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만을 위한 논쟁 : 누굴 위한 금투세 폐지인가 [추적+]

강서구 기자 2024. 5.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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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정부 금투세 폐지 선언
야당 금투세 시행 주장
평행성 달리는 금투세 
시장도 전문가도 논쟁 
세금만 글로벌 스탠더드
따른다는 지적도 나와 

#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다. 시장에서도 찬반양론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과도한 기우라는 주장이 맞선다.

# 그럼에도 한목소리를 내는 지점도 있다. 투자자에게 세금을 걷어도 될 만큼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했는지 의문이라는 거다. 시장 상황은 후진국인데 세금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거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할 것이다. 1400만명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시행과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금투세가 뭐기에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책이다.

과세 방안은 이렇다. 주식 투자로 발생한 소득에서 기본 공제 5000만원(주식·펀드 등)을 초과한 금액 중 3억원 이하엔 22.0% (금투세 20.0%+지방소득세 2.0%), 3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는 27.5%(금투세 25.0%+지방소득세 2.5%)의 세금을 부과한다.[※참고: 해외주식 시장과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수익의 250만원을 공제한 후 세율(3억원 이하 22.0%·3억원 초과 27.5%)을 적용해 과세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한해 주식 투자로 1억원을 벌어들인 투자자는 1100만원(5000만원×2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진 건 2020년이다. 그해 6월 문재인 정부는 '금융세제개편방안'을 통해 금투세 도입을 발표했고, 12월 관련법(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3년 도입이 확정됐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를 발표하면서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연기됐고, 올해 초 윤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진 지 4년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 야당은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의 의견도 엇갈린다. 금투세 유예 논란이 일었던 2022년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답변과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답변이 각각 41.0%, 44.0%로 팽팽하게 맞섰다.

■ 금투세 반대 =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고 찬성하는 걸까. 우선 반대 의견부터 살펴보자.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도한 과세로 국내 증시에서 해외 증시로 발길을 옮기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란 우려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투세는 개인에게만 적용하는 세금"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와 법인을 제외하고 개인에게만 금투세를 적용하는 것은 독박 과세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슈퍼 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 거래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증시 부진은 안 그래도 단기투자가 성행하는 국내 증시의 '단타' 투자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국내 증시에선 세력이라고 불리는 큰손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큰손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가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숱하다. 이런 큰손이 세금을 이유로 국내 증시를 떠나면 시장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도입으로 15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투세를 우려한 투자자가 투자수익이 5000만원을 넘기 전에 매도에 나서면서 단기 투자가 더 성행할 수도 있다.

과세 형평성 논란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법인세를 낸다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는 자국에 세금을 내기 때문(이중과세방지 조약)에 금투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식 시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개미에겐 금투세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금투세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말을 이었다. "금투세 시행으로 얻는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주식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며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금투세 찬성 = 반대로 금투세를 찬성하는 이유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거다. 금투세는 주식 등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다. 현재 양도소득세 대상은 주식 보유액이 종목당 50억원 이상인 대주주다. 대부분의 소액투자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는 게 금투세의 취지다.

[사진=뉴시스] 

금투세 시행을 향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세 대상이 되기 위해선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그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2021년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0.9%에 불과했다. 99%의 투자자는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투세를 '부자증세'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투세가 시장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지도 의문이다. 한때 투자자들은 공매도만 금지하면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금지했는데도 국내 증시는 여전히 옆으로 기고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투자자의 우려가 과도한 기우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시행 시기를 한차례 유예한 금투세를 두고 폐지 논란을 일으킨 것이 국내 증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락가락한 금투세 시행 논란이 되레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금투세 시행 전 5년 이내에 발생한 손실을 이월 공제해 주고, 금투세 시행으로 증권거래세가 낮아지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통된 우려 = 이처럼 금투세 시행을 향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흥미로운 건 찬반 양쪽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있다는 점이다. 바로 국내 증시가 금투세를 시행할 만한 환경이냐는 거다.

물론 조세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도 맞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것도 옳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현주소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2년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율 평균은 25.0%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92.0%)은 물론 신흥국(37.0%)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투자자를 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주가가 오를 땐 대주주가 앞장서서 주식을 팔아치우기 일쑤다.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이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쪼개고, 합치기를 반복한다. 기업의 투명성도 낮다. 깜깜이 공시는 밥 먹듯이 반복하고, 콘퍼런스콜이나 주주총회가 아니 기업의 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보다는 테마주를 좇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 2023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등 잊을 만하면 터지는 주가조작 사건도 여전하다. 조세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좇고 있지만 국내 증시의 수준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투세를 도입하기 전에 시장을 그게 걸맞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게 맞다"며 말을 이었다. "노동소득에만 철저하게 과세하는 이상한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소득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세금만 걷으려 하고 투자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소극적인 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 공개, 상장에 성공하면 주가는 '나 몰라라'하는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 연이어 터지는 주가조작 사태까지 국내 주식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를 모두 내팽개쳐 놓고 해외 주식시장처럼 세금만 내라고 하니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시행 7개월 앞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금투세 논란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강서구 더 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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