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前 6만3000평 기부, 포스텍 기틀 마련 도운 기업인

유지한 기자 2024. 5.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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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포스텍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천신일(왼쪽에서 셋째) 세중그룹 회장이 그의 평생 친구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김성근(맨 오른쪽) 포스텍 총장과 천 회장을 부축하는 장남 천세전 세중 부회장. /김동환 기자

“삶의 진정한 보람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아름답게 하는 일에 끊임없이 동참하는 거예요. 지금 학교를 둘러보니, 40년 전 내 결정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네요.”

세중그룹 천신일(81) 회장은 17일 포스텍(포항공대)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고서 얼굴 가득 환하게 웃었다. 그는 1985년 개교를 준비하던 포스텍에 땅 21만㎡(약 6만3000평)를 기부했다. 원래 주택 사업을 위해 마련해 둔 땅이었지만, 공대를 짓는다는 소식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내놨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1000억원이 넘었다. 이 땅은 현재 포스텍의 밑거름이 됐고, 포스텍은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경북 포항 포스텍 캠퍼스에서 열린 수여식에는 친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천신일 회장의 희생과 봉사의 숨은 손길이 포스텍의 탄생과 성공에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천 회장이 기부를 결심한 것은 젊은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1974년 30세 청년이었던 천 회장은 포항에 ‘제철화학’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했다. 포항제철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가공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제대로 된 기술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한국의 기술, 민족의 자본, 우리의 공장’이란 목표를 세우고, 유능한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공계 인재를 키우는 포스텍에 기부를 결심한 것도 뛰어난 엔지니어를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천 회장은 포스텍 개교 이후에도 학교에 현금과 주식 약 10억원, 석조 문화유산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45명에 이른다.

천 회장은 이날 수여식에 참석한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하면 기부하라”며 “포스텍에서 갈고 닦은 실력과 열정, 끝없는 도전과 창업으로 새로운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드시기를 염원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철화학 창업 당시 많은 도움을 준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천 회장의 평생 친구이자 고향이 포항인 이명박(83) 전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과 천 회장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을 버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고 돈을 벌기는 쉽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천신일 회장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포항 방문은 11년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포항의 발전을 위해서 기업인 포스코, 학교인 포스텍, 그리고 포항시가 모두 초심을 잃지 않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특히 포스텍은 한국의 대표적 이공계 대학이 됐지만 새로운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앞서가는 대학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크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목표하는 바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16일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포항을 방문해 유년 시절을 보낸 북구 덕실마을과 아동양육시설인 선린애육원 등을 찾았다. 포항상공회의소 전·현직 회장단 등과 가진 오찬에선 “나는 영원한 기업인”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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