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작년엔 동유럽 올해는 서유럽…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

전남CBS 최창민 기자,전남CBS 유대용 기자 2024. 5.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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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약 700만 원…26명 연수단 총액 2억 육박
유명 관광 일정에 일부 관청 방문 끼워넣기식
성과 분명한 서울시장 중동 출장과 확연한 차이
남중권행정협의회 호화 해외연수 논란 처음 아냐
불투명한 예산 연수 효과도 의문…반복되는 악습
편집자 주
지자체장의 해외출장은 굵직한 성과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외유성'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대규모 투자 협약이나 국제 행사 유치 등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지역 현안을 소홀히 하며 해외관광을 떠난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잦다. 행정협의회란 이름으로 세금을 물 쓰듯 하는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의 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 논란을 심층 취재했다.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비행기 이미지. 여수시·스마트이미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작년엔 동유럽 올해는 서유럽…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
(계속)

산적한 지역 현안을 두고 12일간의 유럽행 비행기를 탄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의 외유성 해외출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해당 연수단에 투입된 재정이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1천만 시민을 대표해 외교적 성과를 마련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해외출장과 비교하면 이번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해외연수가 얼마나 부적절한 행태인지 여실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석 타고 서유럽…연수단 예산 2억원 육박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25일까지 12일간의 일정으로 서유럽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수는 남해안남중권 9개 시·군의 특색에 맞는 관광·문화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련됐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는 전남 5개 시·군(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고흥군, 보성군)과 경남 4개 시·군(진주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으로 구성된 행정협의회로, 이번 연수단은 모두 26명으로 구성됐다.

연수단에 포함된 지자체장은 정기명 여수시장을 비롯해 정인화 광양시장, 김철우 보성군수, 장충남 남해군수 등 4명이다.

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유럽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 홈페이지 캡쳐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이번 연수와 비슷한 시기인 5월 중순부터 6월초까지 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스페인·포르투칼 등 서유럽 여행상품을 보면 7박 9일 상품이 1인당 약 460만 원, 8박 10일 상품이 540만 원 가량이다. 12일 일정을 감안하면 700만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것.

이번 연수의 지자체장 출장비용은 협의회에서 지원했고 일선 시·군 담당자들의 비용은 지자체가 1인당 700만~800만 원 가량을 책정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정 시장의 해외연수 비용은 협의회에서 부담하고 동행한 공무원 3명의 국외여비는 1920만 원을 지원했다"면서 "차량 임차비 등 현지 부담을 포함하면 1인당 약 700만 원이고 정확한 규모는 연수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경비 750만 원을 기준으로 26명이 포함된 이번 연수단 전체 예산은 2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기준 국내 출발 스페인 마드리드행-포르투칼-스페인 바르셀로나발 국내 도착의 경우 일반석보다 300만 원 가량 비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의 경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등 의전 비용을 생각하면 전체 예산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김철우 보성군수가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 협의회 사무를 보는 담당 공무원도 연수단에 포함되면서 지자체장 연수 비용 등 정확한 전체 예산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과 여수시장 해외 연수 일정 비교표

1천만 시민 감시 받는 서울시장 출장과 비교해보니

1천만명을 대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일정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선명하다.

오 시장은 '서울의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5박 7일간의 UAE 일정을 소화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동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기술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두바이에서는 금융·경제에, 아부다비에서는 미래도시와 문화 분야에 방점을 분명히 찍었다.

오 시장은 첫 번째 현지 일정인 '두바이 핀테크 서밋' 행사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며 글로벌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강점, 혁신금융 선도도시, 디지털 금융허브 등 글로벌 톱5 도시 서울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기조연설에 앞서 알 막툼 부통치자와 만나 두바이와 서울시의 금융·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행사장에 마련된 서울기업관을 찾아 유망기업들을 꼼꼼히 살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립전시센터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AIM) 미래도시 분야에 참석,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대외무역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부다비에서는 국립전시센터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AIM) 미래도시 분야에서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다양한 문화교류와 협력을 약속했다.

행사 참석과 업무협약 등 대부분 일정에 현지 기관과의 접점이 분명하며 문화·관광산업과 관련한 명소 시찰 등의 일정은 2건에 불과하다.

오 시장은 야스아일랜드와 사디야트 문화지구 등을 시찰했으며 이마저도 각각 2~3시간으로 시간을 한정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식사시간과 이동시간을 포함해 4시간 간격의 일정을 보내며 하루 평균 현지 일정만 3~5건을 소화했다.

반면, 남해안남중권협의회의 해외연수는 권역의 관광 연계성 강화를 위한 국가(도시) 간 유기적인 연결성과 정책 사례 연구 등을 거창하게 내세웠지만 연수 일정은 벤치마킹을 명목으로 한 하루 1~2건의 견학과 방문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일정이 축제 참관과 전통시장 견학, 관광청 방문, 테마 소도시 마을 벤치마킹 등으로 채워졌는데 현지 기관, 전문가와의 접점이 모호해 사실상 해외관광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지자체장이 12일이나 자리를 비우고 택한 일정이라기에는 매우 초라한 내용으로, 이번 해외연수에 '외유성'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노관규 순천시장(오른쪽)이 지난 1월 1박 3일간 홍콩, 싱가포르 출장에서 직원들과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 페이스북 캡처


특히 전남 의대 유치 등 공통된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순천시가 연수에 불참한 것까지 감안하면 이번 연수의 명분이 더욱 퇴색된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 현안 등을 이유로 협의회 해외연수에 불참했다.

노 시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신설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구도에서 지자체장이 빠지면 대응할 사람이 없다"며 "기재부 일정상 예산과 관련해서도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노 시장은 앞서 지난 1월 'K-디즈니 순천'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해 홍콩 디즈니랜드와 싱가포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시정 상황 등을 고려해 주말을 포함한 1박 3일 일정만 소화했다.

남중권협의회 해외연수 논란 해마다 반복

남해안남중권행정협의회의 해외연수는 예산의 투명성과 지자체장 공백에 대한 문제 등으로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남해안남중권협의회 소속 시장·군수 등 26명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있기 직전인 2019년 6월 8일부터 16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1억 5천여만 원이라는 막대한 경비를 들여 미국 서부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협의회에서 8600여만 원을 마련하고 각 시·군에서 6900여만 원을 분담했다.

그러나 당시는 광양만권 산단 기업들의 대기오염 배출 측정치 조작을 비롯해 환경 대책 민원이 끊이지 않던 시기던 데다 대부분 일정이 관광성으로 짜여지면서 외유성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고흥에서 열린 남해안남중권협의회 22차 정기회. 고흥군 제공


특히 정기명 여수시장은 지난해 5월 24일~6월 4일에도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가 주관하는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남해안남중권 권역의 관광 연계성 강화를 이유로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등 동유럽 4개국을 방문했지만 대부분 유명 관광지로 일정이 채워졌고 일부 지역 관광청이나 관광센터를 잠깐 들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 시장은 여수지역 양식어가의 저수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같은 해 3월에도 시 예산 5500만 원을 들여 9박 10일 일정의 미국 출장길에 나서 눈총을 받았다.

현재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순천대 의과대학, 여수 율촌 대학병원 유치'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비판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함께 해외연수길에 오른 정인화 광양시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한 듯 연수 출발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동부권 의대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예산의 투명성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졌다.

지자체장의 해외연수를 두고 외유성 논란이 반복 될때마다 지역 시민사회는 해외연수에 사용된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호화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지자체장 비즈니스석 이용 등은 공무원 공무국외 여비규정을 준수한 결과"라며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 탈식민지시대를 거쳐 오늘의 역사에 이른 유럽 도시들을 둘러봄으로써 해양도시 여수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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