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고령화사회 대응 위해 네덜란드 운영 'AIP' 도입 추진

이병희 기자 2024. 5. 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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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계속거주'(AIP·Aging In Place)
하비온 운영 '리브 ¹인' 방문…AIP 벤치마킹
조례 제정, 정책토론회 등 논의 박차 예정
[힐버숨(네더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유영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힐버숨(Hilversum)시에서 하비온(Habion) 주택재단이 운영하는 리브 인(Liv Inn)을 둘러보고 있다. 2024.05.17.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힐버숨(네덜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가 고령화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운영 중인 포용적 주거 정책 '지역사회계속거주'(AIP·Aging In Place)의 경기도 도입을 추진한다.

도의회는 현지 벤치마킹을 토대로 AIP 추진을 위해 필요한 공간 조성 방안을 담은 조례 제정, 정책토론회 개최 등 논의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힐버숨(Hilversum)시에서 하비온(Habion) 주택재단이 운영하는 리브 인(Liv Inn)을 방문해 AIP 경기도 도입 방안을 모색했다.

하비온은 네덜란드 전역에 걸쳐 80개가 넘는 지역에서 1만1000채 이상의 노인주택을 보유한 사회주택 재단이다. 2013년부터 독립주택과 요양원의 중간 형태인 '리브 인'이라는 주택 모델을 운영해 왔다.

'리브 인'을 비롯한 하비온의 사회주택은 AIP의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AIP는 살아온 집과 동네에 대한 노인층의 애착을 반영한 개념으로, 고령자가 스스로 선택한 거주지에서 기존 익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나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네덜란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구 노령화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인구노령화 추세로 2021년 19%였던 65세 이상 노령 인구 비율이 2050년에는 2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른 대안이 하비온의 AIP다. 2013년 중앙정부 차원의 전국 노인보건체계가 바뀌면서 노인요양시설을 짓던 부동산공급업체 하비온은 노인들이 살던 지역에서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원 시설을 독립적 주거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비온의 지향점은 노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통합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평균 거주자 나이는 80세로, 거주 대상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중하층 노인이다. 독립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되 물리치료실 같은 의료시설뿐 아니라 영화감상실, 운동시설, 공용부엌, 카페, 미용실, 네일아트샵 등 입주 시설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마을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다. 지역을 기반으로 타인과 연결하기 위해 월 2차례 지역 주민과 공연을 관람하는 등 마을과 거주민이 소통하는 시간도 있다.

사회적으로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도 반영했다. 주민들은 이곳을 단순한 거주 공간이나 재산이 아니라 주인의식 갖고 함께 돌보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직접 조경·시설·재정을 관리하면서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힐버숨(네더란드)=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유영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힐버숨(Hilversum)시에서 하비온(Habion) 주택재단이 운영하는 리브 인(Liv Inn)에서 공보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4.05.17.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비온의 공보담당자인 요스트 마스(Joost Maas)는 "하비온의 원칙은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나이들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커뮤니티 연결성을 통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스스로 의미 있는 존재로 이어가는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살아가던 곳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도시환경위원회는 경기도 도입 방안을 찾기 위해 구체적인 운영 방식, 입주자 선정 기준, 임대료 및 국가 주거지원금, 가장 필요한 시설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2시간가량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의원들은 리브인에 거주하는 파울린(Pauline·70)과 함께 실제 거주 공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3년째 리브인에서 거주 중인 파울린은 "수동적 서비스가 아니라 내가 이 공간을 꾸려가면서 주도적으로 지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더군다나 네일아트, 요가시설, 물리치료시설, 배달서비스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게 좋다. 비록 전에 살던 곳보다 공간이 작아졌지만 여기 있는 게 너무 좋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여기서 지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도시환경위원회는 하비온의 사례를 토대로 AIP를 경기도에 선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AIP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거주,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포함된 설문조사(전국 60세 이상 고령자 84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의 85.5%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를 위해 유영일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의 대표발의로 '경기도 계속거주 도시공간 조성 및 지원에 대한 조례안(가칭)'을 추진, 전국 최초로 관련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 달 5일에는 '도시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커뮤니티 기반의 도시정비방안-Aging In Place를 중심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유영일 위원장은 "이번 네덜란드 하비온재단 방문을 통해 확인한 공간 마련 방안, 의료인력 유치 등 경기도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경기도 맞춤형 AIP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AIP 실현을 위해 커뮤니티 기반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과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도시환경 정비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 차원의 추진 목적 및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도시환경위원회는 지난 15일 네덜란드 내무부 주택도시개발정책국(Binnenlandse Zaken en Koninkrijksrelaties)을 방문해 네덜란드의 주택공급 방안을 알아봤다.

네덜란드는 2013년 급격히 심화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2030년까지 100만채의 주택을 마련하기로 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분의2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이며, 30만채는 사회주택으로 마련된다.

현재 부족한 주택은 전체의 5% 정도인 39만호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부족량을 5%에서 2%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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