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꿩고기를 먹고 중독이 되자 OO을 먹여서 해독했다

정명진 2024. 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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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꿩과 자고새는 오두와 반하를 먹이로 즐겨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는 치(雉, 꿩)(그림의 왼쪽)과 자고(鷓鴣, 자고새)가 그려져 있다.

옛날 어느 여름날, 중앙 관리 중 승상이 두통을 앓았다. 뇌가 울리면서 아팠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뇌통(腦痛)이라 할 만했다. 많은 의원들이 승상의 뇌통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사실 무엇 때문에 생긴 뇌통인지 알 수 없었다.

태의 중의 한 명이 진료를 맡았다. 태의 또한 진맥을 해 봤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고민을 해도 도대체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음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태의는 승상에게 “승상께서는 평소에 어떤 음식을 많이 드십니까?”
그러자 승상은 “요즘 들판에 꿩과 자고새가 많아서 꿩과 자고새를 사냥해서 즐겨 구워 먹었소. 그 이외에 특별하게 먹는 별다른 음식은 없었소.”라고 대답했다.

자고새는 꿩과에 속한 야생 새다. 태의는 ‘꿩과 자고새를 먹었다고 해서 뇌통이 생기지는 않을 터인데...’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태의는 다음 날 우연히 들에 나갈 일이 있었다. 들에는 정말 꿩과 자고새가 많아서 인기척을 느끼면 푸드덕하고 여기저기서 날아올랐다. 그런데 꿩과 자고새가 들판에서 무언가를 캐 먹고 있는 것이다. 자세하게 보니 바로 오두(烏頭)와 반하(半夏)의 싹을 뜯어 먹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새들은 뿌리까지 캐 먹었다. 태의는 ‘승상의 뇌통의 원인은 바로 오두와 반하독이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오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투구꽃이고, 반하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끼무릇으로 모두 독초다. 오두 뿌리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이 있어서 생으로 해서 과량을 섭취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반하 또한 옥살산 칼슘의 바늘 결정의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목이 아려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태의는 강두탕(薑豆湯)을 올렸다. 강두탕은 생강(生薑)과 검은콩인 흑두(黑豆)로 만든 해독제였는데, 오두는 검은콩이 해독하고, 반하는 생강이 해독하는 것이다. 승상은 강두탕을 한 두차례 복용하고 나서는 지긋지긋한 뇌통이 사라졌다.

태의는 승상에게 “이제부터 야생에서 꿩과 자고새를 잡아먹는 일을 그만 두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많은 의원들이 “뇌통에는 강두탕이로구나!”하고 외웠다. 그래서 뇌통이 있다는 환자들에게 강두탕을 처방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뇌통에 제아무리 강두탕을 처방해도 효과가 없었다.

어떤 한 의원이 “아니 태의께서는 승상의 뇌통에 강두탕 한 두첩만으로 완치가 되더니, 왜 우리는 효과가 없는 것입니까?”하고 그 까닭을 묻자, 태의는 껄껄껄 웃으면서 “강두탕은 뇌통을 치료하는 처방이 아닙니다. 저는 강두탕으로 뇌통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오두독과 반하독을 해독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태의는 이어서 “승상은 평소 꿩과 자고새를 많이 구워 드셨는데, 이들 새들은 오두와 반하를 잘 먹지요. 그래서 해독제로 강두탕을 처방한 것입니다. 검은콩인 흑두는 오두나 초오, 부자독을 해독하는데 최고이고, 반하독에는 생강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오두 독에는 흑두와 감초로 만들어진 감두탕(甘豆湯)이 좋을 것이고, 반하독에는 생강탕(生薑湯)이 좋은 것이요. 생강탕에 흑두와 감초를 추가해도 좋소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태의의 설명을 들은 여러 의사들은 크게 탄복하였다. 실제로 감두탕은 의서에도 백약(百藥)과 백물(百物)의 독을 해독하는 최고의 해독제로 기록되어 있다. 감초와 검은콩은 각각 20그램씩을 한꺼번에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오두(초오, 부자)독을 제거할 때는 감두탕에 넣어 끓여서 사용하고, 반하독을 제거할 때 생반하를 생강즙에 버무려 말려서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 한 마을에 대감이 있었다. 어느 해 여름, 그 대감은 목구멍에 옹저(癰疽)가 생겼고 심지어 심한 곳은 터져서 피고름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물과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고통스러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이미 많은 의원들에게 치료를 했지만 치료가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감의 가족은 수소문해서 명의로 소문이 난 한 의원을 집으로 불렀다. 그 의원은 이전에 태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의원이었다.

의원이 보기에 목에 생긴 옹저는 언뜻 보기에 음식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서 묻기를 “평소에 어떤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가족 중 아들이 “아버님은 자고새를 많이 구워 먹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자고새를 왜 그리 많이 복용하신 거요?”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대감의 부인이 “자고새가 버섯독이나 풍토병에 걸려 죽으려고 할 때 털째로 구워서 복용하면 좋다고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한 자고새가 오장(五臟)을 보해 주고, 심(心)과 기력을 보익하며, 총명하게 한다고 소문이 나 있잖소. 자고새가 하도 몸에 좋다고 하기에 저절로 죽은 것까지 구워 드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독을 제거하고 몸을 보하기 위해서 먹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구려. 지금 보니 대감마님의 증상은 반하독 때문입니다. 자고새가 반하를 많이 먹기 때문에 자고새를 먹고서도 반하독으로 목에 옹저가 생긴 것입니다. 특히 저절로 죽은 자고새는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안됩니다. 우선 급하게 생강 1근을 드셔야만 약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의원은 대감에게 급히 생강을 달여서 먹였다. 대감이 진하게 다린 생강을 처음 먹자 처음에는 단맛과 향이 느껴졌고, 반 근쯤 먹자 조금 숨이 트였으며, 1근을 다 먹자 비로소 생강의 매운맛이 느껴졌다.

대감은 “바늘 만개로 목을 찌르는 것 같아 아프고 부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더니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소.”라고 다행스러워 했다.

이어서 죽을 쒀서 입속에 넣어 주자 막힘없이 삼킬 수 있었다. 의원은 대감이 죽을 먹을 수 있게 되자 이어서 감길탕(甘桔湯)과 선방활명음(仙方活命飮) 등을 처방해서 며칠만에 옹저를 완치했다.

독성이 있는 먹이를 먹는다면 그 독성은 먹이를 먹은 동물에게 어느 정도 남아 있을 수 있다. 과거 지네를 많이 잡아먹은 닭을 먹고 지네독이 올랐다는 말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또한 유황을 먹인 유황오리는 열체질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유황은 대열(大熱)한 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먹는 소나 돼지, 그리고 닭이나 오리 등에게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가 중요하다. 사료에 따라서 동물이나 가금류의 건강상태도 달라지고 고기의 맛도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먹는 음식이 무척 중요하다.

* 제목의 ○○은 ‘생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고금도서집성 의부전록> 按南唐書本傳 : 吳廷紹爲太醫令, 不甚知名. 烈袓喉中癢濇, 進藥無驗, 廷紹進楮實湯, 服之頓愈. 宰相馮延巳嘗病腦痛, 醫工旁午累日不痊. 紹至, 先詰其家人曰 : “相公酷嗜何物?” 對曰 : “每食山鷄, 鷓鴣.” 廷紹進薑豆湯, 一服立差. 羣醫默志其方, 他日以楮實治喉癢, 以薑豆治腦痛, 皆無效. 或問其故, 廷紹曰 : “烈袓常服餌金石, 吾故以木之陽實勝之, 木王則金絕矣. 馮公嗜山鷄, 鷓鴣, 二鳥皆食鳥頭, 半夏, 薑豆乃解其毒爾.” 羣醫大服. 按 : 薑豆湯, 查江南通志, 江寧府志, 上元縣志, 俱作甘豆湯, 未知孰是. (남당서의 본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오정소는 태의령을 지냈으나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열조의 목구멍 속이 가렵고 껄끄러워 약을 먹어도 효험이 없다가, 오정소가 저실탕을 올리자 복용하고 금세 나았다. 재상 풍연사는 일찍이 뇌통을 앓았는데, 의사들이 다방면으로 치료해도 여러 날 동안 낫지 않았다. 오정소가 와서 먼저 그 집안사람들에게 “재상께서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라고 질문하니, “늘 꿩과 자고를 드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오정소는 강두탕을 올렸는데, 한 번 복용하고 즉시 나았다. 여러의사들이 그 처방을 외워 두었다가 나중에 저실탕으로 후양을 치료하고 강두탕으로 뇌통을 치료했으나 모두 효과가 없었다.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묻자 오정소는 이렇게 말했다. “열조께서는 늘 금석으로 복이하셨기 때문에 저는 나무 가운데 양실로써 그것을 제압하였으니, 목이 왕성하면 금이 제어됩니다. 풍공은 꿩과 자고를 즐겨 드셨는데 두 새는 모두 오두와 반하를 먹으니, 강두탕으로 그 독을 해독했을 뿐입니다.” 여러 의사들은 크게 탄복하였다. 살펴보니, 강두탕은 강남통지, 강녕부지, 상원현지를 보면 모두 감두탕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본초강목> 時珍曰︰按南唐書云, 丞相馮延已, 苦腦痛不已. 太醫吳廷詔曰, 公多食山雞ㆍ鷓鴣, 其毒發也. 投以甘草湯而愈. 此物多食烏頭, 半夏苗, 故以此解其毒爾. 又類說云, 楊玄之通判廣州, 歸楚州. 因多食鷓鴣, 遂病咽喉間生癰, 潰而膿血不止, 寢食俱廢. 醫者束手. 適楊吉老赴郡, 邀診之, 曰, 但先啖生薑一斤, 乃可投藥. 初食覺甘香, 至半斤覺稍寬, 盡一斤覺辛辣, 粥食入口, 了無滯礙. 此鳥好啖半夏, 毒發耳, 故以薑制之也. 觀此二說, 則鷓鴣多食, 亦有微毒矣 ; 而其功用又能解毒解蠱, 功過不相掩也. 凡鳥獸自死者, 皆有毒, 不可食, 爲其受厲氣也, 何獨鷓鴣卽神取饗帝乎? 鄙哉其言也! (이시진은 “남당서에서는 ‘승상 풍연사는 머릿속이 아픈 증상이 멎지 않아 고통스러워하였다. 태의 오정소가 공께서 산닭과 자고를 많이 먹어서 그 독이 발생한 것이라고 하고는, 감두탕을 투여하자 나았다. 이 새는 오두와 반하의 싹을 많이 먹으므로 이것으로 독을 풀어 주었을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또 유설에서는 ‘양입지가 통판으로 광주에 있다가 초주로 돌아왔다. 자고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마침내 목구멍에 옹저가 생겼고, 옹저가 터지자 피고름이 끊이지 않고 나왔으므로 침수와 식음 모두 전폐하였다. 의원을 불러도 속수무책이었다. 마침 양길로가 그 고을을 지나가므로 진찰하도록 초청하였다. 양길로가 말하기를 우선 생강 1근을 드셔야만 약을 투여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처음 먹을 때는 단맛과 향이 느껴졌는데, 반 근쯤 먹자 조금 숨이 트였으며, 1근을 다 먹자 비로소 매운맛이 느껴졌고, 죽이 입속으로 들어가도 마침내 막히는 것이 없었다. 이 새는 반하를 잘 먹으므로 오래되면 독이 발생할 따름이므로 생강으로 제어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두 가지 설을 살펴보면 자고를 많이 먹었는데, 또한 약간의 독이 있으나 그 효능과 쓰임 또한 독과 고독을 풀어 줄 수 있으니, 공과 허물이 서로 가리지를 않는다. 저절로 죽은 날짐승과 들짐승은 모두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는데, 전염병을 얻기 때문이니, 어찌 자고만 신령스러워서 상제게 바치겠는가. 그 말이 참 미련하구나!”라고 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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