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슬로바키아는 어쩌다 정치 후진국이 됐나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5.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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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6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로버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5일 권총으로 피격당한 로베르트 피초(60) 슬로바키아 총리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치료 중인 병원이 밝혔다. 용의자는 피초의 친러시아 정책에 불만을 품었던 작가로 조사됐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 공화국 해체로 독립국가가 된 슬로바키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유럽연합(EU)에 차례로 가입하며 서방의 일원으로 편입됐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누적된 분열과 혼란상이 국제사회에 드러났다. 슬로바키아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그래픽=송윤혜

◇Q1 정치적 혼란은 어느 정도인가

인구는 540만명, 면적은 남한의 절반에 불과한 슬로바키아엔 정당 40여 개가 난립하고 있고, 이 중 의회 교섭단체인 정당만도 7개다. 이 일곱 정당마저 성향이 모두 제각각이다. 1990년대 이후 30여 년간 급격한 민주화와 사회적 변동 과정에서 분출된 수많은 갈등과 국민적 요구를 기존 정당들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이 사분오열됐다. 주요 정당들은 좌파와 우파,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친(親)유럽과 친러시아 등으로 나뉘어 반목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지난 20여 년간 수차례 연립 정권의 수립과 붕괴, 정권 교체 및 정치적 보복 등을 경험해 왔다.

◇Q2 이런 상황이 초래된 이유는

슬로바키아가 처한 여러 국내외적 상황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까지 쓰는 유로존 국가다. 게다가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 경제라 EU에 대한 경제 의존이 절대적이다. 반면 에너지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처지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겪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친유럽 성향이 위축되고 친러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전체 국민의 약 8%가 헝가리계로, 이들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EU·나토 내에서 친러 성향이 강하다. 또 가톨릭 신자 비율이 약 60%로 전체적 사회 분위기는 보수적이나 민주화와 EU 통합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는 매우 개방적이다. 이런 복잡한 정치·사회적 요인 때문에 나이대별로 친EU와 반이민, 친러와 친유럽, 성소수자 인정과 배척 등의 입장이 모두 갈리고 세대 간 갈등도 심하다.

◇Q3 왜 하필 피초가 타깃이 됐나

카멜레온 같은 정치 행적과 권위주의적 면모 때문에 그에게 반감을 가진 이가 매우 많다. 1986년 공산당에 입당해 정치 이력을 시작한 그는 1989년 공산 정권이 붕괴하자 사회주의로 노선을 바꿨다. 1999년 민주좌파당 소속으로 공천에 실패하자 탈당, 현재의 사회민주당(SMER)을 창립했다. 우파의 무능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2006년 처음 총리가 됐지만 반이민, 동성애 혐오 성향의 정당과 연정을 하며 사실상 극우적 포퓰리스트로 변신했다. 2012년 두 번째 집권부터 푸틴과 밀착하며 권위주의적 면모도 본격화했다. 2018년 자신의 측근과 이탈리아 마피아 간 밀착 의혹을 취재하던 탐사 보도 전문 기자의 살해에 연관됐다는 의심을 받고 총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9월 다시 정권을 잡자 반부패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비판 보도를 해온 공영방송 RTVS 폐지에도 나섰다. 이 같은 행보가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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