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심’에 할 말 하는 野 원로들, 與는 ‘윤심’에 침묵뿐

조선일보 2024. 5. 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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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뉴시스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이 발표되는 순간 민주당 총회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박수도, 환호도 없고 우 의원 자신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이변이었다. 사실상 ‘이재명당’인 민주당에서 ‘명심(이 대표 의중)’이 실렸다는 추미애 후보의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변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의장 후보 경선에 앞서 민주당 4선인 우상호 의원은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서열 2위”라며 “당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추 후보 추대 움직임을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5선에 오른 박지원 당선인도 “민주당이 반성할 문제”라고 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대표가 개입하나.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연임론에 대해선 “한 사람을 황제로 모시고 있는 당 같다”는 말까지 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지급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올라 전 국민에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위헌 소지도 있지만 이 대표 공약이니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5만원을 준다고 해서 가계가 활짝 펴지진 않는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번 총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요즘 민주당에선 ‘명심’에 반하는 말 한 마디만 해도 이 대표 극성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곤 한다. 정치인으로서 지지층의 폭력적 행태를 당하거나 당권을 장악한 대표 눈밖에 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래도 민주당 중진·원로들은 할 말은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문제, 이종섭 전 장관 문제 등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지만 당 중진이나 원로 가운데 윤 대통령에게 직언한 사람이 없다. 최근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갑자기 교체했는데도 문제 제기를 하거나 우려를 표한 중진·원로도 없다. 이러니 윤 대통령은 민심 이반을 부를 결정을 쉽게 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있는 여당의 정치인과 야당 정치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함부로 비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은 민심의 동향을 잘 살펴 이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 화를 내더라도 결국 조심하게 되고 이것이 국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하는 국민의힘 중진·원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런 문제들이 모이고 쌓여 이번 총선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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