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역사 시각… 영국사 내러티브로 담다
엘리자베스 1세·올리버 크롬웰 등
역사의 인물들 전면에 내세워 조명
삶·고민 중심 내러티브적 접근 눈길
큰 흐름 속 애국주의 치우침도 자제
“거시의 흐름과 미시사가 균형 잡혀”
사이먼 샤마의 영국사 1, 2, 3권/사이먼 샤마/허구생·손세호·김상수 옮김/한울/각각 4만6000원·4만9000원·4만8800원
“(의사당) 하원에서 랠프 버니는 에지힐 전투가 승리였다며 낙관적인 주장이 담긴 에식스 장군의 긴급 공문을 읽으며 앉아 있어야 했다. … 랠프는 슬픔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적군인 자기 부친이 (찰스 1세) 국왕의 깃발을 들고 전사했던 것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또는 그의 시신을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자베스 1세가 1603년 사망하고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왕국은 하나로 통합됐다. 제임스 6세에 이어 차남 찰스 1세는 프랑스를 모델로 절대군주제를 지향했지만 의회의 반발에 부딪혔고 내전으로 이어졌다.
“부인, 어젯밤 저는 에식스 장군 부대에서 온 하인으로부터 저의 친애하는 부친의 시신을 찾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부친이 평범한 병사에게 죽임을 당했다고는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전투에서 죽은 시신을 묻었던 몇몇 교구의 모든 성직자에게 사람을 보냈지만 그들로부터 시신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왕이 아닌 의회가 이끄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랠프 버니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신념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이듬해 완전한 승리를 겨냥한 동맹 체결에 서명하지 않고 가족을 데리고 프랑스로 망명해 버렸다. 랠프 버니의 사례처럼, 의회 민주주의로 향한 영국의 여정은 결코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
아울러 영국사의 전체 구조와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애국주의로 경도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특히 “아주 특별한 영국만의 특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영국사를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필연적이고 영속적인 역사로 가정하는” 영국사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는 평가다. 즉 영국사 역시 우연적인 사건들과 외래적 제도와 문물의 영향이 뒤섞인 혼합적인 역사였음을, 간헐적인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역사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저자가 유대계 이민자를 부모로 둔 마이너리티이고, 20년 가까이 영국을 벗어나 있었으며, 학문 주제가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와 예술사 분야로 확장돼 있어 영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책을 공동 번역한 허구생(70) 전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은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대전 사이 전간기에 영국 등으로 이민을 가서 공부했는데, 이들의 글들은 대체로 현란하다. 저자 역시 한 사람으로 중복문에 평소에 안 쓰는 단어들이 많아서 번역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며 세 권 모두 완역하는 데 6년 가까이 소요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조나 계층 문제 등 거시사의 주요 문제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미시사를 다룸으로써 내러티브, 구체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것 같다”며 “거시의 흐름과 미시사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시각도 객관적이라는 점이 강점”이라고 호평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중이 형! 합의금 건네고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 형이 일 더 키웠다"
- 부모 도박 빚 갚으려고 배우 딸이 누드화보…주말극 ‘미녀와 순정남’ 막장 소재 논란
- 광주서 나체로 자전거 타던 유학생, 숨진 채 발견
- 팬 돈까지 뜯어 17억 사기…30대 유명 가수, 결국 징역형
- 구혜선, 이혼 후 재산 탕진→주차장 노숙…“주거지 없다”
- 생방 도중 “이재명 대통령이”…곧바로 수습하며 한 말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