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회고록’ 직격한 김연주 “국민 마음을 ‘고구마 한 트럭’ 먹은 것처럼…”

권준영 2024. 5. 1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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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회고록서 “北 김정은, 딸 세대까지 핵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했다”
김연주 “현실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 김정은이 아니지 않나”
“文이 北을 인식하는 관점, ‘내재적’ 넘어선 ‘외바라기적’ 접근이 아닌가 싶을 정도”
“마치 文 회고록 출간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北은 같은 날 SRBM 추정 비행체 동해상 발사”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김연주 시사평론가. <디지털타임스 DB>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표지. <김영사 제공>
2019년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가 17일 출간됐다. 부제는 '문재인 회고록 : 외교안보 편'으로 지난 2014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재임 기간 중 있었던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 58번의 순방외교 등 외교·안보에 초점을 맞춘 소회와 후일담이 담겼다.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 등 역임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질문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관련 인식'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현실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 김정은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는 핵을 만들고 고도화해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김정은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해, 이를 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고구마 한 트럭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연주 평론가는 18일 '기필코 아니라는데도 기어코 쏘고야 마는…'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그(김정은 위원장)는 핵을 억제 수단으로만 국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헌법에 담아 유례없는 '핵무력법제화'를 실행에 옮기고, '기하급수적으로 핵무기의 숫자를 늘려라' 지시하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제 발견된 '한글'이 새겨진 무기를 재고 떨이한 것으로 여겨지는 주체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평론가는 "정치학에서 북한 연구를 할 때 일반적 대외 관계와는 달리 특수성을 감안하는 '내재적 접근' 방식이 활용된지 오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북한을 인식하는 관점은 '내재적'을 넘어선 '외바라기적' 접근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경도(傾倒)가 감지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마치 문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 북한은 같은 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더구나 이 군사 도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새로 개량·개발한 무기들이 '대남용'이라고 공언한 뒤 단행된 것이어서 문 전 대통령의 인식과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증명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김여정 부부장은 당일 오전에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 전술 무기들은 오직 한 가지 사명을 위해 빚어진 것들'이라면서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평론가는 "우리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살해당하고 시신이 훼손돼도 북에서 넘어온 이들이 올려 보내져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도 그럼에도 아직 북한에 선의가 있고 김정은의 진심이 있다고 믿는 것인가"라면서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이 아니라, 도보다리에서 전달된 USB에 담겨진 진실이 아닐까 싶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한편,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 위원장과 관련해 "내게 보여준 김 위원장의 모습은 매우 솔직했다"고 회상했다. 이유로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다"며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솔직해서 좋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면서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노 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서도 계속 오가고, 나중에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북미 간에 3차 정상회담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실기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외교의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고, 거기에 더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관계의 위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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