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장만하는 게 로또라니, 죄 짓는 기분"…집 없는 중년 이후를 위한 정책은 없다[불편한 노년③]

2024. 5. 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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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노인 무주택 비율 64% 달해
30대 후반(69.3%)와 별 차이 없는데…
정책 지원 대상, 청년층에만 집중돼 있어
나이 갓 넘긴 마흔초 무주택율도 60%대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젊어서 집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 늙어 집 없으면 더 서럽다. 그런데 정책 혜택은 어린 애들한테만 집중돼 있다. 물려줄 집 한채 없어 애들 볼 낯이 없다. 죄 짓는 기분이다.”

60대 직장인 A씨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스스로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집 한 채라도 있으면 노후를 어떻게라도 버텨볼텐데, 무주택자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소득이 있을 때 무리해서 집이라도 매수하려고 동동거려했는데, 금리 우대 정책 등 주택 공급 관련 혜택은 청년층에 집중돼있다보니 사실상 복권 당첨 등 요행 말고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A씨처럼 중장년층과 노년층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은 무주택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다. 청년층 정책 혜택에서 갓 벗어난 40대 초반 무주택 비율도 60%를 상회했다. 그러나 청년을 위한 주택공급정책은 있어도, 집 없는 중년 이후를 위한 정책은 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 주택소유 여부별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0~64세 중장년층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894만명으로 44.3%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402만8000명으로 44.5%였다. 청년층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176만6000명·11.8%) 수 보다는 많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무주택자인 것이다.

중장년층·노년층 중에서도 80세 이상 노인 무주택자 비율은 64.0%로 특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40대 초반(40~44세) 무주택자 비율도 60.3%를 기록했다. 30대 후반(35~39세, 69.3%)와 각각 5.3%포인트, 9%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40대가 넘어서면 대부분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여당은 앞서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설정된 청년 연령 기준을 39세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내집마련 사업 등 각종 맞춤형 정책의 혜택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령을 39세까지 올려도 집없는 중장년층이 소외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장기간 무주택일 경우, 청약가점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이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자금이다.

실제 청년층은 내집마련 시 각종 금융 혜택도 부여받는다. 국토교통부가 출시하는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소득 5000만원 이하의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이 가입할 수 있으며, 이자율은 최저 연 2.0%, 최대 연 4.5%다. 이 통장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났고, 1000만원 이상의 납입 실적이 있다면 분양대금의 최대 80%를 2%대 금리로 ‘청년주택드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첫 가입자는 2025년 2월 21일 이후부터 연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지원 대상은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다. 미혼일 경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 기혼이면 1억원 이하(부부 합산)여야 한다.

파격적 대출 지원이다. 최저 금리는 연 2.2%에 불과하다. 다만, 소득 최고 구간(연 8500만∼1억원)에는 연 3.6%를 적용한다.

반면 중장년층은 자녀 교육 등으로 현금이 가장 많이 쓰이는 세대로,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기도 하다.

특히 50대 가운데서 자녀 교육이 끝나지 않은 이들은, 전 세대 가운데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연령으로 꼽혔다.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학생 자녀가 있는 30세 이상 가구주 가운데 50대가 가장 자녀 교육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가구주의 60.8%가 교육비 부담을 호소했고, 이어 40대(58.4%), 60대 이상(53.2%), 30대(46.1%)가 뒤를 이었다. 50대는 30대보다 약 14%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대학생 자녀를 주로 둔 50대의 경우 자녀 대학 등록금, 하숙비, 기숙사비 등으로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생 저학년 자녀 둘 시기인 30대보다 교육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의 금융권 대출잔액(중앙값)은 지난해 11월 기준 6060만원으로, 청년층(4000만원)이나 노년층(3300만원)보다 많았다. 대출 보유 비중은 중장년층 57.5%(1161만9000명), 청년층 42.0%(626만4000명), 노년층 26.0%(235만2000명) 순이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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