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에 감사손편지 전한 암환자들…"의사, 환자엔 삶의 희망"

권지현 2024. 5. 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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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 지키고 희망 주셔서 감사"
국립중앙의료원장 "환자 말씀에 책임감 생겨…의료 정상화에 최선 다하겠다"
암환우가 쓴 감사 편지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 회원이 암환우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2024.5.17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환자에게 의사 선생님은 삶의 희망이고 의지할 곳입니다. 지금 계시는 그곳에서 우리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높은 업무강도로 많이 지치고 힘드신데,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증 암환자들이 현장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 손편지'와 다과를 전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6개 환자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쓴 환자들의 감사 손편지 47통과 다과를 전달했다.

환자들을 대표해 손편지를 전달한 암환자 A씨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다. 선생님들께 꼭 편지를 직접 드리고 싶어서 광주에서 우리 아들과 함께 올라왔다"고 했다.

A씨는 의료진 대표로 편지를 전달받은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과 조영중 부원장에게 직접 환자들이 쓴 편지를 낭독했다.

암환우가 의료진에게 쓴 감사 편지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17일 오후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사진은 암환우들이 쓴 감사 편지 내용. 2024.5.17 mon@yna.co.kr

창원에서 편지를 보낸 한 암환자는 "불현듯 찾아온 암이라는 질병이 우리의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했지만, 좋은 의료진들이 함께 계셔서 이겨나가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자꾸만 떠난다는 소식이 불안하기만 하다"며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주시고 희망을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전한다"고 적었다.

'선생님들 덕분에 내일이라는 삶을 얻은 암 환우의 가족'이라고 밝힌 환자 보호자는 "선생님들이 있어 우리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건강할 내일을 그려볼 수 있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먼저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어려운 선택을 해주신 그 마음을 존경한다"고 했다.

A씨와 동행한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남은 전공의들은 동료들의 비아냥과 배신자라는 조리돌림을 참아내며 의사의 본분을 묵묵히 지켜내고 계신 분들"이라며 "환자들은 의인 이상이라고 여기고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주영수 원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 중증질환 연합회원들은(왼쪽)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주 원장에게 전달했다. 2024.5.17 mon@yna.co.kr

주영수 원장은 이들의 손편지를 전달받고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 죄송한 마음이고, 요즘 같은 상황에서 환자들의 생생한 말씀을 들으니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상황을 정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영중 부원장도 "의료 종사자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고, 환자도 보호자도 참 답답하실 것 같다"며 "제가 특별한 방안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의사들이 있어야 하는 곳은 결국 환자 옆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주영수 원장은 의료 정상화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이고 솔직한 의견들이 오가야 하고, 그 가운데 의대 증원 문제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건강을 바라보고 정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그런 논의가 시작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하고, 전공의들도 이에 상응해 복귀했으면 좋겠다"며 "아직은 충분히 그럴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을 가지 못하는 환자들이 공공병원으로는 오지 않는 등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들이 많다"며 "공공병원 중에는 규모가 작고 경영이 어려운 병원이 많다. 공공병원은 환자 진료량과 상관없이 국가 재정과 기금 등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적극 지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복귀한 국립중앙의료원 전공의는 소수"라면서도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계기와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의사로서 소명을 다할 기회가 생길 것이고, (병원을 떠난) 동료들도 마음은 다 같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연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집단 내부에서 비판받은 바 있다.

주 원장은 "의사들의 말이 '사직으로 뜻을 관철하겠다'라는 의미로 비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한 말이었지만, 동료들도 제가 우려했던 것과 같은 의미로 한 말은 아닐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상의하며 문제를 풀어가자"고 밝혔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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