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공들인 항암신약 美승인 보류…“보완 후 재도전” 그러나 시총 4조 증발
HLB는 이날 오전 FDA로부터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신청한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과 관련해 CRL을 받았다고 밝혔다. CRL은 업체가 제출한 신청 자료만으로는 허가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FDA 문서다. CRL을 수령한 경우 지적받은 사안을 보완해 다시 승인을 신청하고 심사받아야 하는 만큼 리보세라닙의 신약 승인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HLB 관계자는 “FDA와의 지속적으로 실사와 논의를 거쳐온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일부 데이터 등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완을 거쳐 다시 서류를 제출하고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 분류가 되면 FDA로부터 이르면 한 달 내로도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FDA가 CRL을 통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리보세라닙에 관한 이슈는 없다”며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이슈가 있었고 관련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보세라닙에 관해서는 지적받은 사항이 없으므로 저희가 별도로 해야 할 일은 없다”며 “항서제약 측이 수정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는 만큼 항서제약과 빠르게 협의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캄렐리주맙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임상 사이트 실사 관련 문제가 이번 CRL 발행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봤다. 진 회장은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심사 과정에서 항서제약은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에 대해 작은 내용을 지적받았고 이를 수정·보완해 해결된 내용을 잘 답변했다는 입장을 우리에게 수차례 피력했다”며 “캄렐리주맙 제조공정 지적에 대한 항서제약의 답변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항서제약이 이미 글로벌 의약품을 17개나 보유 중인 만큼 근본적이고 수정 불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상 사이트 실사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 회장은 “FDA가 임상을 진행한 주요 사이트를 확인하는 절차인 바이오리서치 모니터링(BIMO) 실사를 여행제한 문제로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임상 사이트 중 백인 비율이 높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병원이 전쟁 중인 관계로 실사를 갈 수 없었다는 내용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방식을 통해 충분히 입증 가능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리보세라닙은 HLB에게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2007년 글로벌 판권을 인수한 이후 2009년에는 부광약품으로부터 한국, 일본 등 일부 판권까지 사들였고 2020년에는 아예 원개발자인 어드벤첸으로부터 물질 특허권을 인수하며 16년이나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선박 제조사에서 바이오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리보세라닙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진 회장은 허가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전국의 증권사 주요 영업지점을 직접 돌며 리보세라닙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 회장은 이날 오후 강남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심사기간 동안 약효 전반에 대한 문제는 넘어갔다고 볼 수 있고 결국 남은 문제는 화학·제조·품질관리라는 점이 구체화됐다”며 “CRL을 받은 신약의 92%는 최종승인을 받은 만큼 이번 결정이 안타깝기는 하나 (야구의) 2루타까지 온 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HLB는 재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일단 첫 FDA 허가 국산 항암 신약의 탄생이 좌절됨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이날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HLB의 시총은 하루 만에 약 4조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행보 하나하나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터라 이번 악재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에게 미칠 충격파가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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