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혈변·설사 = 단순 과민성 장증후군?…‘염증성 장질환’ 가능성 의심해봐야 [건강+]

정진수 2024. 5. 1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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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복통, 설사, 변비 등 만성 대장 질환 증상을 겪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반복적인 설사나 변비에 과민성장증후군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이 경우 심각한 만성 염증이 생긴 ‘염증성 장질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을 모르는 장내 염증반응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았으나,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는 2019년 2만 4000명에서 2022년 3만 1000명으로,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4만 6000명에서 5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크론병은 20~29세 연령대의 환자가 눈에 띄게 많다.

세란병원 내과 홍진헌 과장은 “설사, 복통에 체중이 감소하고 혈변이 나오면서 혈액검사상 빈혈이 있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과민성 장증후군은 주로 깨어 있을 때만 복통이 나타나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자다 깰 정도로 복통이 심하고, 대변이나 설사를 못 참아서 깨는 일도 잦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내미생물, 식이, 약물, 흡연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유전적 요인이 크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의 경우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 건선, 포도막염과 같은 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침범하며,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한다. 특히 크론병은 장의 전층을 침범하는 염증이 깊게 발생하기 때문에 협착이나 농양, 천공, 누공 등의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고성준 교수는 “복통과 설사가 흔한 증상이지만, 이러한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사하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 또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진단이 늦어지거나 합병증이 발생된 상태에서 진단이 될 수 있다”며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과거에 치루, 치열, 항문 주위 농양으로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선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진헌 과장은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없는 관해기와 증상이 악화하는 활성기가 반복되는데 약물치료로 염증 수치를 낮추고 관해기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라며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재발성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처방약은 반드시 복용해야 하고 식이 요법과 운동 등의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 생활 가이드> 
 
① 설사, 혈변, 반복적인 복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질환 전문의와 면담하는 것이 좋다.
 
② 고위험군(환자의 형제, 자매, 자제 등)은 발병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칼프로텍틴’ 검사를 하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③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장기적 사용은 피한다.
 
④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은 장내 염증을 촉발할 수 있어 가급적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한 장내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⑤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등 육류보다는 생선과 같은 종류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⑥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애완동물 기르기 등도 건강한 장내미생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자료 : 서울대병원 제공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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