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착한소비'는 종이를 타고 [생활속산업이야기]
제품뿐 아니라 포장 친환경성 구매 기준 돼
분해되고 재활용 되는 종이, 친환경 포장재로 각광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페인트, 종이, 시멘트, 가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페인트-종이-시멘트-가구-농업·농기계)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무림P&P 임건 펄프제품개발팀장] 가정의 달, 5월이면 백화점과 쇼핑몰은 특히나 각종 선물들을 찾는 많은 이들로 붐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고마운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기념일이 몰려있기 때문. 그러나 과거와 달리 더 의미있는 풍경이 발견되고 있다. 진열된 상품들 사이에서 비닐,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대신 종이와 같은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선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이처럼 친환경 포장재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과대 포장을 줄여 불필요한 비용과 자원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 많은 기업들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친화적 포장 디자인을 고민하거나 자체적으로 ‘착한’ 포장 소재 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동일한 내구성을 구현하면서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 개발이 쉽지 않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천연 펄프를 원료로 한 종이는 생분해성과 재활용성을 갖추면서도 원하는 모양으로 디자인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가볍고 편리해 친환경 포장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선 비닐 쇼핑백 대신, 종이 쇼핑백을 사용한지 이미 오래고, 명절 선물 세트도 기존 플라스틱에서 종이 소재의 박스로 변경하는 추세다. 또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제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계열 자재를 전면 종이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비닐 포장 대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박스로 전환한 것은 물론 비닐 뽁뽁이를 비롯 접착 테이프까지 종이 완충재, 종이 테이프 등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최근엔 화장품 포장 박스 안에 제품 고정용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트레이마저 종이로 대체가능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품을 고정하기 위한 높은 강도를 구현한 동시에 담고자 하는 제품 모양에 따라 자유롭게 디자인이 가능한 종이 이너프레임은 ‘2024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유럽 시험 기관인 PTS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 재활용성 인증까지 획득하는 등 친환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얼마 전 어린이날, 레고 장난감을 선물 받은 초등학생 딸아이가 레고 장난감도 환경에 해로운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만들면 좋겠다며 얘기한 적이 있다. 딸아이의 말이 기특하긴 했지만 현재로선 플라스틱 레고를 대체할 만한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종이의 편견을 깨고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레고도 종이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가까운 미래에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종이 기술로 아이의 바램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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