는 구조도 자금성의 그것과 흡사했다.

건륭제가 총애하는 신하였지만, 사실 화신은 부패한 탐관오리였다. 건륭제가 사망한 뒤 황제 자리에 오른 가경제는 이런 화신을 사형시킨 뒤 그의 재산을 모두 몰수했고, 이 집도 그때 몰수된 뒤 훗날 공친왕에게 내려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공왕푸는 지금은 베이징에 총 8개가 있는 중국 최고 등급(AAAAA)의 국가급 관광지 중 하나로 일반인에 전면 공개되고 있다.

공왕푸의 뒤쪽엔 이렇게 큰 호수와 넓은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 사진 = MBN 촬영


평일 오후임에도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 공왕푸를 기자가 방문한 목적은 한 군데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바로 가옥 구역과 정원 구역의 경계선에 한일(一)자로 곧게 지어진 건물이다. 현지 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옮겨본다.

“이 건물에는 총 109칸의 방이 있어요. 화신은 그 방마다 자신이 받은 뇌물들을 보관했어요. 그런데, 화신이 받은 뇌물이 하도 많아서 본인도 어느 방에 무슨 재물이 있는지 기억하지 못할 지경이었죠. 그래서 화신은 밖에서 봐도 무슨 종류의 재물이 있는 방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창문들을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건물 외부로 나 있는 창문 44개가 모두 다른 모양으로 된 게 보이시죠?”

정말로 그랬다. 건물 위쪽에 나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모두 달랐다. 사진 한 컷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도 없는 엄청난 길이의 건물이 통째로 뇌물 보관 창고였다니.

가경제가 몰수한 그의 재산이 당시 청나라의 10년 치 국가 예산보다 더 많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짐작하기도 힘들다.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만약 누군가 우리나라의 10년 치 예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모았다고 생각해보라. 그 숫자는 5~6천조 원에 이를 것이다. 정말 부정부패도 대륙의 스케일이 아닐 수 없다.

파노라마 사진으로도 건물의 1/3도 담지 못할 만큼 큰 건물이 전부 탐관오리의 뇌물 보관 창고였다. / 사진 = MBN 촬영


화신이 만약 지금 중국에서 관료로 살아가면서 이렇게 부정 축재를 일삼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진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랑이(고위 관료) 사냥’의 표적이 됐을 것이다.

시 주석은 얼마 전 공산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부패가 번식할 수 있는 토양과 조건을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미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고 일주일 만에 차관급인 류웨진 공안부 대테러 전문위원을 비롯한 네 명의 '호랑이'가 낙마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엔 국유기업과 금융, 스포츠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2차례에 걸쳐 현장 감찰을 포함한 고강도 사정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유기업과 금융계 전·현직 수장들이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대거 낙마했다. 또, 스포츠 분야에서는 국가대표 축구 감독의 구속을 포함해 중국 축구계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공왕푸는 전체 구조나 각 건물의 모양새가 자금성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 사진 = MBN 촬영


이런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건 군부대를 겨냥한 사정 작업이다. 기자가 중국 특파원으로 지냈던 3년여 동안 툭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바로 고위 군 장성들의 부패 연루 낙마 뉴스였다. 그만큼 군부대에 대한 숙청 작업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안팎에서 가장 큰 관심이었다.

특히 로켓군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은 늘 뉴스거리였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미국에 맞설 특별 전력으로 로켓군에 대해 각별하게 신경을 썼음에도 별 성과가 없자 참다못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것 아니겠냐 하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시 주석이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이유로 경쟁자를 내치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평가는 집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이런 고위 관료를 겨냥한 사정 국면에 대해 중국 사회는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 수준이 올라가면서 중국 국민이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과거처럼 관행이라는 이유로 고위층의 부패를 눈감고 넘어가는 분위기는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공왕푸의 화려한 정원 구역 출입문. 중국 인기 TV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 사진 = MBN 촬영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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