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덕성·강단 안보이는 오동운, 공수처장 자격 있나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7일 열렸다. 오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공수처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며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오 후보자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공수처의 현안인 해병대 채모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그는 “답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맞느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일반인과 다른 예외 규정이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재차 “본인의 의견을 말하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수사 대상이 맞다”고 답했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로 어떻게 권력의 외압을 막고,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망 이틀 뒤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계획 관련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해 ‘수사계획서’를 받는 등 초동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은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해 발생했다는 게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일관된 진술이다. 젊은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 수사가 필수적이다. 만에 하나 오 후보자가 자신을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한 윤 대통령을 ‘성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스스로 후보를 사퇴하는 게 상책이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단죄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이 깨끗해야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오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고개 숙이고 사죄하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근무하던 법무법인에서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채용해 5년간 2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게 한 사실과 관련해 “아내가 송무지원, 운전기사 등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한 것은 틀림 없다”고 했다. 딸에게 3억5000만원을 빌려줘 배우자의 땅을 사게 하는 기상천외한 재테크를 한 의혹에 관해서는 “세무사 자문을 받아 절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법 여부를 떠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이나 못 미친다.
장기간의 지도부 공백과 인력 부족으로 공수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강단도 보이지 않고, 도덕성과 청렴성도 부족한 오 후보자가 과연 공수처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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