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공장 된 평화자동차, 우리 선의에 北의 대답은 늘 이렇다

조선일보 2024. 5. 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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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봄철 국제상품전람회 내 평화자동차 전시관 모습.

김정은이 최근 방문한 무기 공장이 과거 대표적 남북 경협 사업이던 평화자동차 공장이라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자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자동차는 통일교가 남북 합작 형태로 북한 남포에 세운 회사다. 2007년 방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기도 했다. 통일교 측은 2012년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 공장에선 신형 240㎜ 방사포 발사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북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며 내세우는 무기다. 그 무기가 우리 돈으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온갖 명분으로 숱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진행됐다. 많은 회담이 열리고 합의서가 채택됐다. 지금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다. 모두 북이 어깃장을 놓고 합의를 깼다. 1990년대 대우가 투자했던 남포공단의 시설 전체를 몰수했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도 우리 기업들을 내쫓고 우리 재산을 강탈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에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해 버렸다. 올해 들어선 ‘동족도 아니다’ ‘통일 불가’를 선언하고 남북 교통로에 지뢰를 묻고 있다.

애초에 북에 선의를 베풀면 핵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햇볕’ 가설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었다. 국가의 안보 통일 전략을 이솝 우화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북 망상에 사로잡혀 퍼주기에만 몰두했다. 지난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전 세계를 속였다. 그 결과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제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자신에게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선의를 충분히 베풀지 못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들렸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도 북은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대북 정책은 북의 실체와 의도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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