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에게 19금이란 …표현의 자유일뿐!

김원희 기자 2024. 5.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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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핫’한 가수 비비
비비 ‘나쁜X’ 티저 포토. 필굿뮤직 제공


2년전 발표한 ‘나쁜X’ 등
19금 뮤비 제한되기도
파격적 퍼포먼스로
부정적 여론도 있었지만


지난 2월 선뵌 ‘밤양갱’
180도 반전매력 메가히트
다양성의 경계 넘나들며
연령 제한 없는 인기몰이


가수 비비가 ‘19금’의 경계를 뛰어넘고 ‘연령 제한’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비비는 ‘나쁜X’였다. 지난 2월 13일 ‘밤양갱’을 선보이기 전까진. ‘밤양갱’은 경쾌한 왈츠풍 멜로디의 곡으로, 그와 상반되는 현실적인 이별 내용의 가사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색다른 맛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밤양갱’의 흥행에 핵심으로 작용한 것은 비비의 반전 매력이다. 이전 곡들과는 전혀 다른 가볍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밤양갱’을 완벽히 소화했고, 그의 색다른 매력은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스포츠경향이 창간 19주년을 맞아 ‘19금’을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핫’하지만 더 이상 ‘19금’은 없는, 비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비의 과거, 왜 ‘나쁜X’였나

‘가수 비비’를 각인시킨 건 2022년 발매한 첫 정규 앨범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누아르’의 타이틀 곡 ‘나쁜X’다. 욕설을 반복하는 후렴구에 강렬한 비트, 한 편의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와 파격적인 비주얼까지, K팝 아이돌이 주류인 국내 가요계에 색다른 충격을 몰고 왔다. 비비가 작사, 작곡한 또 다른 타이틀 ‘가면무도회’ 역시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기를 드는 메시지를 담아냈고, 직접 프로듀싱에 나선 뮤직비디오는 영화 ‘킬 빌’을 오마주한 높은 수위의 콘셉트로, 시청 연령이 제한된 일명 ‘19금’ 뮤직비디오가 되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직접 작업한 곡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고, 2018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을 거쳐 2019년 싱글 ‘비누’로 정식 데뷔하기까지, 늘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왔던 비비다. 다만 첫 정규 앨범 이전까지는 감성적인 R&B 소울 힙합 장르의 곡을 보여줬던 그는 2022년 ‘나쁜X’가 되기로 결심했다.

“정규 1집은 ‘누아르 에라(era)’를 정리한 앨범이에요. 그중에서도 ‘가면무도회’ 뮤직비디오는 한마디로 ‘검은 신세계’를 표현했죠.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슬펐던 감정, 악으로 가득 차올랐던 모든 부분을 꺼냈던 것 같아요. 앨범 작업만 1년이 걸렸는데 모든 작업을 끝냈을 때 무거운 옷을 벗은 것처럼 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나 ‘나쁜X’도 ‘가면무도회’도 공개 후 기획 의도보다는 파격적인 콘셉트와 퍼포먼스 등이 더 집중 조명됐고, 단순히 퇴폐적이거나 세 보이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가수로 여겨지며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걱정이요? 왜 없었겠어요. 스스로도 인간의 욕망, 복수 같은 주제에 몰입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많이 피폐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 어두운 부분을 더 신랄하게 묘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확실한 서사와 좋은 음악, 모든 키를 쥐고 작업에 임한다는 생각으로,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레벨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비비의 현재, 왜 ‘밤양갱’이었나

그러나 비비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밤양갱’이라는 예상치 못한 과감한 선택으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이는 ‘누아르 에라’를 마치고 새롭게 이어나갈 ‘사랑의 에라’를 대표하는 곡이 됐다.

비비는 ‘밤양갱’의 메가 히트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미지를 180도 뒤엎는 선택에도 “망설임이나 걱정은 없었다”며 자신의 행보에 확신이 있었음을 전했다.

“노래를 듣자마자 느낌이 팍 왔어요. ‘사랑의 에라’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같은 사랑 주제지만 상반된 색깔의 두 곡을 엮어서 더블 싱글로 발표하고 싶었거든요. 그 한 축에서 ‘밤양갱’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겉은 까슬까슬하지만 속은 달달하고 소박한 맛이 있는 밤에 빗대 진실한 사랑을 얘기하려고, 왈츠풍 멜로디에 청아한 음색을 녹여냈죠. 담고 싶은 스토리라인에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밤양갱’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나 걱정은 없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반응은 상상하지 못해서 뿌듯하고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얼떨떨했어요. 받아 마땅한 성적이 아닌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많은 감정이 교차되더라고요.”

비비의 미래 “‘19금’은 기준선일 뿐”

비비가 밟고 넘어간 ‘19금’의 경계. 단순히 선정적인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기도 하지만, 국내 가요계에서는 ‘19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여전히 높은 벽이다. 특정 장르가 주를 이루며 다양성이 정체된 국내 가요계에서 그 경계를 넘어선 비비는 어떤 길을 걸어갈까.

“단순한 자극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로 작용하는 콘텐츠를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19금’이라는 건 단지 미성년도 생각할 만한 소재냐, 아니면 유해한 것이냐에 대한 기준선일 뿐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때로는 나이를 떠나 다 같이 생각해볼 만한 소재, 때로는 성인들끼리 깊이 있게 생각해볼 만한 소재, 이렇게 무언가 화두를 던지고 같이 생각해보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한동안은 사랑을 주제로 하는 더블 싱글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과분한 사랑과 회사 식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멋진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앞으로도 더 재밌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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