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기회로 삼은 ‘혁신의 군대’

2024. 5.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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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군사혁신
이스라엘의 군사혁신
에드워드 러트웍
에이탄 샤미르 지음
정홍용 옮김
플래닛미디어

정식 명칭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인 이스라엘군은 흔히 혁신의 군대로 불린다. IDF가 벌인 작전과 개발한 무기체계가 혁신의 증거다.

이스라엘군 복무 경험이 있는 미국인 컨설턴트·저술가 에드워드 러트웍과 이스라엘 전략부의 국가안보정책국장 출신으로 싱크탱크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의 책임자인 에이탄 샤미르는 IDF의 힘을 혁신의 유전자에서 찾는다. 결과는 물론 과정·배경도 추적해 IDF는 왜 혁신에 열려있고,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를 종횡으로 분석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2011년 실전 배치된 대미사일·대로켓·대포병탄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히브리어로 키파트 바르젤)의 개발 속도다. 90%가 넘는 경이로운 방어 능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이언 돔은 개발에서 배치까지 5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스라엘 국방연구개발관리국 책임자 대니 골드는 특공대 기습과 같은 속도전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골드는 “내가 책임진다”며 법적 처벌이나 평판과 경력 손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규정과 절차를 넘어서며 속도를 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통 큰 배려와 혁신 중심형 문화가 그 뒤에 숨어있다.

이스라엘 남녀 혼성 전투부대 카라칼 대대가 2011년 훈련 중인 모습. [사진 플래닛미디어]
현장으로부터의 혁신은 IDF의 또 다른 장점이다. 1973년 아랍의 기습으로 이스라엘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욤 키푸르 전쟁은 오히려 혁신의 동력을 제공했다. 당시 기갑부대를 이끌고 수에즈운하를 도하해 이집트군 후방을 기습한 아리엘 샤론 장군의 혁신 작전의 배경에는 현장을 믿고 독자 작전권을 부여한 지도부의 담대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사후 교훈이다. IDF는 하나의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쟁 원인· 경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혁신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집트군이 도입한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에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잃은 IDF는 전후 조종사 보호를 위해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스라엘이 군사용 드론 강국이 된 배경이다. 적의 대전차 미사일에 기갑부대가 타격을 입자 장갑 강화라는 수동방어에 머물지 않고 날아오는 적탄을 요격하는 능동방호체계인 트로피를 개발해 전차에 탑재했다.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사실 만성적인 인력·자금·기술 부족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IDF가 나라를 탓하지 않고 결핍을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활용했다고 강조한다. 공군기의 경우 강대국들이 전투기·중폭격기·경폭격기·지상공격기를 따로 운용하는 동안, IDF는 건국 초기부터 도입한 전투기를 다양한 작전이 가능한 다목적기로 개량해 실전에서 ‘궁즉통’의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미군을 비롯한 전 세계 군대에서 다목적 전투기가 대세가 되고 있다.

하나 더 주목할 점은 육해공군을 별도로 나누지 않고 총참모부 산하에 단일군을 유지하는 IDF의 최고지휘관인 총참모장은 중장이며, 최고지휘부인 하키르야는 9명의 소장이 이끈다는 사실이다. IDF 전체의 현역 소장은 17명에 불과하다. 장성급을 비롯한 고위장교 숫자를 제한하고 전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소모가 많은 젊은 장교단을 늘려 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현장 중심형으로 조직을 혁신한 때문이다. 적은 인구로 병력 부족이 불가피한 IDF는 창설부터 예비군이 중심이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사례는 호전적이고 적대적인 상대에 둘러싸이고, 병력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는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참조할 점이 적지 않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군사혁신의 마중물로서 말이다. 부제 ‘이스라엘 방위군을 정예강군으로 만든 군사혁신 16’. 원제 The Art of Military Innovation: Lessons from the Israel Defence Force.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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