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은 '콘셉트 백화점' 차렸는데…보이그룹은 너도나도 청량팔이 소년 [TEN초점]

김지원 2024. 5.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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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에스파, 키스오브라이프 /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S2엔터테인먼트



몇년 새 보이그룹이 새로 나올 때마다 하나 걸러 하나 꼴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 '청량'이다. '청량'이란 말은 본래 맑고 깨끗한 성품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보이그룹들이 쓰는 '청량'에 의미는 마케팅 용어로 자리매김한 '청량감'에 더 가깝다. 탄산음료 업체들이 강조하던 표현이 이젠 보이그룹의 컨셉으로 반복되는 모양새다. 

청량도 과하면 청량과잉이다. 지금이 딱 그렇다. 걸그룹이 다양한 콘셉트 음악적 장르를 시도하는 동안 보이그룹은 청량 콘셉트 일색이다. '청량' 성공 사례의 영향이겠지만, 보이그룹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따라붙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걸그룹의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엔 그 차이가 더 커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18일 가요계에 따르면 에스파는 더블 타이틀곡 '슈퍼노바'로 컴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도 에스파만의 개성을 살린 강렬한 콘셉트로 대중 앞에 섰다. 요즘 트렌드인 '이지 리스닝'보다는 '하드 리스닝'에 가깝지만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슈퍼노바'는 멜론차트 TOP100에서 4위에 올랐다. 0시에는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날 장르 종합 일간 차트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아이브도 이전과는 또 다른 음악과 콘셉트를 시도했다. 아이브는 전통적인 분위기의 '해야'로 2주간 활동한 후 마법소녀 콘셉트의 '아센디오'로 후속 활동에 나섰다. '아센디오' 뮤직비디오에서는 아이브 VS 아이브 구도가 그려졌다. 싸움조차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과 하는 모습은 아이브의 나르시시즘 콘셉트에 힘을 실었다.

아이브 / 사진 제공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신인 걸그룹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청춘을 노래한 트리플에스는 청춘의 청량함 대신 아픔에 주목하며 서사를 썼다. 이들의 노랫말과 콘셉트는 대중의 공감을 얻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데뷔해 아직 데뷔 1년이 채 되지 않은 키스오브라이프도 Y2K 콘셉트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키스오브라이프는 2000년대 후반 걸그룹의 느낌을 내며 그룹 색을 뚜렷하게 한 것은 물론, 대중성까지 잡았다.

반면 보이그룹은 청량 콘셉트만 줄줄이 이어지는 현실이다. NCT 위시, 보이넥스트도어 등 전부 청량 행렬이다. 카리스마 있는 콘셉트를 선보였던 보이그룹도 청량 쪽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다이몬 조 / 사진 = 텐아시아 사진 DB, SSQ 엔터테인먼트


파격적인 '성게 머리' 멤버로 화제가 됐던 다이몬은 매운맛을 내려놓고 청량함을 택했다. 1월 "싹 타 태워버려"를 외치던 다이몬은 몇 달 후인 이달 "I love the Girls, love boys, love girls"라며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소년...소녀를 만나다'라는 곡으로 활동 중인 다이몬. 이전의 강렬함은 씻은 듯 사라졌다.

또 다른 그룹인 더윈드는 '설레는 마음으로'라는 곡으로 활동 중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청량 콘셉트이며, 물 흐르는 진행되는 이지 리스닝 곡이다. 이달 컴백한 휘브도 마찬가지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휘브는 청량 콘셉트로 반전을 꾀했다.

투어스, 라이즈 / 사진 제공 = KOZ 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최근 보이그룹은 대부분 청량 옷을 입었다. 심오한 세계관과 묵직한 비트를 내세웠던 3세대 보이그룹은 대부분 코어 팬은 얻었으나 대중적 인지도는 얻지 못했다. 이에 보이그룹은 걸그룹보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양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라이즈와 투어스가 청량한 콘셉트의 이지리스닝 곡으로 팬과 대중성을 모두 얻은 게 청량 유행의 계기가 됐다.

대세를 따라 대중성 잡으려는 시도는 가장 쉬운 길이며, 소속사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독보적인 콘셉트와 음악 장르를 꾸준히 시도하면서도 대중의 반응을 얻은 걸그룹들이 존재하기에, 보이그룹의 청량 팔이는 아쉽다. 청량 과잉의 시대다. 수많은 그룹 중 하나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더 나은 시기가 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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