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당원 분노” 우원식 “아주 잘못된 말” 시간차 설전

손국희.강보현 2024. 5. 18. 01: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결과 놓고 충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표, 박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7일 정청래 수석최고위원과 정면충돌했다. 의장 경선 결과를 에둘러 비판한 정 최고위원에 대해 우 의원이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다. 설전이 이어지면서 “내홍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는 당내 우려도 흘러나왔다.

시작은 경선 직후인 지난 16일 정 최고위원이 올린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이었다. 당원들의 지지를 받던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하고 우 의원이 선출된 것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최고위원은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 교체의 길로 가자”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그런 정 최고위원을 겨냥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인의 판단과 당원을 분리하고 갈라치기를 하는 것”이라며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본인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당시 정부에 대립각을 세운 점 등을 강조하며 “저도 그렇게 대충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당원 상처’를 언급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우 의원의 발언 후 한 시간여 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경선 결과로 당원과 지지자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상처받은 여러분께 미안하다”고 말한 데 이어 회의 후에는 우 의원의 지적을 반박하는 페이스북 글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은 “갈라치기라고 말하는 순간 갈라치기가 아닌 것도 그런 것처럼 비취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 제 진정성을 왜곡하는 것”이라면서다. 그러면서 “당심(당원 마음)과 의심(의원 마음)의 차이가 너무 멀었고, 실망하고 분노한 당원을 위로해 간극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 노력을 제가 자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우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우 의원은 기자들에게 “최고위원이 할 말이 아니다”고 거듭 비판했다. “당원에게 사과한다”는 정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서도 “당선인들이 후보를 선출하고 이 대표도 그게 민심이라고 했는데 무슨 사과를 한다는 거냐”며 “그런 식의 표현은 국회의장 후보와 당심을 분리하려는 아주 잘못된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우 의원이 추 당선인을 꺾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두고 친명계는 당혹감을, 강성 지지층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넓게 보면 당과 이 대표 모두에게 잘된 일”이라는 반응도 제기돼 주목을 모으고 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불붙기 전만 해도 이 대표의 의중은 추 당선인과 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기류가 달라진 것은 소위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친명 팬덤에서 ‘추미애 의장론’이 불붙으면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명계 인사들은 “추 당선인이 선봉에 서서 특검법과 각종 개혁 법안을 밀어붙이면 이 대표가 져야 할 리스크가 분산될 것”이란 논리도 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되면 ‘강성 의장’ 행보를 보이며 개인 정치를 할 것”(야권 관계자)이라거나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선봉에 서면 독주 이미지만 강해질 것”(수도권 중진 의원)이란 우려도 커졌다. 이 때문에 추 당선인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우 의원이 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란 분석이다. 한 친명계 의원도 “추 당선인을 밀어붙인 일부 친명계의 체면이 구겨졌지만 당 전체로 보면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평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두렵다”(윤상현 의원)는 반응이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여당 당선인들은 당 위기에도 쉬쉬하고 있는데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 당선인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놓고 속도 조절하는 인상을 준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낙마로 친명계 국회 법사위원장의 등장과 이 대표의 연임론이 오히려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명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의 선택을 받은 인사가 선출되고 이에 더해 강성 법사위원장 선출과 이 대표 연임까지 이어질 경우 ‘일당화’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추 당선인의 낙마로 적어도 국회의장 선출에서는 ‘명심’이 비껴갔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는 논리다. 민주당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향후 선명성이 강한 법사위원장이 나오고 이 대표가 연임 수순으로 가더라도 최소한의 방어 장치는 마련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친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공분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재명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민심에 대한 반역” “당원을 개무시하는 처사” 같은 분노가 담긴 게시글과 댓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아직도 민주당 내에 ‘잔 수박’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경멸하는 용어로 통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이재명 갤러리’에도 “추미애를 안 뽑은 당선인 90여 명은 앞으로도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비난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분노의 화살은 민주당 당선인들에게도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우 의원이 선출된 이후 이름 모를 당원들의 항의성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며 “주로 ‘배신이다. 지켜보겠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2대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 공유 좀 해주세요” “우 의원이 속한 을지로위원회 명단 좀 알 수 있을까요” 같은 글도 올라왔다.

손국희·강보현 기자 9ke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