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추모 물결···“여성혐오 근절, 그 쉬운 게 아직도 어렵다”

배시은 기자 2024. 5. 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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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인 17일 여성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추모행동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한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던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인 17일 서울 강남역 앞에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들은 8주기 추모식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여성 폭력에 대한 국가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남역 여성살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추모식은 서울여성회 등 34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주최했다.

퇴근하자마자 장소를 찾은 듯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여성들이 급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몇 여성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팻말을 들어 보이자 집회가 곧 시작됐다. 10번 출구 앞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는 8년 전처럼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이 붙었고 주변엔 국화가 여러 송이 놓였다. 색색의 포스트잇에는 ‘여성혐오 근절 그 쉬운 게 아직도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기억하고 추모하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인 17일 여성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추모행동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8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수많은 여성이 젠더폭력에 고통받고 목숨을 잃고 있는데,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정부 부처와 각종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젠더폭력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지우려 하는 정권과 동조하는 거대 야당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한 20대 남성이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도 언급됐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부회장은 “얼마 전 강남역에서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에게 한 여성이 또 죽임을 당했다”며 “가정, 직장, 번화가에서도 폭력과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정부가 젠더폭력에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성평등을 퇴행시키고 있으니 강남역, 신당역, 공원,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물리적·비물리적 젠더폭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모든 곳에 성평등이 필요하다고 외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처음 참석했다고 밝힌 A씨(20)는 “강남역이라는 공간에서 살인당했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며 “8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발언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바닥에 붙여 8주기 추모행동의 슬로건인 ‘반격’이라는 글자를 채워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시킨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17일 서울 강남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살해 동기로 “평소 여자들이 무시해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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