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분기만 벌써 리콜 28만대…갈 길 먼 ‘정의선의 품질경영’ [한양경제]

이창원 기자 2024. 5.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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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12만대…전 차종 제조불량‧오류 등 발생
‘승부수’ 전기차도 리콜 행진…10만대 이상 리콜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강조한 ‘품질경영’ 무색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2024년 1분기 현대자동차, 기아 리콜 현황.국토교통부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약 28만대를 리콜 조치하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돼 그동안 그룹 총수들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실적 측면에서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품질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대차가 전기차, 소프트웨어 등으로의 ‘대전환’과 자율주행차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마당에 숙지지 않는 품질 문제와 소비자 민원 등이 기업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현대‧기아 리콜 약 40만대…전기차 ‘아이오닉’ 9만3천789대

17일 본지가 올해 1분기(1월~4월) 국토교통부의 리콜 관련 자료를 취합한 결과, 해당 기간 현대차 리콜 대수(판매 기준)는 27만8189대, 기아차는 11만745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현대차와 기아차 리콜 대수는 각각 61만1297대, 45만5608대였다. 올해 1분기 리콜 대수 비중은 지난해 전체와 비교하면 현대차는 45.5%, 기아차는 25.8% 수준이다.

리콜 대상은 모델과 차종을 가리지 않았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EQ900은 ‘엔진오일공급 파이프 내구성 부족’으로 지난 3월 13일 1만2천497대가 리콜 조치됐다,

또 프리미업급 제네시스 라인업(G70, G80, G80 EV, G90) 등에서도 각각 △엔진오일공급 파이프 내구성 부족 △뒷바퀴 드라이브샤프트 용접불량 △엔진오일 공급 파이프 내구성 부족 △앞바퀴 어파암 고정볼트 제조불량 등 다양한 결함을 이유로 1만2천247대가 리콜 조치됐다.

GV60, GV70, GV70 EV, GV80, GV80 EV 등 제네시스 SUV 모델 2만1천862대도 △뒷바퀴 동력전달장치 열처리 제조불량 △통합충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오류 △뒷바퀴 드라이브샤프트 용접불량 △앞바퀴 어퍼암 고정볼트 제조불량 등 결함이 인정됐다.

1분기 중 1만대 이상 리콜 조치된 차종은 EQ900(1만2천497대), GV60(1만350대) 아이오닉5(7만1천677대), 아이오닉6(2만2천112대), 코나 sx2(1만8천664대), 아반떼(6만1천131대), 엑센트(3만7천59대), 포터2(1만3천457대) 등 총 8개 차종에 이른다.

이 중 전기차인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도 9만3천789대가 포함됐고, 제네시스 전기차 G80 EV, GV70 EV, GV80 EV 등 1만420대도 리콜 조치됐다.

기아차의 경우 전기차 EV6와 니로 EV의 리콜 대수는 각각 5만6천382대, 92대로 집계됐고, K9(2만5천691대), 카렌스 RP(1만8천944대) 등도 1만대 이상 리콜 조치됐다.

무엇보다 지난 3월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기아 EV6,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등은 주행 중 차량 멈춤 가능성을 야기하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소프트웨어 오류로 역대 전기차 리콜 규모 중 가장 큰 16만9천932대가 리콜됐다.

또 지난달에는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11만1천307대는 화재 발생 가능성 우려로 리콜 조치됐다. 전기적 합선을 유발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엔진 동력 전달 제어장치 내부에 이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던 만큼 ‘품질경영’ 전략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지난달 모빌리티 주요 거점으로 주목 받는 인도를 찾아 전기차 등 중장기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올해 최소 5억 달러(한화 약 6천873억원)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등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 ‘품질경영’ 공언에도…‘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악화 우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연합뉴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실적 등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량, 오류 등의 하자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글로벌 기업’의 전제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이라고 밝혀왔고,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도 ‘품질경영’을 항상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리콜 성적표’는 품질에 대한 현대차의 안일한 태도가 느껴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대부분을 현대차‧기아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거의 모든 차종에서 적지 않은 수치의 하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리콜만으로 품질평가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리콜을 ‘오픈 품질경영’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현대차의 경우 리콜의 양이 너무 많다. 국내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비판이나 차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친환경차, 소프트웨어 전환 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하자들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1분기 리콜과 관련해 본지는 현대차에 △리콜 규모가 큰 이유 △특정 차종이 아닌 전차종에서 리콜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 △전기차의 제조불량, 소프트웨어 오류 등이 발생한 이유 △리콜 관련 정의선 회장의 조치‧방안 등을 질의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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