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미얀마·소수자, 아픔 보듬은 ‘모두의 오월’…광주 금남로서 5·18전야제

강현석 기자 2024. 5. 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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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주년 앞두고 민주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
힙합·비보이 등 엄숙주의 깨고 새로운 시도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에서 주제 공연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제 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17일 항쟁의 중심이었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펼쳐졌다. 전야제는 ‘오월 광주’가 모든 아픔을 보듬고 민주를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르 통해 ‘모두의 오월’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5·18전야제는 그동안의 엄숙주의를 버리고 래퍼와 비보이 등이 참여하는 공연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모습도 보였다.

전야제 행사는 1980년 5월14일 전남대 학생들의 거리행진을 재연한 ‘민주 평화대행진’이 금남로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다양한 계층과 단체가 참여한 평화행진은 광주공원에서 출발하는 ‘모두의 길’과 북동성당에서 출발한 ‘하나의 길’ 행진단이 금남로에서 하나로 모였다.

전남대·조선대 학생들을 비롯해, 광주시와 5개구 등이 행진에 참여했다. 사회단체들의 참여도 많았다. 민족민주열사와 제주 4·3사건 유족과, 여수·순천 10·19사건 유족, 대구 2·28 관계자, 부마항쟁 관계자 등이 행진에 참여했다.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4주년 전야제에서 민주평화대행진이 참석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모임과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도 광주 시민들이 44년전 계엄군에 맞서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금남로를 행진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생가와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이 있는 합천 주민들도 이날 전야제에 참석했다.

이들은 ‘합천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 라는 펼침막을 들고 5·18당시 학살 현장인 금남로를 걸었다. 합천주민들은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호소하는 전단 4000장을 만들어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전단을 받아든 이대유씨(70대)는 “합천 분들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전두환 미화’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을 보니 정말 고맙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오월의 가치를 전달하는 메시지인 ‘광주선언 2024’도 발표됐다. 광주선언은 오월 정신의 의미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 등과 연대하며 오월의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메시지가 담겼다.

5·18과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스리랑카 여성인권활동가, 여성·장애인·노동 단체 관계자, 청소년 등이 선언문을 나눠서 낭독했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에서 각계 대표가 광주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들은 “오월정신은 ‘불의에 맞서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가치’와 함께 ‘주먹밥과 헌혈로 대변되는 나눔과 대동정신’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선포했다.

이어 “오월정신은 눈앞에 놓인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그 불안을 종식해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갈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이자 저력임을 선언한다”며 “반복되는 5·18민중항쟁에 대한 왜곡과 오월 정신 훼손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전야제 본 무대 행사는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 ‘오월하다’ 등 3부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민중가요 외에도 청년 세대에 익숙한 브리이킹과 힙합 리듬, 래퍼와 비보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5·18,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무대 위에서 만나 손을 맞잡으며 서로의 마음을 씻기며 위로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희망이 꽃피다’는 주제로 열린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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