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르기니'의 미친 질주에 들끓은 잠실…'2만 3750명' 절반이 목놓아 외친 마황 '황성빈' [MD잠실]

잠실 = 박승환 기자 2024. 5. 18. 0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황성빈이 3회초 2사 두산 선발 최준호를 상대로 안타를 때리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팬분들께서 이름을 불러주시더라"

롯데 자이언츠 '마황' 황성빈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볼넷 1득점 1도루로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황성빈은 지난달 18일 LG 트윈스전을 시작으로 28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까지 7경기에서 13안타 3홈런 8타점 10득점 4도루 타율 0.520로, 기회만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폭발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을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SSG 랜더스전에서 3루타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까닭이다. 지난해에도 좋은 흐름을 보이던 중 부상으로 고생을 했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조급할 수밖에 없었지만 황성빈은 2군으로 내려가 차분히 회복의 시간을 가졌고, 지난 14일 KT 위즈와 경기에 앞서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복귀 첫 날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황성빈의 존재감은 빛났다. 14일 KT전에서 대주자로 출전해 1도루 1득점을 기록하더니, 16일 KT를 상대로 선발로 출전해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등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롯데 팬들은 황성빈의 엄청난 활약에 심취한 모양새였다. 16일 경기가 끝난 뒤 KT 위즈파크를 빠져나가던 팬들이 황성빈의 응원가를 불렀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 들려온 팬들의 떼창에 황성빈은 "와~ 소름이 돋는다.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된다. 내일(17일) 다시 열심히 달릴 수 있게 응원을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그냥 대단하신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팬들의 이같은 응원은 황성빈에게 진짜 힘이 됐다.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황성빈이 8회초 무사 1루에서 윤동희의 번트 때 3루까지 진루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황성빈이 8회초 무사 1루에서 윤동희의 번트 때 3루까지 진루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팬들에게 감동을 받은 황성빈은 18일 다시 한번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았고, 1회 시작부터 볼넷을 얻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회초 2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친 뒤 2루 베이스를 훔치는데 성공했고, 5회초 2사 2루에서 다시 한번 볼넷으로 출루했다. 세 번의 출루가 모두 득점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리드오프로서 밥상을 차리는 것은 물론 '연결고리'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황성빈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은 8회였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추가점이 절실한 상황. 선두타자로 나선 황성빈이 두산의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유격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기회를 마련했다. 이후 롯데는 윤동희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걸었는데, 이때 두산 포수 김기연이 2루 베이스로 향하던 황성빈을 향해 공을 뿌리는 선택을 했다. 결과는 세이프. 그런데 여기서 김기연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전민재가 뒤로 넘어지자, 3루까지 질주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다치기 전 타격감이 좋았지만, 사실 타격에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번트를 대고 잔플레이, 주자로 나갔을 때를 비롯해 타석에서도 투수들이 볼배합을 하는데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역할을 성빈이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사령탑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롯데는 황성빈의 '발'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손에 넣게 됐고, 이어나온 고승민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 점을 달아났다.

그리고 이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하더니 롯데는 나승엽의 2타점 2루타, 박승욱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 두산 1루수 양석환의 실책까지 겹치면서 8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그 결과 롯데는 5-1로 승리하게 됐고, 3년 만에 잠실구장을 찾은 신동빈 구단주는 직관 4연승, 김태형 감독은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사령탑은 "황성빈이 복귀 이후 리드오프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주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레이예스가 6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두산 선발 최준호를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때린 뒤 황성빈과 기뻐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5-1로 승리한 뒤 황성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황성빈에게 희생번트에 3루까지 내달릴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는데, 이는 모두 '계획'이 됐던 플레이였다. 마황은 "캠프 때 (고)영민, (유)재신 코치님과 훈련을 했던 상황이 오늘 나왔다. (윤)동희의 번트 때 타구가 떨어지는 곳과 3루 수비 위치를 봤다. 뛸 때 2루에서는 충분히 세이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3루 커버가 어렵다는 부분까지 생각해서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속된 플레이가 성공한 뒤에는 자신보다 고영민 코치가 더 좋아했다고. 황성빈은 "나도 많이 짜릿했는데, (고)영민 코치님이 많이 좋아하시더라. 물론 내가 영민 코치님의 현역 시절을 따라가기에는 멀었다. 영민 코치님께 주루 파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황성빈은 분명 롯데의 '점화플러그'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황성빈이 타석에 들어서고, 주자로 나갈 때마다 분위기를 바꾸는 플레이가 나오기 때문. 황성빈은 "(8회 득점 이후) 감독님께서 특별히 하신 말씀은 없다. 하지만 득점 이후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감독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평소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황성빈은 시즌 초반 양현종(KIA)을 상대로 도루를 할 듯, 말 듯한 모션을 취했던 까닭에 많은 지탄을 받고, '밉상'이라는 이미지까지 생겼지만, 연일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좋지 않았던 수식어를 모두 털어냈다. 특히 롯데 팬들은 연일 황성빈에 열광하고 있다. 8회초 엄청난 주루플레이를 선보인 뒤 8회말 수비에 들어설 때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황성빈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황성빈은 "(8회) 수비에 나가는데 팬분들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시더라.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나왔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의 응원이 황성빈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