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할 때마다 ‘유해물질 범벅’… 중국발 어린이용품 주의보 [주말, 특별시]

김주영 2024. 5. 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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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검사서 매번 발암물질 등 검출돼 논란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쉬인’ 등 일명 ‘알·테·쉬’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제품들에서 검사할 때마다 발암물질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검출돼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시는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장난감·학용품·장신구·가죽제품 등을 매주 선정해 안전성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 중인데, 매번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검출량이 기준치의 최대 수백 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 ‘테무’(왼쪽)와 ‘알리익스프레스’ 로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알리익스프레스 제공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지난달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한 뒤, 같은 달 말부터 한 달 동안 어린이용 완구·학용품·장신구·가죽제품을 매주 선정해 안전성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인 5월 셋째 주 결과에선 알리와 쉬인에서 파는 어린이용 머리띠 등 장신구 7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270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나왔다. 어린이용 머리띠와 시계 2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와 다이부틸프탈레이트(DBP)가 검출됐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정자 수 감소·불임·조산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준다. 특히 DEHP는 국제암연구소 지정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머리띠에서 기준치의 270배에 달하는 DEHP가 나왔다.

시가 지난 9일 공개한 5월 둘째 주 검사 결과에선 말랑말랑한 질감으로 ‘액체 괴물’로도 불리는 슬라임 제품 2종 중 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검출됐다. 어린이용 제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는 성분들이다. 또 다른 슬라임 제품에선 기준치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붕소 성분이 나왔다. 붕소도 생식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제품 부속품에선 DEHP와 DBP, 마찬가지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디이소부틸 프탈레이트(DIBP)가 기준치 대비 213배 초과 검출됐다.

합성수지로 된 어린이용 필통에서는 DEHP가 기준치 대비 최대 146배 초과, 어린이용 샤프펜슬에선 DBP가 기준치 대비 11배 검출됐다. 샤프펜슬 금속 팁 부위에서는 기준치 대비 1.6배의 납 성분도 나왔다. 납 역시 안전기준 이상으로 노출되면 생식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고, 암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검사한 어린이용 피규어 제품에선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다이아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가 기준치를 3배 초과해 검출됐다.

인체발암가능물질인 DEHP가 기준치의 최대 270배 검출된 중국산 어린이용 머리띠 제품. 서울시 제공
5월 첫째 주 검사 결과에서도 기준치의 158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알리에서 파는 어린이 점토 세트 2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국내 어린이 점토에 사용이 금지된 CMIT와 MIT 성분이 나왔고, 이 중 1개 세트의 모든 점토(36가지 색)에선 붕소도 기준치의 약 39배 초과 검출됐다. 어린이용 완구인 ‘활동보드’ 제품 일부분에선 납 함유량이 기준치의 158배 초과 검출됐다. 알리에서 판매하는 인기 색연필 세트에선 12개 색상 중 10개 색상에서 바륨이 기준치 대비 최대 2.3배 나왔다. 바륨은 피부·눈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안구·구강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경우 위장관 장애·심전도 이상·신경계 이상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시는 5월 넷째 주엔 알·테·쉬에서 파는 어린이용 장신구, 5월 마지막 주에는 어린이용 가죽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다. 보다 자세한 안전성 검사 결과는 서울시(seoul.go.kr)나 서울시전자상거래 홈페이지(ecc.seoul.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 등 유해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된 중국산 어린이 장난감 ‘슬라임’ 제품. 서울시 제공
알·테·쉬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에서 이처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지난 16일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80개 품목에 안전 인증이 없다면 다음 달부터 해당 제품의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해외 직구가 아닌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은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등을 거쳐 국내에 유통됐으나, 해외 직구를 통한 제품은 별도의 안전 확인 절차 없이 국내에 반입됐다. 해당 품목에는 완구 등 어린이용품 34개가 포함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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