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차 매진·뉴욕 흔들고 귀환한 '일무' 더 강렬해졌다[리뷰]

박주연 기자 2024. 5.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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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세종문화회관 '일무' 공연사진. 2024.05.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열을 지어 선 무용수들이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빚어냈다. 감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춤사위에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미국 뉴욕을 사로잡았던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다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로 돌아왔다.

일무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의 의식무인 일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서울시무용단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안무가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의 협업으로 2022년 탄생했다.

역동적 군무와 감각적 미장센으로 2023년 재공연 매진, 뉴욕 링컨센터 초청공연 전회차 매진 등 의미 있는 기록을 써왔다.

세종문화회관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일무'는 초연 이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 없이 변화했다. 2023년 재공연에서는 초연의 '가인전목단'을 덜어내고 '죽무'를 추가, 3막 구성을 4막으로 변화시켰다.

이번에 돌아온 '일무'는 미국 공연예술의 심장 '뉴욕 링컨센터'에서 선보였던 버전이다. 기존 10인무였던 죽무가 3인무로 수정됐고, 한국적 감성이 더욱 강화됐다.

막이 열리면 무대는 온통 '흑'과 '백'이다. 바둑판 같은 까만 무대 위에 새하얀 문관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열을 맞춰 섰다. 임금의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 음악에 맞춰 느리고 진중한 전통의 춤사위가 시작된다. 문관과 무관의 춤이 어우러지는 1막 '일무연구' 중 문관의 춤인 '전폐희문지무'다.

세종문화회관 '일무' 공연사진. 2024.05.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고고한 학 같은 문관의 춤이 끝나면 무관의 춤 '정대업지무'가 이어진다. 쨍한 주황의 옷을 입은 18명이 정대업 음악에 맞춰 화려하고 힘 있는 검무를 선보인다. 열을 맞춰 검을 휘두르고, 빙글빙글 돈다. 한 치의 오차 없는 칼군무가 현란하다. 1막 1장과 3장에서는 전통 문무와 무무가, 2장과 4장에서는 이를 현대적 감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응용버전이 선보인다.

두 명의 무관이 무대 앞에서 현란한 검무를 선보이고, 그 뒤로 막이 내려온다. 다시 막이 오르면 궁중 여인들의 춤 '춘앵무'가 펼쳐진다.

세종문화회관 '일무' 공연사진. 2024.05.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까만 무대에 빨간 실들이 드리워지고 바닥에는 빨간 화문석 돗자리들이 놓였다. 자줏빛 치마와 녹색 원삼을 입은 2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무대로 들어온다. 조선 궁중 여인들의 우아한 몸짓에 감탄이 터져나온다. 팔을 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마치 모란꽃 같다.

'춘앵무'는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순원왕후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창작한 궁중무용(정재)이다. 버드나무 가지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를 보고 이 춤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당초 한 명의 무용수가 화문석 한 장을 깔고 그 위에서 추던 지극히 절제된 춤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24명이 만들어내는 대형 군무로 확장됐다.

붉은 화문석이 서서히 무대로 떠오르고, 좌우로 흔들린다. 춘앵무가 마무리되고 춘앵무 응용이 시작되는 신호다. 단정하고 우아하던 몸짓의 무용수들도 달라진다. 전자음악에 맞춰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등 현대적 춤사위를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일무' 공연사진. 2024.05.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3막은 겨울에도 잎이 푸른 대나무를 상징하는 '죽무'다. 궁중무와 신일무를 연결하는 장으로, 3명의 남성 무용수가 서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춤을 바탕으로 합일의 춤을 만든다.

죽무가 끝나면 '신일무'의 시간이 펼쳐진다. 일무가 가진 미학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현대무용에 가까운 춤사위들이 이어진다. 붉은색과 푸른색, 흰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화려하고 빠른 동작을 선보인다. 무대 뒤 화면에도 붉은색과 푸른색 흰색의 영상이 그려진다.

세종문화회관 '일무' 공연사진. 2024.05.16.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70분의 시간 동안 전통의 느림과 여유, 현대의 속도감이 무대 위에 엇갈렸다. 문관과 무관, 궁중무희들의 전통춤이 현대무용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음악도 압도적이다. 안무와 함께 음악을 맡은 김재덕은 호랑이처럼 생긴 타악기 '어'를 드럼처럼 두드리고, 더블베이스로는 아쟁의 소리를, 싱잉볼로 편경의 소리를 내 극적으로 미니멀하고, 흡인력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9일까지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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