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정신과 문턱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에게

우석훈·경제학자 2024. 5. 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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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요금이 두 가지로 나뉜다. 싼 요금과 비싼 요금이 있는데, 진료 기록을 남길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다르다. 건강보험 처리를 하면 기록이 남는다. 자기 부담으로 하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의료비를 지불하는 청소년은 많은 경우 결국 비싼 요금을 내게 된다. 자녀의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는 부모에게 이 얘기를 종종 해준다. 수많은 청소년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데 잘 몰라서, 혹은 돈 때문에 전문적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그들의 대답인즉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것을 치료하고 극복했다는 점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 백종우의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 나오는 얘기다. 미국 취업 준비생들은 우리와 달리 우울증 진단서를 떼어간다고 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혹시라도 진학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비밀 유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다.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신입 사원 채용 시 우울증 등 정신 질환 극복에 가산점을 줄 것인가, 아니면 감점 요소로 처리할 것인가?

백종우의 책은 정신과 문을 두드릴 고민을 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나 지인들이 보면 더 좋을 책이다. 정신과 관련 많은 책들이 우울증이나 치매와 같이 병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지만, 백종우의 책은 그들이 만나게 될 의사와 의료 체계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친절한 의사와 열정적 의사들에 대한 얘기가 아주 많다.

우리는 정신 질환을 아직도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본다. 그러니 숨겨야 한다. 다른 선진국도 원래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수많은 문제를 겪다가 정책적으로 노력하면서 집단적 전환을 했다. 백종우의 책을 덮고 나서, 취업할 때 우울증 진단서가 취업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나라를 정책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정신과 의사를 만날 때, 보다 저렴하게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많은 정신 질환은 치료하고 관리하면 된다. 면접관이 임의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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