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도마뱀 꼬리 자르듯 일부만 무너뜨려 건물 전체 붕괴 막아

이채린 기자 2024.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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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2015년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에서 지진이 일어난 모습이 담겼다.

그중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9층짜리 건물을 포착한 사진이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

지진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해 건물이 일부 붕괴되면 막대한 비용 및 인명 피해가 일어난다.

보통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을 설계할 때 건물 일부가 붕괴되면 나머지 구조로 하중이 실리도록 건물 내 구조물 간 연결을 튼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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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2015년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에서 지진이 일어난 모습이 담겼다. 당시 이 지역엔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주택과 건물이 다수 파괴됐다. 그중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9층짜리 건물을 포착한 사진이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 

지진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해 건물이 일부 붕괴되면 막대한 비용 및 인명 피해가 일어난다. 보통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을 설계할 때 건물 일부가 붕괴되면 나머지 구조로 하중이 실리도록 건물 내 구조물 간 연결을 튼튼하게 만든다. 이 경우 멀쩡했던 구조가 하중의 영향으로 무너지며 건물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호세 아담 스페인 발렌시아공과대(UPV) 건축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건물의 여러 부분을 연결하는 보에 충분한 힘이 가해지면 해당 보가 부러지도록 하는 일명 '계층 기반 붕괴 격리' 기술을 개발하고 15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구조물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구조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도마뱀이 포식자와 마주칠 때 꼬리를 잘라버리는 행동에서 착안해 떠올린 아이디어다. 도마뱀의 꼬리에는 연골로 된 골절면이라는 특수한 부위가 있어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꼬리를 자를 수 있다. 신체 일부를 잃지만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이 기술을 적용해 2층 조립식 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지게차를 이용해 건물 하중을 견디는 주요 기둥을 쓰러뜨리는 실험을 했다.  먼저 서로 인접하지 않은 두 개의 기둥을 동시에 제거했다. 이어 제거된 기둥 사이에 있는 모서리 기둥 하나를 제거했다. 그러자 사라진 기둥이 직접 지탱하는 영역은 붕괴됐지만 건물 나머지 부분은 무너지지 않았다. 전체 구조물의 붕괴를 성공적으로 막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우리의 새로운 설계 방법은 재난 초기에 일부만 붕괴되고 나머지를 보호할 수 있게 한다"면서 "생명을 보호하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이 연구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지진 현장을 표지에 담았다. 네이처가 건축 디자인 분야 연구 논문을 표지에 소개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일반적인 콘크리트와 강철로 건설된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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