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 막후에 손정의 빅픽처 있다?...네이버에게 진짜 중요한 것 [홍키자의 빅테크]
그냥 총수도 아니죠. 시가총액이 103조원을 넘어선 글로벌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투자의 구루죠.
지난해 7월 한 심포지엄에서 손 회장은 “인공지능(AI)은 수정 구슬에 미래를 묻는 것처럼 과제를 해결해준다. 일본은 가장 한복판에서 빛나는 수정 구슬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최근 불거진 ‘라인(LINE) 사태’의 본질에 손 회장의 빅픽쳐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는 구석이 꽤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준비해 온 ‘AI 빅픽쳐’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손 회장의 ’AI 혁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88조원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죠.
소프트뱅크가 AI용 반도체 개발과 제조를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전력 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도 적극 거들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가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정비하는 데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죠. 소프트뱅크의 슈퍼컴퓨터 환경 정비에 필요한 비용의 30%를 정부가 직접 대주면서 AI 육성을 위해 돕겠다는 겁니다.
네이버와 라인 지분을 두고 매각을 종용했다는둥 입씨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AI 투자와 관련된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보도 직전에는 일본 정부가 나서 특정 기업의 AI 개발을 돕겠다는 입장을 내놨죠.
“소프트뱅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AI를 활용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손 회장의 바람을 실현할 플랜이 적극 가동되고 있는 겁니다. AI 적극 투자와 라인 지분 확보가 같은 맥락에 서있다는 느낌이 옵니다.
그래서 손 회장은 어떤 미래를 만들겠다는 걸까요?
먼저, AI 전용 반도체 개발하는 게 제 1번 목표입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형식으로 내년 봄 시제품을 제작하는 겁니다. 2025년 가을에는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계획이죠.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90%가량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AI 부문을 설립합니다. Arm은 현재도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회로 설계도를 엔비디아 등에 제공하고 있죠.
이때 개발된 AI 전용 반도체의 제조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맡길 계획입니다. 꽤나 구체적인 플랜이죠.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단순히 AI용 반도체만 개발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에 기반한 데이터센터를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세우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데이터센터는 필연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필요한다는 점을 감안해 전력 발전과 관련한 분야로 뻗어나갈 계획까지 세워뒀습니다.
‘반도체 개발 ->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까지 가치사슬을 하나로 묶어 ‘AI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손 회장은 기회만 되면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죠.
지난해 7월 한 심포지엄에서는 “(AI는) 수정 구슬에 미래를 묻는 것처럼 과제를 해결해 준다”며 “일본은 가장 한복판에서 빛나는 수정 구슬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소프트뱅크 세계 2023 기업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일반지능(AGI)의 도래를 향후 10년 이내로 내다봤습니다. 그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AGI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손 회장은 “AGI의 연산 능력은 인류 지능의 총합보다 10배 이상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AI는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보다 똑똑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AI는 이제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 훈련, 추론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인간 지능을 1만배 이상 능가하는 이른바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시대가 향후 20년 안에 열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손 회장의 이같은 AI 강조가 익숙한 이유는 이미 한국에서도 관련 행보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손 회장은 당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밝히면서 “AI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의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2019년 라인과 야후의 경영통합 합의서 발표는 2014년부터 꾸준히 라인 지분을 노려온 소프트뱅크 노력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안이 결국 불발된 이유에는 네이버의 야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페이스북이 190억달러(한화 약 20조원)에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라인의 몸값도 순식간에 뛰었고요. 더 큰 밸류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다만 2015년 이후로는 메신저앱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2016년 라인은 9조원의 시가총액 수준으로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됩니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에서 효과를 본 포털화를 위해 뉴스탭을 라인에 배치하는 등 시도해봤으나 잘 안됐고요.
이후 2018년에는 핀테크를 미래 먹거리(라인파이낸셜 설립)로 삼고,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들어 라인페이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마케팅 등 초기비용에만 실탄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죠.
눈에 띄는 실적이 없으니 재무가 연결된 네이버의 재무 상태가 악화됐고, 네이버 주가도 그해 마이너스 30% 하락한 바 있습니다.
즉, 라인과 야후의 경영통합 당시에는 네이버와 라인 입장에서도 출혈 경쟁을 버텨 둘다 손해를 키우는대신 손잡자는게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라인 메신저의 전 세계 이용자는 약 2억명으로 추산됩니다. 일본 이용자 1억명을 제외하고도 대만(2200만명)과 태국(55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 등 동남아 지역에서 1억명 가깝게 라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인의 대만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합니다. 태국에서도 점유율 1위로 ’국민 메신저‘로 꼽히죠.
라인 지분을 포기하면 2억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데이터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AI 시대에는 AI 학습을 위해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나중에는 데이터가 전부입니다.
오픈AI가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독일 악셀스프링거, 프랑스 르 몽드, 스페인 프리사 등 12곳과 콘텐츠 계약을 맺은 것도 결국 AI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죠.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학습할수록 AI가 우수한 결과를 도출해냅니다.
그러니 결국 라인 지분을 확보해 일본과 동남아의 거대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양질의 데이터에 기반해 AI반도체 개발부터 데이터센터, 발전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반대로 소프트뱅크와 정반대 입장에 서 있는 네이버의 AI 사업은 당분간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라인 사태의 막후에 손정의 회장의 AI빅픽쳐가 뒤따른다고 본 이유가 바로 이같은 이유입니다.
‘AI 패권 전쟁’의 승자가 되겠다는 욕심, 소프트뱅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AI를 활용하는 그룹이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바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겁니다.
그 의지는 청년들을 향해 AI 각성을 부르짖던 그의 목소리에 잘 묻어납니다. ‘일본’이라는 2음절 대신에 ‘한국’으로 바꾸면 AI 시대에 대한 감각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기술국가 한국아, 깨어나라! 깨우치세요!
이대로는 안됩니다. 왜 한국은 AI를 안 쓰는 것입니까?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붕어가 될 겁니다.
저는 진화의 편에 서고 싶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깨어나라! 젊은이들과,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젊은 사람들.
모두 깨어나라 한국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회사를 위해,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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