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매력 펼치는 쉽고도 우아한 글들

김한별 2024. 5.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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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김미옥 지음
파람북

“활자중독자이며 고급독자를 지향합니다.”

저자의 페이스북 자기 소개 글이다. 그는 건강문제로 2019년 직장을 명퇴했다. 그때부터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서평을 올리고 있다. 엄청난 다독(多讀) 다작(多作)이다. 하지만 문체와 가독성을 따진다. 책의 “물성으로서의 품격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형 출판사의 베스트셀러보다 작은 출판사의 ‘숨은 명작’을 아낀다. 자기 소개 그대로다.

이 책은 그렇게 독서계 ‘파워 인플루언서’가 된 저자의 독서편력기이자, 공황장애에서 자신을 구원한 ‘읽고 쓰기’를 권하는 독서선동서다. 다루는 책은 시·소설에서 미술·역사·과학까지 분야와 장르를 넘나든다. 17세기 독일의 사형 집행인을 다룬 조엘 헤링톤의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이야기를 같은 시기 조선의 재판기록 『추안급국안』과 거기서 모티브를 딴 황석영 소설 『장길산』으로 시작하는 식이다.

한데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문장이 간결하고 표현은 “아름답고 서늘해”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다. 이강영(『불멸의 원자』 저자)이 엔리코 페르미에게 바친 헌사를 인용해, 저자가 최연호(『기억 안아주기』 저자)에게 바친 헌사처럼, 저자도 “쉬운 듯 우아하게 지식을 전달한다”.

‘책에 대한 책’이지만 책 얘기만 하지 않는다. 바탕엔 사람이 있다. 2022년 구겐하임상을 받은 미국 작가 브랜던 홉슨의 『에코타 가족』을 소개하며, 1932년 『초당』으로 미국에서 같은 상을 받은 강용흘, 『초당』을 읽고 1946년 독일에서 『압록강은 흐른다』을 발표한 이미륵을 소환한다. 그렇게 자기 땅에서 쫓겨난 아메리카 원주민과 일제강점기 조선인 디아스포라를 마주 앉힌다.

힘겨웠던 자신의 삶도 털어놓는다. 상처투성이 가족사, ‘자기만의 방’이 없던 여고시절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울었던 일, 그래서 작가의 꿈을 접고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던 일…. 더 궁금하면 나란히 출간된 자전 에세이집 『미오기傳』(이유출판)을 함께 읽어보자. 내용은 더 신산한데 문장은 더 유쾌하다.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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