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4년차 전공의 아빠지만”…‘소명의식’ 강조한 40년 외길 의대교수
권순용 교수의 고언
명의로 자랄 묘목
배움단절 안타까워
수술방서 느끼는
행복한 피로감에
젖어 사는 게 행복
고관절 수술분야 권위자인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갈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의사들이 협상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년을 앞둔 원로 교수로 40여년간 정형외과에서 인공 고관절과 노인성 골반 골절 분야 의료기술 개발에 헌신했고, 의대 교수로서 수많은 의사들을 키워냈다. 그는 2017년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장, 2019년 문을 연 은평성모병원 초대·2대 병원장을 역임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과 의료 공백을 두고 권 교수는 스승이자 부모로서는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영상의학과 4년차 전공의를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건 의대 사태로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묘목’들의 배움이 단절됐다는 것”이라며 “이 친구들이 잘 배워 좋은 의사가 돼야 한국의 의료 수준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사들이 ‘행복한 피로감’에 젖어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내가 하는 의료행위가 부족하거나 잘못되면 몇 날 며칠 마음이 불편해 잠을 잘 수 없다”며 “특히 서전(surgeon)으로서 나는 ‘모든 일은 수술방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말했다. 이어 “땀에 흥건히 젖은 수술복의 가치와 행복한 피로감을 안고 걱정없이 단잠에 드는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 성취감은 그 어떤 일확천금에도 비견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순용 교수가 정형외과 전문의의 길을 택하게 된 것도 환자 덕분이었다. 34년전, 수십 톤에 달하는 아스팔트 롤러에 치인 청년이 그가 일하던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온몸에 화상은 물론 양쪽 골반 분쇄골절로 하반신은 가망없는 상태에 가까웠다. 젊은 환자를 살려내겠다는 일념으로 12시간을 꼬박 수술했고, 그 환자는 3개월 뒤 두 발로 퇴원을 했다. 그는 “당시 선배였던 교수들이 수술 경과를 보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때 고관절 분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그런 잊지 못할 환자와 수술이 동기부여가 되니 의사로서 사명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한 지역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TV프로그램 <권순용 교수의 TV자서전-명의>에서 만난 인연들이다. 의대정원 이슈로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 또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많아지는 요즘 시사점이 많이 담겨 있다.
최근 의대증원과 관련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일인만큼 누구의 유불리도 아닌, 정직하고 투명한 절차와 목적으로 협상하면 좋겠다. 협상이란 양측이 테이블에 앉아야 시작되는 것이고, 그 대화는 결코 멈춰선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은 환자가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지금 가장 괴로운 이들은 걱정과 고통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환자들”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길어진 만큼 불확실성과 균열도 커지고 있다. 가장 가슴이 아픈건 의사와 환자간 신뢰나 존경심이 깨져간다는 것”이라며 “다시금 라포(rapport)를 쌓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결론이 나야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안정성을 보고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는 세태에 대해선 나무랄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지만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릴때 자격증이 먹고사는 동아줄이던 시절이나 의료보험이 없던 과거엔 의사가 되면 큰 돈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돈을 벌기위한 수많은 길이 있지않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끈기와 열정으로 과학과 학문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친구들이 의사가 되면 좋겠다”며 “ 자녀가 의료 분야에 흥미와 자질이 있다고 하면 어떤 인성과 사명감을 갖춘 의사가 돼야하는지 고민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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