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의 ‘하이브 의결권행사 금지’ 신청...법원 “주총 전 결정”

윤수정 기자 2024. 5. 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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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에게 민희진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민희진 측 변호인)”

“민 대표는 멤버들이 자신에게 종속되길 바란다.(하이브 측 변호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 뉴스1

17일 오전 10시25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의 공개 심문을 진행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최대 주주인 하이브(어도어 지분 80% 보유)가 민 대표(18% 보유)의 해임안 등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 하도록 막기 위한 소송이다. 지난달 22일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이후 양 측이 공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에는 법무대리인들만 참석했다. 대신 재판 직전 민 대표 측은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이 쓴 탄원서를, 하이브 측은 방시혁 의장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양 측은 약 30분씩 부여받은 변론 프레젠테이션 시간 대부분을 각자가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록, 메일 등을 폭로하는데 할애했다. 심리 중 “민희진 대표가 무속인에게 의지해 경영을 했다”는 주장을 두고 양측 설전이 반복되자 재판부가 “법리적 쟁점만 이야기 하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법정에서조차 이들이 폭로전을 이어간 건 판례가 전무한 ‘주주간 계약서의 의결권 구속 효력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양 측은 지난해 3월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에 체결한 주주간 계약서에 “설립일로부터 5년의 기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유지할 수 있도록 보유 주식 의결권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음을 인정했다. 민 대표 측은 이 문구가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 제한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 중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통설에 따르면 주주간 계약이 있든 없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만일 재판부가 하이브 측 손을 들어 구속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희진 측 주장을 들어 구속 효력을 인정한다면 주주간 계약서 상 단서 조항들의 해석이 중요해진다. 민희진 대표가 1)어도어에 10억 원 이상 손해를 입히거나 2)주주간 계약을 중대 위반하거나 3)배임, 횡령 등 위법행위 4)업무상 중대 결격사유 등을 범할 경우 주주간 계약을 제한할 수 있는 단서 조항들이다. 이 경우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려는 구체적인 사유가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의결권 구속(계약)에 대한 정확한 판례가 없고, 관련 논쟁도 많은 상황”이라며 양측에 “오는 24일까지 추가 서면 입장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임시주총일인 31일 전까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다뤄진 주요 쟁점을 양측 반론전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하이브 동의 없이 실현 불가능’ vs ‘뉴진스 빼돌려 독립 모의’

이날 양측 입장은 민 대표가 외부 투자자를 만나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계획했는지 여부에서 판이하게 갈렸다. 민 대표 측은 “지배주주 변동에 관한 구체적 계획도 없고, 상상조차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이상우 어도어 부대표 등을 통해 지난 1월부터 투자처를 물색하며 독립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 대표(이하 민)

“VC(벤처 캐피탈)들로부터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라’는 조언을 들은 바 없다. 외부 투자자를 만나 투자 의향을 타진한 적도 없다. 이상우 부대표도 뉴진스의 실적 홍보를 했을 뿐이다.”

“하이브는 B 하이브 사외이사의 진술서에 기재된 ‘민희진이 사모펀드를 만나고 다녔다’는 풍문만 믿고 감사를 시작했다. 민희진은 해당 사모펀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하이브가 찾아낸 관련 대화들도 사담 수준이다. 이를 하이브가 아전인수식 소설로 쓰며 스스로 시가총액 1.5조를 날리는 촌극을 벌였다.”

하이브(이하 하)

“민 대표가 올 초 하이브 IR(기업홍보) 직책이던 이상우씨를 어도어 부대표로 옮기게 했고, 하이브에서 독립 후 얻게 될 대금의 0.35%를 주기로 약정했다. 이후 이 부대표는 지난 1월 N캐피털을 만나 (어도어) IPO(상장) 방안을 논의했고, 2월부터 BTS 전담 회계사, 애널리스트, 법무법인 이사 등을 수차례 접촉했다. 모 금융기관이 ‘쩐주’로 입후보했다며 자랑까지 했다.”

“민 대표가 VC투자자들 모임에 직접 참석해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중론’이라 발언했다. 이상우 부대표 등에겐 ‘투자처를 투자액 기준으로 1~10위까지 정리해보라’고 지시했다.”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할 의도 없어’ vs ‘배상금까지 계산’

어도어 부대표 A씨(오른쪽)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대화 캡처본. 제공=하이브

‘뉴진스 전속계약해지’를 민 대표가 계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카카오톡 대화록에도 서로 다른 해석이 이어졌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감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민 대포와 어도어 경영진이 나눈 것이라며 한 대화록을 공개했다. ▲2025년 1월 2일 풋옵션 행사 exit ▲어도어는 빈껍데기 됨 ▲권리침해소송 진행 ▲재무적 투자자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전속계약) 새로 체결 등 내용이었다.

이날 법정에선 지난 3월 14~15일에 걸쳐 민 대표와 이상우 부대표가 나눈 대화록이 추가 공개됐다. 뉴진스와 전속계약 해지 시 예상되는 수천억원의 손해배상액을 구체적으로 계산한 대화였다.

“짜깁기한 대화록이다. 손해배상금 추산은 어도어의 기업가치 산정하는 대강의 방식이었을 뿐, 이 대화는 오히려 민 대표 역시 멤버들의 탈퇴를 우려했다는 반증이다. 어도어와 뉴진스 간 전속계약을 해지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

“거론된 ‘빈껍데기’ ‘뉴진스 권리침해소송’ 등은 아일릿과 같은 카피 사례 및 하이브 업무 방해가 계속 이어진다면 빌리프랩과 하이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을 뿐이다. 이마저도 (민 대표는) 주주간 계약상 (수정) 문제로 풋옵션을 행사한 이후에 문제제기 하는게 맞다고 판단한 상태였다.”

“이상우와 신동훈 어도어 부대표는 4월 17일자 업무 대화록에서 글로벌 대형 투자자를 만나 어도어 투자를 논의하거나 하이브 대출 현황을 파악했다. 그 직전에는 민 대표와 함께 뉴진스 전속계약 손해배상금을 계산하며 ‘뉴진스의 어도어 탈퇴는 우리도 너무 손해가 아니냐’고 대화했다. 이들은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고자 2024년 활동을 광고모델 등 단기성과에만 집중하고, 이제부터 슬슬 활동하며 회사를 싸게 삼켜버린다는 계획을 대화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 경영진과 ‘엄마들이 직접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논의하면서 “신고되어 조사가 되던지 상관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런 식으로 어도어 가치가 떨어지면 외부 투자자와 함께 다시 어도어 주식을 매집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지난 2월 ‘방탄소년단이 복귀하기 전인 1년 간이 하이브가 약한 때이므로 채무자와 방시혁을 끝낸다’, 3월 ‘뉴진스 부모를 포섭한 뒤 계획을 당긴다’, 4월 ‘1차 메일 보내 공격 개시’ ‘어차피 2차까지 갈 거면 늦출 필요 없으니 공격해. 그리고 우린 여론전 준비’, ‘문제 개선은 안물안궁. 대외 이슈 제기를 하는 게 목표’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뉴진스 투자 소홀’ vs ‘멤버와 가족을 방패막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대화록 일부./뉴시스

뉴진스 멤버 부모들을 둘러싼 논쟁도 팽팽히 이어졌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에 표절 논란 등을 항의하는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엄마들이 하이브 계열사의 부당 침해로부터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전속계약 체결자로서 제3자의 뉴진스 연예활동 침해에 필요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뉴진스 멤버 부모들이 하이브에 보낸 항의 메일, 멤버들이 ‘회사 5층과 엘리베이터에서 방시혁 의장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피하셨다’고 대화하는 카카오톡 대화록 등도 증거로 제출했다. 항의 메일에는 ‘(하이브) 첫 번째 걸그룹이라는 제안을 받고 사인한 것인데 약속을 어겼다’ ‘(아일릿 표절 논란에 대해)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느냐’ ‘지나가는 개가 봐도 (비슷할 것)’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 대표는 어도어 및 뉴진스에 손해가 됨을 알면서도 부모님을 분쟁 도구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엄마들의 항의 메일은 “이상우 부대표가 직접 작성해 건넨 것”이라며 민 대표가 이상우, 신동훈 어도어 부대표와 나눈 3월 30일자 업무 논의 발췌록을 공개했다. ‘(뉴진스가) 하이브와 계약서를 안 썻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자’ ‘엄마들이 (대신 소송)하면 주주간 계약 위반이 아니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고, 이를 들은 김예민 어도어 사내이사(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직)가 ‘가족이 개입하면 뉴진스가 좋은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한 대화 내용도 있었다.

“뉴진스 부모님들이 아일릿 데뷔를 뉴진스와 어도어에 대한 ‘차별의 완결판’으로 인식했다. 이메일, 카톡으로 민 대표에게 근심을 토로했다. 이후 법적 대리인을 통해 항의했더니 빌리프랩에서 형식적인 회신만 왔다. 이에 격분한 뉴진스 엄마들이 하이브에 항의 메일을 보낸 것이다.”

“하이브는 또한 ‘추가 10만장 사입, 반품 가능한 조건으로’ ‘UMG(유니버설뮤직그룹) 통할 시 밀어내기 불가능’ 등 사내 메신저로 ‘앨범 밀어내기’를 계획했다. 일련의 뉴진스 권리 침해를 방치하는게 오히려 배임이다. (항의 메일은) 합당한 근거가 있는 문제제기였다.”

“뉴진스의 성과는 민 대표의 탁월한 감각과 멤버들과의 깊은 교감 덕분이다. 뉴진스에게 민 대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멤버들은 민 대표와 함께하길 원하고, 팬들도 응원 중이다. 하이브는 뉴진스 부모들과의 대화에서 ‘긴 휴가’를 언급했다. 민 대표 해임은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게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다.”

“뉴진스 데뷔가 늦어 진 건 민 대표가 먼저 데뷔 순서는 상관하지 않겠으니 독립된 어도어의 첫 번째 팀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요구해서다. 또한 민 대표는 무속인으로부터 “우리는 (늦게) 주인공처럼 등장하자”고 코칭을 받아 뉴진스 데뷔시기를 확정했다. 뉴진스 지원을 소홀히 한 적 없다. 우리가 160억을 투자해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데뷔했다.”

“아일릿은 기획 회의 당시 오히려 ‘낫(Not) 뉴진스’를 목표로 했다. 프로듀싱은 표절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민 대표 측이 아일릿을 깎아내리다 추후에는 포뮬라, 톤앤매너라는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했다.”

“민 대표는 측근에게 ‘뉴진스를 아티스트로 대우하는게 힘들다’ ‘뒷바라지 하는 게 역겹고 끔직하다’ ‘뉴진스 때문이 아니라 내 덕에 성공한 것’ 등 뉴진스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멤버들이 자신에게 종속되길 바랐다. 뉴진스 공연 때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도록 대본 그대로 말하도록 단단히 교육시켰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정상적인 공연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일이다. 뉴진스가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도록 모녀 관계로 가스라이팅을 한 것이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뉴진스와 부모를 방패로 이용했다.”

◇'무속경영·배임 횡령은 중대 결격사유’ vs ‘허무맹랑한 고발’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이사진 간의 대화/하이브 제공

이날 민 대표가 회사 경영 중 이어온 무속인과의 대화, 스타일리스트 광고 용역대금 개인 수취, 직장 내 성차별 발언 여부에도 설전이 오갔다. 하이브 측이 민 대표의 업무상 결격 사유이자 주주간 계약 제한 근거로 앞세운 만큼 향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쟁점들이다.

“(스타일리스트 광고료 개인 수취는) 뉴진스 컨셉의 일관성 있는 스타일링을 위한 것이었다. 또한 해당 비용은 어도어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 만큼 횡령과 배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

“무속경영 카톡은 3년 전 대화다. 민 대표가 어도어 설립 전 회사 노트북을 이메일 계정 등 기록을 초기화 한 뒤 반납한 걸 동의 없이 포렌식으로 열어본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비밀침해다.”

“하이브 감사는 상법 위반 방식으로 이뤄졌다. 모회사의 자회사 조사권은 영업보고 요구를 먼저 한 뒤, 이에 불응하거나 내용을 확인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하이브는 이런 과정 없이 허무맹랑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희진을 내치기 위해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3억 6000만원의 광고료를 개인적으로 받았다. ‘일은 팀원들이 하고 돈은 팀장이 받는 건데 이러면 안 된다(이상우 부대표)’ ‘겸업이 안 되는데 사실상 내 재가로 허용해 준 것(민희진 대표)’ 등의 대화가 오갔다.”

“민 대표가 사망한 자기 여동생이 빙의했다고 믿으며 해당 무속인을 따랐다. 무속인도 민 대표를 언니라고 칭하며 6개월간 약 5만 8000건의 대화가 오갔고, 회사의 영업비밀이 방대하게 노출됐다. (2021년 3월 말 경 무속인이 민 대표에게 ‘딱 3년 만에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이라 언급하는 대화록을 언급하며) 본래 ‘올조이’로 하려던 사명도 무속인의 지명을 따라 어도어로 결정했다. 데뷔조 멤버 선정 때도 “귀신에 씌었다” 등 비상식적 이유로 후보자를 탈락시켰다.”

“민 대표가 주변 여직원들을 ‘개줌마’, ‘페미X’ ‘기집애들이란’ 등 성차별적으로 지칭한 대화록도 확보했다. 지난 3월 사내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자 민 대표는 이상우 부대표에게 여직원들을 향해 ‘강압적 자세’를 가질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경영자에 맞지 않는 왜곡된 성인지 감수성을 가졌다.”

“근거가 되는 카톡 등은 당사자들의 정보 동의 하에 감사가 이뤄졌고, 이후 동의가 철회됐다. 명백한 감사 방해 행위다. 또한 (민 대표의) 사적인 노트북을 개봉한 것이 아닌 회사 자산인 사내 서버 이메일 기록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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