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매장에 감자포대 쌓아둔 이유?”…혁신은 잘 베끼다 보면 나온다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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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테이텀 지음, 안종희 옮김, 더퀘스트 펴냄
일상을 바꾼 대부분의 아이디어
번뜩이는 영감에서 나온 것 아냐
영화 ‘에일리언’은 ‘우주의 죠스’
일본 고속열차는 물총새서 착안
기존의 것 잘 조합하는 게 능력

“유레카!”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외쳤다는 이 말은 섬광같은 깨달음의 순간을 말하는 구호로 통용돼 왔다. 획기적인 해결책을 발견한 천재를 은유하기도 하는 ‘유레카’는 주변에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살아남는 생각들의 비밀’의 저자 샘 테이텀은 ‘유레카’적 사고에 반기를 든다. 세상은 ‘유레카’를 외치는 고독한 천재의 영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살아남은’ 생각은 천재의 영감이 아니었다고, 따라서 ‘유레카’는 잘못된 통념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왜 그럴까.

영화 ‘에일리언’을 기억해보자. 1979년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만 800만 달러 수익을 내며 ‘대박’을 쳤다.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3억 달러에 달하는 숫자다. 우주에서 만난 괴생명체가 인간 신체를 숙주로 번식한다는 설정은, 기괴한 공포를 자아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의 ‘에일리언’을 쓴 작가가 대본을 할리우드에 팔 때의 핵심 아이디어는 딱 두 단어였다.

“우주의 죠스.” 이미 유행했던 영화 ‘죠스’의 우주 확장판이란 간명한 설명이었다.

살아남는 생각들의 비밀
‘미국 햄버거 3대장’으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에 들어가면 귀퉁이에선 ‘감자 포대’가 흔히 발견된다. 이는 한국 매장도 마찬가지다. 매장 한쪽에 감자를 쌓아둔 이유는 ‘신선한 감자’를 제공한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대기업의 기업활동과 방문객 간의 거리는 포대를 사이로 좁혀지게 된다.

자, 영화 ‘에일리언’와 파이브가이즈의 공통점은 뭘까. 그건 ‘새로운 것’이 아닌, 이미 있던 것들의 조합이란 점이다. ‘에일리언’은 1974년 개봉 영화 ‘죠스’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시도했고, 파이브가이즈 감자 포대는 자사의 감자튀김의 원재료를 창고에서 매장으로 꺼낸 것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의 조합와 재배치를 통해 ‘에일리언’ 판권 구매자는 핵심 본질에 진입하게 되고 파이브가이즈 이용자는 제품을 더 신뢰하게 됐다.

“아이디어는 기존의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미국 전설적 카피라이터 제임스 웹 영의 말이다. 저자는 ‘유레카’적인 깨달음에는 그야말로 ‘100년’이 걸리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원리를 활용하면 고작 15분 만에 해결이 가능한 일들이 적지 않다고 쓴다.

극소수의 공상가가 세상을 바꾸었다는 식의 설명은 “오해”라고 이 책은 쓴다.

신선도를 홍보하기 위해 착즙 시각을 로고보다 크게 제작한 프랑스 기업 앙떼르마르셰의 오렌지 주스 사진. [앙떼르마르셰 유튜브 캡처]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점 앙떼르마르셰는 오렌지 주스의 신선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홍보문구로 아무리 “우리 주스는 정말로 신선합니다!”라고 강조해도 설득력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앙떼르마르셰는 단순명료한 해결책을 사용했다. 바로 주스 각 병에 ‘착즙한 시간’을 실시간으로 적어넣고, 이 시각을 로고보다 더 크게 쓰는 방법이었다. 앙떼르마르셰 주스에는 ‘8:36’, ‘10:15’ 등의 숫자가 굵은 글씨로 적혔다. 착즙시간을 실시간으로 표기하면서 구매자 신뢰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일본 초고속열차 500시리즈의 최대 시속은 300km에 달한다. 그러나 공기저항을 덜 받으면서 기내 소음을 감소하고, 터널 붐 현상까지 줄이는 일은 기술적 난제였다. 500시리즈 개발자들은 물총새의 부리에 주목했다. 물총새는 수면을 향해 최고속도로 접근해 먹이를 낚아채는데, 그때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아야만 ‘사냥’이 가능하다. 일본 열차는 물총새의 부리를 모방했고 자연에서 빌린 지혜는 난제를 해결했다.

저자는 말한다. ‘획기적인 발견’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특허기술 20만건을 분석해보니 95%는 이미 해결책이 산업계에 존재하던 것이었다. 어제의 해결책, 우리 주변에 즐비하는 아이디어들이 인류의 현재를 만들었다. 섬광같은 아이디어라는 좁은 길을 가지 말고, 이미 있던 것들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른 지름길이라고 책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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